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사고원인이 합동조사단에 의해 ‘수중미접촉 어뢰폭발’로 결론지어져 가고 있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결과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군이 최초 항적기록과 TOD 동영상 등 ‘증거’를 숨기고 있다는 의혹이 여전히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아직 공식 발표가 나지 않은데다 군 발표에 대한 신뢰문제 등으로 이런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으로 군발표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는 3인의 전문가와  이를 반박하고 있는 합조단 대변인의 입장을 싣는다./편집자

박선원(사진) 미국 브루킹스연구소 초빙연구원은 최근 김태영 국방부 장관이 명예훼손 소송을 낸 것과 관련, “나는 주장이 아니라 명백한 사실만 이야기했으며 김 장관의 명예를 훼손한 바 없다”고 밝혔다. 김 장관은 박 연구원이 CBS 등과 인터뷰에서 “국방부가 공개하지 않는 자료를 미군이 갖고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검찰은 이 사건을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에 배정한 상태다.

   
  ▲ 박선원 전 청와대 비서관  
 
박 연구원은 10일 평화방송 라디오에 출연해 “사건 발생 49분 만에 보고를 받은 국방부 장관과 53분 만에 보고를 받은 함참 의장, 또 이들을 참모로 거느리고 있는 이명박 국군최고통수권자, 이분들로 인해 국민들이 자존심에 상처를 입고 명예가 훼손됐다고 생각한다”며 “앞뒤가 바뀐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 연구원은 또 “앞으로 국방장관께서 어떤 말씀을 하시는지 따라서 명예훼손으로 고소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박 연구원은 노무현 정부 시절 청와대 통일외교안보전략 비서관을 지냈다. 대북 중대제안 등 주로 북핵·대미 업무를 담당한 전략통으로 꼽힌다. 노 전 대통령의 총애를 받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박 연구원은 연세대 삼민투 위원장 출신으로 1985년 서울 미국문화원 점거농성의 배후인물로 지목돼 구속된 바 있다. 영국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은 뒤 대학 강단을 거쳐 참여정부 들어 청와대 비서관으로 발탁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등에서 일했다.

박 연구원은 “미국의 공식 관계자로부터 ‘한국 정부가 어뢰피습이라는 결론을 이미 내려놓고 거기에 맞는 물증을 찾고 있으며 그래서 북한이라고 특정을 하진 않지만 북한일 수밖에 없지 없느냐는 분위기를 조성하려고 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박 연구원은 또 “국제 조사단도 아직 그런 결론을 내릴 정도로 확증이 나온 건 아니라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이런 입장이라고 전해 들었다”고 말했다.

박 연구원은 또 천안함의 항적기록과 교신기록 등을 공개하지 않는 것과 관련해 “자신들이 원하는 어뢰 피습설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공개하지 않고 있지 않나 의심을 하고 있다”며 “항적정보를 정확히 공개해야 천안함이 수심이 어느 정도 되는 바다에 다녔는지, (거리상) 적 잠수함이 우릴 칠 수 있었을 것인지, (그 내용에 따라) 과연 이게 (어뢰 피습이) 일어날 수 있는 일이냐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박 연구원은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진상규명을 하겠다고 했으면 최소한의 정보를 공개하라고 말했을 뿐”이라면서 “그걸 국방부가 확대해석한 것 같은데 도둑이 제 발 저린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박 연구원은 “군이 최초에 좌초라고 보고한 것은 사실”이라면서 “국민들이 좌초로 의심할 만한 정황이 있는데 군이 무조건 아니라고만 하니 의혹이 계속 증폭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박 연구원은 1964년 통킹만 사건을 사례로 들면서 “천안함이 침몰 직전 어떤 상태였는지 알려면 소나(음파 탐지기)를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당시 미국은 베트남의 잠수정이 어뢰로 선제공격을 했다고 주장하고 전쟁을 개시했지만 1971년에서야 다시 들어보니 돌고래 소리였다고 시인했다. 박 연구원은 “천안함 침몰 직전 소나가 작동했는지, 작동했다면 이를 분석해서 적 잠수함이 접근했는지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 연구원은 “기상상태에 따라 소나병이 사고 당시에는 인식을 못했을 수도 있지만 다시 틀어보면 새로운 정보가 나올 수 있다”면서 “적의 공격이라면 틀림없이 뭔가 잡혔을 텐데 왜 이를 공개하지 않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박 연구원은 “군사기밀이 아닌데도 이를 공개할 수 없는 이유가 있지 않겠느냐”면서 “국민들이 의구심이 드는 건 당연하다”고 말했다.

박 연구원은 “미량의 화약이나 작은 금속 조각을 두고 결정적 근거, 스모킹 건이라고 할 수는 없다”면서 “국민들은 물론이고 주변국들을 납득시키려면 정황 증거와 신뢰할만한 증거, 그리고 결정적 증거가 복합적으로 발견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 연구원은 “북한의 소행이라고 섣불리 단정짓기도 어렵고 아니라고 할 수도 없고 정부 입장에서는 굉장한 부담을 느끼고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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