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수의 기자들은 이정현 녹취록 속 내용이 ‘언론통제’가 맞다고 생각했다. 기자들이 생각하는 20대 국회 최우선과제는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이었다. 기자들이 가장 신뢰하는 언론은 한겨레로 나타났으며, JTBC는 영향력과 신뢰도가 급상승했다.

기자협회보가 한국기자협회 창립 52주년을 맞아 기자 3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이정현 전 청와대 홍보수석이 김시곤 전 KBS 보도국장에게 연락해 발언한 ‘녹취록’ 사안의 본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 질문에 기자들 76.0%가 ‘청와대의 언론통제’라고 응답했다. ‘홍보수석의 통상적 업무’ 12.3%, ‘이정현 전 홍보수석의 개인적 일탈’ 6.0%, ‘모르겠다’ 5.7%순으로 나타났다.

20대 국회가 최우선적으로 추진해야 할 미디어 현안을 묻는 질문(복수응답)에 기자 57.4%는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을 꼽았다. 다음으로 ‘미디어 균형발전을 위한 신문진흥 및 지역방송 지원 정책’ 57.0%, ‘공영방송 경영진의 보도 개입 실태 청문회’ 48.3%, ‘해직언론인 복직 특별법 추진’ 22.3% 순이었다. 매체 특성에 따라 답변 경향이 다르게 나타났는데,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이라는 응답은 방송기자(62.7%)가 가장 많았고 ‘미디어 균형 발전을 위한 신문진흥 및 지역방송 지원정책’이라는 응답은 신문기자(61.8%)와 지역기자(66.2%)가 많았다.

기자들이 가장 신뢰하는 언론은 한겨레(18.3%)였다. 이어 JTBC(16.7%), 조선일보(8.3%), 경향신문(6.3%), YTN(4.3%), KBS(3.3%), 연합뉴스(2.7%), SBS(1.7%), 중앙일보(1.7%), 동아일보(1.3%), 한국일보(1.3%), 서울신문(1.0%) 순이다.  한겨레는 9회 연속 1위를 차지했다.

가장 영향력 있는 언론사로는 조선일보(30.0%)가 1위를 차지했고, KBS(20.7%)가 그 뒤를 이었다. 다음으로는 JTBC(11.0%), SBS(5.7%), 연합뉴스(5.0%), 한겨레(2.3%), 중앙일보(1.7%), MBC(1.3%), 경향신문(1.0%)순이다. 조선일보가 1위를 차지한 것은 2010년 이후 6년 만이다. 기자협회보에 따르면 홍형식 한길리서치센터 소장은 “조선일보의 영향력 1위는 TV조선이 범 조선매체의 영향력으로 인식된 측면과 최근 여권 권력의 총선 관여 녹취록 보도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KBS는 영향력과 신뢰도 모두 하락했다. KBS의 영향력은 2014년 46.3%였으나 2015년 31.0%, 2016년 20.7%로 2년 만에 반토막 났다. KBS 신뢰도는 2015년 13.3%였으나 올해 3.3%에 불과했다.  KBS는 이정현 녹취록 파문으로 청와대의 일상적인 언론통제 의혹이 제기됐다. 녹취록에서 김시곤 당시 보도국장은 “우리(KBS)만큼 많이 도와준 데가 어디있습니까”라고 말하기도 했다. KBS는 최근 자사보도를 비판한 기자를 제주도로 발령 내고, 영화 ‘인천상륙작전’에 낮은 평점을 준 평론가를 비판하는 리포트를 만들라는 지시를 거부한 기자를 징계에 회부했다. 

반면 JTBC는 급부상해 영향력 3위, 신뢰도 2위를 차지했다. JTBC의 영향력은 2014년만 해도 1.6%로 미미했으나  2015년 4.2%, 2016년 11.0%로 수직상승했고, 신뢰도도 2014년 7.9%에서 2016년 16.7%로 크게 올랐다. 손석희 체제가 들어선 이후 정치권력을 비판하고, 특정 사안을 깊이 들여다보는 등 다른 방송과 차별적인 보도를 선보이면서 인식이 바뀐 것으로 보인다. 

기자들은 디지털 전략을 가장 잘 실천하고 있는 언론사로 SBS(17.3%)를 꼽았다. SBS는 서브브랜드 ‘스브스뉴스’ ‘비디오머그’등을 운영하고 있다. 이어 디지털 행보를 늦게 시작했지만 이석우 전 카카오 대표를 영입하는 등 공격적인 행보를 보인 중앙일보(11.0%)가 2위를 차지했다. 페이스북 향이를 내세운 경향신문(5.3%)이 3위를 차지했고, 이어 한겨레(4.3%), 한국일보(4.0%), KBS(3.7%)순으로 나타났다. 기자들은 언론사 디지털 전략 실행의 걸림돌로 ‘포털, SNS 등 외부 플랫폼 의존 심화’(46.3%)가 가장 심각하다고 응답했다. 

헌법재판소의 김영란법 합헌 결정에 대해 기자 66.0%는 '잘 된 결정'이라고 응답했다. ‘잘못된 결정’이라는 응답은 26.3%였다. 잘 된 결정이라고 응답한 기자들은 그 이유로 '우리사회 부정부패 청산기회'(49.0%), '잘못된 접대 문화 바로잡기'(43.4%)라고 응답했다. 잘못된 결정이라고 응답한 기자들은 그 이유로 '국가권력의 자의적 법집행 가능성'(54.4%) '법 남용으로 언론자유 위축 우려'(36.7%)등을 꼽았다. 

기자 44.3%는 김영란법 시행 이후 언론이 마련해야 할 대책으로 ‘취재비 현실화’를 꼽았다. 접대 식사가 줄어드는 만큼 취재비가 늘어야 한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사규나 취재윤리준칙 재정비’ 35.3%, ‘김영란법 설명회’ 14.7% 순이었다. ‘취재비 현실화’라는 응답은 평기자(55.4%)에서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기자들에게 한반도 사드 배치에 대한 찬반을 물은 결과 반대한다는 의견이 64.6%로 나타났다. 반면 찬성 의견은 27.7%였다. 평기자들의 반대는 70.8%에 달했다. 일반적인 여론조사에 비해 기자직군의 반대가 높게 나타난 것이다.
 
이번 조사는 한길리서치가 지난 5~10일 한국기자협회 소속 언론사 기자 300명을 대상으로 전화면접법 방식으로 실시했다. 신뢰수준은 95%, 표본오차는  ±5.5%포인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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