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의 거취 문제로 새누리당 내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청와대에 할 말은 하겠다’며 소통을 강조하며 당선된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는 정책을 앞세우며 정치를 등한시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이정현 대표는 23일 오전 10시 전북 전주시 전북도청에서 전북·광주·전남 예산정책협의회를 열고 곧바로 서울로 출발, 오후 4시 서울 동작구 신대방동 중소기업연구원에서 소상공인 연합회를 방문하는 바쁜 정책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이정현 대표는 전날인 22일 오전 7시30분부터 3시간여 동안 연 최고위원회의에서도 정책위가 준비한 41개 안건을 중심으로 진행하며 정책 챙기기를 이어갔다. 

▲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가 22일 국회 본관에서 열린 새누리당 의원총회에 참석해 허리를 숙여 인사하고 있다. 사진=포커스뉴스


이정현 대표는 당선 이틀 후인 11일 산업통상부 담당실무자를 최고위에 불러 현안이던 전기요금 누진세 관련한 현안 보고를 받고 박근혜 대통령와의 오찬에서 이를 거론, 누진세 조정을 이끌어냈다는 평가도 받는다.

민심 현장과 당정청을 연결하는 정책 행보가 성과를 보이고 있다. 이정현 당대표는 지난 당대표 선거 당시 “현장 민심을 듣겠다, 국회로 불러들이지 않고 민원을 듣기 위해 찾아가겠다”고 했던 공약을 이행하는 중이다.

이정현 대표는 당선 직후 현장과 정책을 강조하는 동시에 “이정현 당대표의 당정청 관계는 확연히 다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당대표 선거 운동 중이던 7월25일에는 교통방송 ‘열린아침 김만흠입니다’에 출연해 우병우 수석과 관련해 “제기된 의혹이 먼저 규명되면 일은 아주 쉽게 처리될 수 있다”면서도 “솔직히 말해서 국민 여론이 매우 안좋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당선된 이후로는 묵묵부답이다. 이정현 대표는 대표 당선 10일만인 지난 19일 특별감찰관이 우병우 수석을 검찰에 수사 의뢰하자 “신속하고 철저하게 진상이 규명돼야 한다”는 입장을 되풀이했을 뿐 이후에는 언급 자체를 피하는 상황이다.

새누리당 내에서는 우병우 수석이 검찰 수사를 받을 상황에 처하자 분위기가 반전됐다. 우병우 수석의 거취를 문제삼는 당내 여론이 비박계에서 범친박과 친박계로 번지고 있다. 우병우 수석이 검찰 수사 의뢰를 받은 당일 정진석 원내대표는 페이스북에 “특별감찰관의 수사의뢰가 제기된 상황에서 직책을 계속한다는 것은 법리상 국민정서상 불가하다”며 “자연인 상태에서 자신의 결백을 다투는 것이 옳을 것”이라고 말했다.

▲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왼쪽)와 정진석 원내대표가 22일 국회 본관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통로를 사이에 두고 앉아 대화하고 있다. 사진=포커스뉴스


친박계인 중진 정우택 의원을 비롯해 원내수석부대표인 김도읍 의원도 사퇴 불가피론을 내세워 우병우 수석을 압박하는 모양새다. 비박계 대선 주자급인 김무성 전 대표와 유승민 의원도 잇따라 우병우 수석이 스스로 거취를 결정해야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당내 온도차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유승민 의원은 23일 보도된 한국일보 인터뷰에서 이정현 대표의 친박 친정 체제에 대해 “앞으로 당이 ‘청와대 출장소’나 ‘거수기’로 기능한다면 대선에 마이너스가 될 것”이라며 “전대에서 모든 후보들이 ‘국민여론 무시하지 않겠다’, ‘청와대에 전달하겠다’고 얘기 했는데 지금의 민심을 대통령한테 말씀 드리는 그런 사람이 없다면 문제”라고 비판했다.

현재로서는 새누리당 내에서 김진태 의원과 이장우 의원 박근혜 정부 출신 진박 정종섭 의원 등 일부 강성 친박계만이 우병우 수석 사퇴를 막아주는 모양새다.

당내 골도 깊어지고 있다. 지난 22일 의원총회에서 정종섭 의원이 ‘우병우 지키기’에 나섰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마무리 발언에서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이 함께 하는 것이 정치지만 사람마다 생각은 다를 수 있다”고 하면서도 말을 아꼈다. 당내 불협화음이 커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야당은 단순한 정치 공세가 아니라며 ‘우병우 브리핑’을 매일 이어가겠다고 주장했다.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우병우 수석 의혹과 관련해 “자신을 위해 검찰과 경찰 등 관련 기관을 악용하고 청와대는 이에 부화뇌동하고 있는 게 문제”라며 비판의 화살은 우병우 수석이 아니라 박근혜 대통령을 향한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첫 번째로 더민주당은 이정현 대표를 향해 “이정현 대표가 진박 대표인지 공당 대표로 진정 국미을 고민하는 공인인지 첫 번째 시험대에 올랐다”며 “최소한 대통령을 섬기는 진박이라면 대통령의 남은 국정을 위해서라도 우병우 수석의 용퇴를 직언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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