조용환 헌법재판관 후보자가 천안함 사건에 대한 정부발표를 확신하지 못한다고 답변한 것을 들어 한나라당·자유선진당을 비롯 조선·중앙일보 등 보수집단에서 ‘좌파 어투 그대로’ ‘종북주의자 주장과 비슷하다’라며 재판관의 자질이 없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이에 대해 천안함 사건을 사실과 과학의 문제라고 주장하던 이들이 믿음의 문제로 치환시켜 헌법재판관의 자격요건에까지 들이대는 광풍을 만들어내려는 것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조 후보자는 지난달 28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천안함 북한 폭침에 어떤 의견이냐’는 홍일표 한나라당 의원의 질의에 대해 “그랬을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사회적으로 논란이 굉장히 많이 있었는데…‘정부 발표 자료가 정말로 정확한 것이냐’는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에 대해 친절하게 설명하고, 국회가 개입을 좀 더 해서 그런 것을 대화를 통해 설득을 하는 과정이 미흡하지 않았나 아쉬움을 가지고 있다”고 답했다.

   
조용환 헌법재판관 후보자. 지난달 30일 방송된 KBS <뉴스9>
 
이어 ‘천안함 폭침을 누가 했는지 본인의 확신을 말해달라’는 박선영 자유선진당 의원의 추궁에 조 후보자는 “정부(발표)를 불신해서가 아니라 ‘확신’이라는 표현을 쓸 수”는 없다고 답했다. 그는 6·25 전쟁은 남침이라고 생각하면서 왜 천안함 폭침은 확신할 수 없다는 거냐고 거듭 박 의원의 추궁이 이어지자 “역사적 사실을 믿는지 여부는 가변적일 수 있다”며 “표현을 확신이라 하든 믿는다(신뢰한다)고 하던 경험하지 않고 알 수 없는 것을 여러 환경을 통해” 받아들이는 것이라고 답했다.

보수세력은 ‘천안함 사건의 북한 소행을 확신하지 못한다’는 것을 문제삼기 시작했다. 박영아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은 30일 “헌법재판관이기 이전에 법률과 실증적 증거, 그리고 경험칙, 합리적 사고에 의해서 판단해야 하는 법관으로서의 자격조차도 가지고 있지 않다”며 “일부 종북주의자도 그와 같은 자세를 유지해왔는데, 조 후보의 이러한 발언은 자유민주주의라고 하는 대한민국의 가치를 존중하고 있는지에 대한 그의 국가관을 의심하지 않을 수가 없다”고 주장했다.

   
조용환(오른쪽) 헌법재판관 후보자와 박선영 자유선진당 의원. 지난달 30일 방송된 KBS <뉴스9>
 
조선일보는 이날 사설에서 “전 세계가 인정한 천안함 폭침의 진실을 온갖 말장난으로 외면하려는 좌파의 어투 그대로”라며 “조 후보자가 ‘직접 보지 않아 확신할 수 없다’고 한 것은 스스로 법관 자격이 없음을 실토한 것이나 같다”고 주장했다. 중앙일보의 주장은 한술 더떴다.

“북한 소행이란 사실을 믿을 수 없다는 뜻 아닌가. 명명백백히 밝혀진 사실을 직접 보지 않아 확신할 수가 없다니 이 무슨 해괴한 논리인가. 마치 맹목적 반정부주의자나 몇몇 종북(從北)주의자가 내세우는 주장과 비슷하다. 그렇다면 재판할 때도 자신이 실제 보지 않았으니 증거를 인정할 수 없다고 할 것인가. “신뢰하지만, 확신할 수 없다”는 표현도 ‘기교사법’의 냄새를 풍기는 수사다.”

광풍이라 할 만한 주장들이다. 조 후보자는 위장전입의 문제가 걸려있지만 한나라당의 주된 공격타깃은 천안함 발언이 가장 크다. 결국 조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 심사경과보고서 채택은 한나라당 위원들의 불참으로 무산됐다.

   
천안함 함수 ⓒ서재정 미 존스홉킨스대 교수.
 
천안함 언론 검증위원이었던 노종면 전 YTN 노조위원장은 “한마디로 천안함 사건을 이제 종교의 영역으로 끌어올리려는 시도”라고 평가했다.

노 전 위원장은 “조선 중앙일보 등 조 후보자를 비판하는 언론 스스로 확신이 없는 것”이라며 “이들이 확신이 있었다면 천안함 사건에 의문을 갖는 사람을 벌써 설득시켰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발표를 믿어야 한다고만 주장했을 뿐 타당한 근거를 제시한 적이 없다”며 “천안함 믿음의 여부를 법관 자격요건으로 문제삼는다는 것은 천안함 사건을 종교화하려는 것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국회의원들이 천안함 북한 소행을 믿느냐고 묻는 것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노 전 위원장은 “이를 묻는 것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며 “법관 이전에 개인의 양심을 배반하라는 헌법의 기본적 권리조차 침해하는 것이며, 근거를 갖고 있지 않은 사람들이 사상검증하려는 것으로 이런 몰이성적이고, 비과학적인 일들이 정치 한복판에서 일어나는 것이 우리 정치사회의 수준”이라고 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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