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대지진 다음날 재해현장 및 구조활동 등을 취재하기 위해 일본 현지 취재에 나섰던 KBS 취재진 가운데 한 명이 방사선에 피폭된 것으로 확인돼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정확한 피폭 정도는 정밀검사를 해봐야 한다지만, 1차 검사에서 일부 염색체가 손상된 것이 확인됐다. 일본 원전 사고로 한국인이 체내 피폭을 당한 것이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피폭자는 KBS <추적60분> 제작팀과 함께 일본 대지진 직후 현장 취재를 위해 일본 현지에 급파돼 3박4일 동안 후쿠시마공항에서 40~50km 떨어진 곳에 머물렀다고 한다. 피폭자는 “일본 정부가 정해놓은 위험지역 안쪽으로는 절대 들어간 적이 없었다”고 했다. 다행히 동행했던 다른 취재진들은 별 이상은 없다고 한다. 이 때문인지 1차 피폭검사를 했던 담당 의사들도 “하지 않아도 될 검사를 한다”고 공공연히 말했다고 한다. 그러나 <추적60분> 제작팀이 머물던 때는 원전 폭발 사고가 일어났던 때였던 만큼 후쿠시마원전으로부터는 꽤 떨어진 지역이었다고 하더라도 결코 안전지대라고 할 수 없었다.

이 때문인지 피폭자는 병원에서 피폭 사실을 전달받은 직후 자신의 트위터에 의료진의 안이한 태도에 불만을 토로하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검사를 했던 의사들이 “안전하다”, “정밀조사가 불필요하다”고 말했던 것을 두고 험한 말을 써가면서 ‘잘 모르면서 다 아는 체 하는 것이 유행이냐’고 쏘아붙였다. 또 자신은 그래도 정밀검사라도 받아 피폭 사실을 알게 됐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 중에는 피폭 여부 자체도 모르고 있는 것 아니겠느냐고 우려했다. 다행히 자신의 피폭 추정치는 ‘아주 약한 수준’이라고 했지만, 피폭됐다는 것 자체가 큰 충격이었음은 말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한국인 최초 내부 피폭 확인 과정에서 새삼 확인되는 것은 피폭자가 분통을 터트렸던 것처럼 후쿠시마원전 사태의 심각성과 방사선 누출 위험에 대한 한국 사회의 인식이 너무 둔감하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그 심각성과 위험을 시민들에게 알려주어야 할 KBS 등 언론부터가 그렇다. KBS는 후쿠시마원전의 최후 안전판이라고 할 수 있는 긴급냉각장치가 작동되지 않는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원전 폭발 사고까지 발생했지만 취재진의 안전을 위한 특단의 대책을 즉각적으로 마련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KBS 새노조는 당시 위험지역 취재에 필요한 기본 안전장비도 갖추지 못한 상황에서 먹고 자는 기본적인 사항도 모두 취재진이 알아서 판단해야 했을 정도라며 사측의 안이한 태도에 우려를 표명했다고 한다. 새노조에 따르면 당시 급파됐던 다른 40여명의 취재진 가운데 일부는 방사선 피폭 검사도 받지 못했다고 한다. 노조의 촉구가 아니더라도 KBS는 지금이라도 이들에 대한 방사선 피폭 검사를 즉각 실시해야 할 것이다. 비단 KBS 뿐만이 아니다. 당시 후쿠시마현 지역에 취재진을 급파했던 모든 언론사들은 결코 예외일 수 없다.

현지 취재진의 피폭은 그동안 원전사고와 방사능 누출의 위험성에 지극히 둔감했던 한국언론에 대한 경고이기도 하다. KBS를 비롯해 대다수 한국 언론들은 후쿠시마원전 사태가 심각해지자 급파했던 취재진을 신속히 철수시켰다. 그러나 보도는 그 반대였다. “편서풍이어서 후쿠시마원전에서 누출된 방사선이 한국까지 날아올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정부 발표만을 그대로 받아 쓴 것이 대표적이다. 얼마 되지 않아 한국도 후쿠시마원전 사고로부터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것이 명백히 확인되고, 전 세계적으로도 원전의 위험성을 새롭게 인식하는 계기가 되고 있는데도 유독 한국 정부와 언론만은 ‘원전 안전신화’를 맹신하는 보도를 쏟아내기도 했다.

물론 언론은 실제 이상으로 불안을 증폭시켜서는 안된다. 하지만 그것이 정확한 정보 제공과 언론의 비판적 시각까지를 소홀히 하거나 왜곡하는 것이어서는 더더욱 안 될 일이다. 당장 후쿠시마원전 사고의 원인과 배경, 누출된 방사선의 위험 정도, 그것이 한반도에 미칠 영향 등에 대해서 시민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 나아가 정부는 제대로 대책은 마련하고 있는 것인지, 일본 정부의 대응에서 배워야 할 교훈은 무엇인지 등에 대해서도 지속적인 관심과 보도가 필요하다. KBS 취재진 피폭이 한국언론에 던지는 메시지이자 경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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