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최고위원 회의장(당 대표실)을 도청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KBS가 처음으로 공식부인했다. 그러나 "민주당이 주장하는 식의 도청을 하지 않았다"고 밝혀 애매한 여지를 남기고 있어 주목된다. 

KBS 홍보실은 30일 오후 발표한 ‘정치권 논란에 대한 입장’에서 “KBS는 수신료 문제의 당사자로서 이와 관련된 국회 논의를 적극적으로 파악하고 수신료 문제를 국회에서 다루고 있는 한나라당, 민주당 등 주요 정당의 국회의원 등과 긴밀하게 협의해 왔”다면서도 그러나 “민주당이 주장하는 식의 이른바 도청 행위를 한 적은 없다는 점을 분명히 밝혀둔다”고 밝혔다.

KBS는 이어 “민주당 관계자 등의 이름을 빌어 KBS에 대한 근거 없는 의혹 제기가 증폭되고 이로 인해 회사의 명예가 크게 훼손되는 묵과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는 판단에 따라 필요한 대응에 나설 수밖에 없게 됐다”며 “KBS는 회사와 기자의 명예를 훼손하는 주장과 행위에 대해 즉각 법적 대응에 착수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KBS 수신료 인상안 처리에 반대하며 문방위 회의장을 점거하고 있는 민주당이 29일 오전 국회 농성장에서 불법도청진상조사위원회 1차 회의를 열었다.
@CBS노컷뉴스
 
KBS가 발표한 공식 입장은 ‘도청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지만 ‘민주당이 주장하는 식의 이른바’라는 전제가 달려 있어 애매한 여지를 남겨두고 있다. KBS는 또 공식입장을 밝히면서도 한선교 한나라당 의원이 공개한 이른바 '틀림없는 녹취록'과 KBS가 보유하고 있다는 민주당 최고위원-문방위원 연석회의 '발언록'이 같은 것인지 여부 등에 대해서도 밝히지 않았다. 

KBS의 이같은 애매한 입장 발표는 이번 도청의혹 사건의 '핵심'인 '이른바 녹취록'의 출처가 KBS 아니냐는 의구심을 해소하는 데는 역부족이어서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이강덕 KBS 정치부장은 “계속 침묵하면 이상해져 기본적인 입장을 밝힌 것”이라며 “공작정치와 같이 부정적인 의미의 ‘도청’이라는 것을 KBS와 연결짓는 것에 단호하게 대처한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이 주장하는 도청은 무엇을 말하느냐’는 질문에 이 부장은 “구체적으로 확인해줄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며 “민주당 인사가 얼굴을 내놓고 나와 KBS를 확실히 지목하고, 어떻게 도청했는지 밝히면 그 때 대응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부장은 ‘와이어리스나 마이크’의 사전 설치 여부에 대해서도 “가타부타 확인해줄 하등의 이유가 없다. (민주당이) 우리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했다’고 하면 반박할 수 있다”며 “자신 있으면 최고위원이든 누구든 ‘KBS가 마이크 설치해 도청했다’고 말해보면 된다. 언론 역시 억측성 보도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 28일 오후 문방위 회의장을 점거한 민주당 의원들에게 공세적으로 질문하고 있는 KBS 기자들.
이치열 기자 truth710@
 
한선교 의원이 지난 24일 전체회의에서 발언한 내용을 포함해 상당한 양의 민주당 최고위원 회의 발언록을 파악한 경위에 대해 이 부장은 “한겨레 등이 24일자에 보도한 것 이상의 최고위원회의 (발언)내용을 파악하고 있지만, 그 취재방법과 취재원보호의 문제가 있어 구체적으로 얘기하긴 그렇다”며 “한쪽에선 과장하고, 다른 한쪽은 (발언을 취재하는) 언론의 입장을 감안해주지 않고, 또다른 한쪽(경찰)에서는 수사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 부장은 “아직 경찰로부터 KBS 기자 누구라도 소환 통보를 받지 못했다”며 “(도청 문제로 KBS가) 정치 공세의 대상이 돼있지만 정치 공세라면 과도하게 나가다 헛발질하게 돼있다. 누구든 결정적인 실수 를 하면 잡아서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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