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세월호 관련 수사에 부당한 압력을 가하려 했다는 한겨레 보도를 뒷받침하는 검찰 관계자의 증언이 MBC ‘PD수첩’을 통해 방송됐다.

20일 밤 방송된 PD수첩 ‘국정농단의 숨은 배후, 김기춘과 우병우’ 편에선 세월호 참사 당일 사고 해역에 가장 먼저 도착했음에도 구조에 실패한 해경 구조정 123정장에게 검찰이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 적용하려 했으나, 당시 우병우 청와대 민정비서관이 강하게 반대했다는 정황이 또 나왔다.

전 세월호 수사팀 검사는 PD수첩과 인터뷰에서 “나는 (우병우가 관여)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어차피 청와대라는 데가 세월호 사건이 터졌는데 ‘검찰이 알아서 해라’ 이렇게 해 줄 상황은 아니다”며 “그쪽(우병우 측)에서는 ‘해경을 구속하면 국가 책임이 되지 않느냐. 해경이 잘못한 걸로 되니까 해경을 처벌하지 말라’고 했다”고 밝혔다.

이 검사는 이어 “‘구조 못한 거로 처벌할 것 같으면 119 소방대원들 불 끄러 갔다가 사람 죽으면 다 처벌해야 하는 거 아니냐’ 그런 명분이 있고 이런 식의 명분 싸움인 것”이라며 “어지간히 들어보고 안 된다 싶으면 ‘그냥 알아서 해라’ 하는 건데 그걸 (우병우가) 끝까지 고집을 세워서 결국 구속 못 하고 기소하고 이런 상황이 벌어진 것”이라고 털어놨다.

▲ 20일 PD수첩 ‘국정농단의 숨은 배후, 김기춘과 우병우’ 편 방송 갈무리.
이날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우 전 수석은 검찰 수사팀이 청와대와 해경 사이에 주고받은 통신내역이 보관된 전산서버를 압수수색하려 하자 직접 수사팀에 전화를 걸어 “거기(상황실 서버)엔 청와대와 해경 간 통화 내역 등 통신자료가 다 있는 데 꼭 압수수색을 해야 하겠느냐”며 사실상 압수수색 중단을 요구했다.

아울러 “우 전 수석이 중간에 누굴 넣어서 해경 123정장에 대한 업무상 과실치사 ‘적용 불가’ 입장을 전해왔다”는 검찰 관계자의 증언도 나왔다. 우 전 수석에게 ‘개념 없는 검사장’으로 지목된 변찬우 변호사(당시 광주지검장)도 “청와대와 법무부는 (123정장에 대한) 영장 청구는 물론 기소조차 꺼려했다”며 “청와대가 얼마나 세게 틀어쥐는지 느낌으로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PD수첩은 또 우 전 민정수석이 박근혜 정부의 실세로 떠오르며 사법부에 이른바 ‘우병우 사단’이 존재한다고도 지적했다. PD수첩이 지목한 ‘우정우 사단’은 공안 경력 없이 국정원 제2차장으로 발탁된 최아무개 검사와 안태근 법무부 검찰국장, 정수봉 대검찰청 범죄정보기획관 등이다. 

안태근 국장은 지난 11원1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노회찬 정의당 의원이 “지금 법무부가 검찰에서 (수사하고 있는) 엘시티 사건에 대해 청와대에 보고한 바가 없습니까?”라는 질문에 “기억이 없다”, “보고 안 했을 수도 있다”는 등 불성실한 답변을 해 논란이 됐다. 정수봉 기획관은 자신의 지위에서 수집한 각종 정보를 우 전 수석에게 제공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이에 대해 검찰 측은 PD수첩 측에 “우병우 전 수석이 검찰 출신이라는 이유만으로 검찰에 우병우 사단이 존재한다는 주장은 아무런 근거 및 실체가 없는 의혹 제기에 불과하며 공직자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것으로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답변을 보냈다. 

검찰 측은 이어 “검찰 인사는 법무부가 정한 인사 원칙에 따라 업무 성과를 반영해 객관적이며 공정하게 이뤄지고 있으며 특정인에 의해 좌우되는 것이 아니다”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한편 이날 방송에선 지난 2014년 11월 세계일보에서 일명 ‘정윤회 문건’을 공개한 후 문서 유출자로 지목된 최아무개 경위 등에게 청와대 측이 강한 압박을 가했다는 정황도 보도됐다.

이정용 당시 최 경위 담당 변호사는 PD수첩과 인터뷰에서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석방된 뒤에 당일 아침에 (최 경위가) 내 사무실에 찾아와서 만났는데 영장이 기각됐음에도 울었다”면서 “당일 오후에 아마 내 기억에 사망하기 15~20분 전인 것 같은데 휴대폰으로 전화가 와서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잊지 않겠습니다. 감사합니다’라고 했다”고 밝혔다.

이 변호사는 “(당시 청와대에서) 국기문란, 발본색원, 엄단 이런 얘기가 막 나오고 있었다”며 “변호인은 내가 처벌받거나 징역 가는 것이 아닌데도 변론을 하면서도 부담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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