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없는 신문은 죄악이다!"

   
  ▲ 조지프 퓰리처(Joseph Pulitzer, 1847~1911)  
 
이것이 황색 저널리즘(Yellow Journalism)의 '아버지' 조지프 퓰리처(Joseph Pulitzer, 1847~1911)가 가졌던 평생의 신념이었다. 퓰리처는 신문으로 장사를 할 수 있다는 것을 처음으로 생각해낸 사람이다. 그래서 신문왕, 현대 신문의 아버지 등으로 불렸고, 그 이름을 딴 미국 내 최고 권위의 언론상까지 있다.

영화 <시민 케인>의 실존 인물인 윌리엄 랜돌프 허스트(William Randolph Hearst, 1863∼1951)와의 치열하고도 숙명적인 보도 전쟁을 통해 황색 저널리즘이라는 용어를 탄생시킨 일화는 유명하다. 핵심은 간단하다. 누가 더 자극적이고 파괴력 있는 기사를 발굴해내는가. 범죄와 추문에 골몰하고 만평과 사진 등으로 지면을 화려하게 장식해 독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선정주의(Sensationalism)는 이후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상업주의'라는 언론의 가장 기본적인 속성으로 굳어졌다.

황색 저널리즘의 적나라한 실상 보여준 'LA 컨피덴셜'

경찰 조직 내부에 도사린 추악한 비리와 부패상을 신랄하게 고발한 영화 < LA 컨피덴셜>은 많은 이들에게 주로 잘 만들어진 필름 누아르(Film Noir)로만 기억되고 있다. 하지만 초창기 황색 저널리즘의 실상을 이만큼 적나라하게 드러내 보여주는 영화도 없다.

아예 첫 장면부터 선정적인 타블로이드 잡지 편집장 시드 허전스(대니 드비토 분)의 다음과 같은 내레이션으로 시작된다. "(…)명심하세요, 독자여러분. 저희는 가장 신속하며 신분은 절대 보장합니다. 바로 허쉬-허쉬(Hush는 '쉿'이라는 뜻) 잡지사입니다." 제목의 '컨피덴셜(Confidential)'은 실제로 1950년대의 유명한 선정주의 잡지였다.

   
  ▲ 영화 'LA 컨피덴셜'  
 
범죄와 비리, 부패의 악취가 진동하는 로스앤젤레스. 정치인과 연예계 스타, 범죄 집단의 마약과 치정 문제를 다룬 폭로 기사를 터뜨려 잡지를 팔아먹는 데 혈안이 된 허전스는 경찰관에게 뇌물을 먹이고 단속 정보를 빼내는 '더러운' 뒷거래는 물론 검사가 호모라는 사실을 폭로하기 위해 함정취재도 마다하지 않는다. 더 많이 찍고 더 많이 팔면 그만이다.

그래서 부수 확장을 향한 잡지사 편집장의 욕망엔 종착역이 없다. 판매부수가 3만 6천부를 넘었다며 흥분한 목소리로 허전스는 이렇게 떠벌린다. "시민의 진실에 대한 욕구만 충족시키면 끝이 없다구." 교활하고 탐욕스럽기 이를 데 없는 황색 저널리스트도 결론에 이르러서는 '진실'을 운운하고 있다.

'오늘' 문화일보 강안남자 논란이 보여주는 의미

선정성 얘길 하자니 요즘 한창 시끄러운 문화일보의 연재소설 '강안남자' 파문을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겠다. 사실 이 통속적인 연재소설을 둘러싼 논란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그런데 얼마 전 정청래 의원이 국정감사에서 소설의 선정성을 강하게 문제 삼으면서 논란에 다시 불을 지폈고, 청와대의 절독 선언과 문화일보의 공세, 조선과 동아를 비롯한 다른 신문들의 지원 사격을 거쳐 어느덧 정치 쟁점으로까지 비화된 양상이다.

   
  ▲ '컨피덴셜' 잡지표지  
 
뜬금없이 절독을 선언한 청와대의 태도도 우습지만 신문윤리위원회 24차례 경고라는, 한국 신문사에 두고두고 부끄러운 일로 남을 경이적인 기록까지 애써 모르쇠로 일관하면서 문화일보가 그토록 고집스럽게 '강안남자'를 고수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해답은 간단하다. 자꾸 문제를 일으켜 세인의 입방에 오르내리자는 것이다. 신문윤리위원회의 경고를 모른 척, 못 본 척하는 바로 그것이 이 신문의 판매 전략이라는 얘기가 흘러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정작 문제의 핵심은 다른 데 있다. 문화일보는 누가 보아도 정론지가 틀림없지만, 정작 독자들에게는 신문이 기사가 아닌 연재소설 '강안남자'로 읽히고 기억되는 현실! 독자들의 취향이야 어쩔 수 없다지만, 신문사의 입장에서 보면 기사가 연재소설의 들러리를 서는 것 같은 모양새로 세인의 구경거리가 되는 것 자체가 달가울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그것마저도 끝끝내 존중되어야 할 '표현의 자유'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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