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폰서 검찰 진상규명위원장을 맡고 있는 성낙인 서울대 법대 교수가 연구비를 이중수령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KBS 탐사보도팀의 박중석(38·사진) 기자는 26일 밤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법대 교수로서 부적절한 처신이었다”면서도 “거취 문제는 본인 자신과 독자·시청자가 판단할 몫”이라고 밝혔다.

KBS는 지난 20일 밤 방영된 <시사기획 10> ‘학자와 논문-1부 국립 서울대 학문의 길을 묻다’에서 성아무개 서울 법대 교수의 연구비 이중수령 의혹을 방송했다. KBS는 27일엔 ‘2부 공직자의 무게’를 통해 교수출신의 공직자의 논문을 분석한 결과 정부 1급 이상 고위공직자(청와대 2명 포함) 12명, 국책연구기관 6명, 국회의원 6명 등 모두 24명이 논문이중게재 또는 정부 저작권지침 위반을 했다고 방송했다. 그러나 KBS는 진상규명위원장인 성낙인 교수에 대한 첫 기사를 출고한 23일 메인뉴스에 내보내지 않았다.

-어떻게 취재하게 됐나.
“지난해 고위공직자 인사검증을 하다보니 교수 출신의 공직자 진출이 잦아졌다. 공직자에 대해 지금까지 재산검증은 많이 했으나 논문검증은 적었다. 그래서 지난해 4월부터 전체적으로 조사를 해보자고 해서 시작했다.”

-첫 회가 왜 서울대였나.
“서울대는 국립대로서 국내 최고 대학 가운데 하나이며, 국내 대학의 좌표역할을 해왔다. 국립대 공무원 신분인 교수로서의 엄격한 윤리적 글쓰기 태도가 있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작년 8월부터 취재에 들어갔다.”

   
  ▲ 박중석 KBS 탐사보도팀 기자  
 
-부적절한 연구윤리 사례는 어떻게 찾았나.
“대조군이 없어 표절을 했는지 찾기가 쉽지 않지만 적어도 자기글이라고 발표한 것을 보면 이중게재한 것이나 연구비 중복수령은 찾을 수 있었다. 또한 자신이 지도했던 제자들의 학위논문들을 1차적으로 모았다. 모두 수작업한 게 아니라 ‘문서상호유사도’ 프로그램이라는 소프트웨어, 이른바 표절 프로그램을 유용하게 활용했다. 문서파일 두 개를 넣으면 얼마나 똑같은지를 잡아주는데 전체 6만 건을 이 프로그램이 1차로 걸러줬다. 그 뒤 자문교수들의 자문을 받았고, 논문을 인용했는지 베꼈는지 확인했다. 당사자 확인을 위해 지난 2월 중순부터 200여 명의 교수에 이메일을 보낸 뒤 70% 이상 답변을 받았고, 문제가 된 교수 30~40명은 만났다.”

-성낙인 교수의 실명을 방송땐 공개하지 않은 이유는.
“제작과정에서 실명공개 원칙을 세웠는데, 보직교수(단과대학장 또는 처장) 이상이나 정부에서 차관급 장관급 이상 대우를 받는 공직을 지낸 사람에 대해서만 실명을 공개하기로 했다.”

-성낙인 교수의 경우 실태는.
“잘하진 않았다. 정부용역보고서 낸 것을 연구비 받고, 90% 똑같은 내용으로 논문을 게재하면서 연구비를 또 받았다. 당시 관행이 괜찮은 잡지에 논문을 내면 건 당 격려비조로 200만 원을 일괄적으로 받는다는 게 성 교수 주장이었다. 하지만 취재결과 돈을 받으려면 본인이 직접 신청해야 한다는 조건이 있었다. 관행이 인정해도 자신의 보고서를 1년 뒤 똑같이 논문으로 게재하는 식이라면 연구비 수령 신청은 하지 말았어야 했다. 법대 교수로서 부적절한 처신이었다.”

-진상규명위원장으로서는 어떠한가.
“진상규명위원장으로서의 검증자료를 제공한 것일 뿐 거취 여부는 본인과 시청자나 독자가 판단할 몫이다. 진상규명위원장으로서 향후 활동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 관심을 갖게하는 역할을 했을 따름이다.”

-진상규명위원장 될지 예상했나.
“누가 예상했겠나. 직접 인터뷰도 3월 말에 했고, 서울대 총장 후보로 나서는 줄도 몰랐다.”

-KBS에서는 지난 23일 이 기사를 <뉴스9>에서 누락했는데.
“편집팀의 최종결정은 존중하지만 서울대 교수 신분에서 윤리적 무게가 있는 진상규명위원회 위원장으로서 주목받고 있는 인물에 제기된 의혹이라면 시의성이나 여러 면에서 당연히 뉴스가치가 있다고 본다. 보도되지 않은 게 안타까울 뿐이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