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최시중)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전부개정을 위한 공청회를 11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그랜드볼룸 101호에서 열었다. 정보통신망법 전부 개정안은 포털 등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ISP)가 요청 받은 삭제 또는 임시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30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내용 등을 뼈대로 하고 있어 논란중이다.

특히 임시조치관련 과태료 부과는 물론이고 침해사고 발생 정보통신망에의 접속요청권 신설이나 불법정보 유통 방지를 위한 모니터링 의무 부과 등은 별도의 과태료 규정은 두지 않았음에도 과도한 규제라는 지적이다. 이날 공청회에서도 정종기 방통위 개인정보보호과장은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더라도 사후적인 제재조치는 없다. 오히려 당초 조사 목적을 벗어나는 데이터를 건드릴 경우 조사한 주체가 일련의 형벌을 받는 통제장치를 만들었다"고 강조했으나, 법학자들과 ISP의 반응은 달랐다.

   
  ▲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최시중)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전부개정을 위한 공청회를 11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그랜드볼룸 101호에서 열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토론자로 나선 이상직 변호사(법무법인 태평양)는 먼저 개정안 제6조 정보보호 실태조사 가운데 ISP 쪽에 자료제출을 요구한 것을 지적했다. 방통위는 6조에서 '방통위는 정보통신망에서의 정보보호 수준향상을 위한 정책을 효과적으로 수립하기 위하여 이용자 및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 등의 정보보호 수준현황에 대한 실태조사를 할 수 있다'며 방통위의 자료제출요구권을 명시했다.

이 변호사의 주장은 '필요한 경우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 등에게 자료제출 등을 요구할 수 있다. 이 경우 자료제출 등을 요구받은 자는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이에 협조하여야 한다'는 조항이 문제라는 것이다. 이 변호사는 "이런 의무를 ISP에 지우기 위해서는 요구자료의 내용이나 범위, 시기가 더 명확해야 한다"며 "그리고 정부라고 해서 시도 때도 없이 자료제출을 요구하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 변호사는 침해사고 발생 정보통신망에의 접속요청권 신설도 문제삼았다. 이 변호사는 "정부가 ISP 쪽에 망 접속 요청을 할 수는 있다. 그러나 긴급히 필요한 경우라는 것을 방통위가 결정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최소한의 예나 규정이라도 법에 명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 변호사는 개정안에 제재 조항이 너무 많다고 지적했다.

KT SKT 등 기간통신사업자들의 연합체인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의 정순원 부장도 이 변호사 지적과 맥락을 같이 했다. 정 부장은 "개정안 53조의 취약점 점검 지원을 위한 망 접속권은 극히 제한적으로 허용해야 한다"며 "57조 침해사고 시 개인 이용자의 연락처까지 제공하는 것은 예측 불가능한 정보를 제공해야 하는 사업자에게 큰 혼란이 오기에 침해사고 시스템의 관리자 연락처로 한정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황창근 홍익대 교수도 이번 개정안을 전반적으로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임시조치관련 방송통신심의위원회(위원장 박명진)의 능력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의견을 내놨다. 황 교수는 "정보게재자 쪽에 이의신청권을 줬는데, 과연 방통심의위가 7일 이내에 그 일을 처리할 수 있는가, 그렇다면 다른 전문기구를 둬야 하는가 등 여러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개인정보관련해서는 소비자단체와 사업자단체가 뜻을 같이했다. 소비자단체의 주장은 일련의 대규모 정보유출을 감안했을 때 사업자의 개인정보 수집 최소화가 대안이라는 것이며, 사업자 역시 개인정보를 최대한 수집하지 않는 방향으로 가고 싶다고 밝힌 것이다.

김성곤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실장은 "사업자가 개인정보를 갖지 않는 게 좋고 그렇게 되도록 정부가 시스템을 만들어 달라는 것"이라며 "우리는 개인정보를 갖고 싶지 않다"고 강조했다. 김 실장은 검색결과 조작관련 처벌조항에 대해서도 "방통위가 검색에 대한 보편적인 기술이 있는 것으로 상정한 것 같다"고 지적하며 "정작 피해자인 사업자에게 책임을 지라는 것과 같다"고 개정안을 반박했다.

특히 김 실장은 불법정보 유통방지를 위한 모니터링 의무부과 조항에 대해서도 "우리에게 어떻게 이런 권한을 주나. 좋아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라며 "권한도 아니고 의무도 아닌데 서비스사업자에 대한 과도한 규제"라고 밝혔다. 방통위는 이와 관련해 영세사업자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는 판단 아래 별도의 과태료 조항은 두지 않았으나, 학계에서는 "80년대 정기간행물법 상 시설규제와 다를 바 없다"고 지적해왔다.

이 외에 방통위가 개정안에서 현재 소방방재청과 해양경찰청만 이동통신사에 요청해 이뤄지는 재난·구조 위치추적도 경찰까지 가능하게 한 것도 논란 중이다. 그동안 경찰은 수사목적으로 위치정보를 오남용할 위험성이 있어 이통사에 위치정보를 요청할 수 있는 기관에서 제외돼 왔다. 방통위는 위치조회 범위의 제한 등을 통해 경찰의 정보 오·남용을 방지하겠다고 밝혔지만, 향후 실행 결과는 미지수다.

한편 진보네트워크센터는 이날 공청회에서 제한적 본인확인제 확대로 인한 개인정보 오·남용과 유출 위험을 우려하며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익명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라고 촉구했다. 방통위는 지난달 8일 본인확인제 공청회를 열었으나, 본인확인제 확대 논거 가운데 악성댓글 비중이 감소했다는 것은 다음과 디시인사이드, 머니투데이 등 3개 사이트를 대상으로 지난해 진행된 조사결과가 전부였다.

방통위는 이날 공청회 이후 이 달 내에 규제심사 및 법제처 심사를 거쳐 다음달에 차관회의 및 국무회의에 올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올해 11월 국회에 제출되면, 다음 해 상반기 시행할 계획을 밝혀 일사천리로 정보통신망법 전부개정을 추진할 의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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