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대선개입 트위터 글을 올린 혐의로 국정원 직원 3명이 체포된 게 언론보도를 통해 처음 알려진 지난 18일. 

이미 인터넷 댓글 등을 통해 대선에 개입한 증거들이 속속 드러났기 때문에 트위터 글에서도 국정원이 여론조작을 시도했다는 정황이 잡힌 것은 아주 놀랄일은 아니었다.

그러나 이날 이진한 서울중앙지검 2차장의 브리핑에서는 수사에 대한 불만가 가득 담겼다. 출입기자로서는 다시 의아해질 수밖에 없었다.

‘어차피 자신도 다 알고 결재했을 텐데...왜 그러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오후들어 이런 질문은 어느정도 해소됐다. 윤석열 수사팀장이 전날 이뤄진 체포와 압수수색에 대해 상부에 제대로 보고 하지 않을 이유로 배제된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이진한 차장은 추가 브리핑을 통해 “서울중앙지검장은 중요사건에 대한 지시 불이행 보고절차 누락 등 중대한 법령위반과 검찰내부기강을 심각하게 문란케 한 책임을 물어 사건 수사에 일체 관여 하지말 것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여기에는 트위터 글을 퍼나른 혐의를 추가하는 공소장 변경 신청도 독단적으로 했다는 설명이 덧붙여졌다.

이런 설명이후 또다른 의문이 따랐다. 그럼 수사팀장이 ‘왜 굳이 이렇게 내부 결재없이 수사를 했을까’하는 부분이다. 이에 대한 해답을 찾는데도 오래 걸리지 않았다. ‘외압으로 수사가 더 이상 어렵다고 판단한 윤 팀장이 결단을 내린 것’이라는 소식이 들려왔다.

이런 사실은 21일 열린 서울고검 국정감사장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윤 팀장, 아니 윤 전(前) 팀장의 입을 통해서다. 윤 전 팀장은 이날 체포와 압수수색 영장 집행에 대해 보고를 하지 않은 이유를 외압으로 수사를 못할거 같아 징계를 무릅쓰고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서 지난 15일 트위터 글 관련 수사 내용을 보고를 받은 조영곤 서울중앙지검장이 “야당 도와줄일 있느냐”며 강하게 반대했다고 진술했다. 수시팀으로서는 충분히 윗선에서 수사의지가 없다고 판단할만한 대목이다.

물론 이에 대해 조영곤 지검장은 “정식 결재 보고를 받지 못했다”며 부인하고 있지만, 최소한 사전보고를 한 것은 분명해졌다. 이번 국정감사는 검찰의 국정감사 수사 과정의 속살을 여실히 보여줬다. 어떤 식으로 검찰 내부에서 수사에 대한 부당한 지시가 이뤄지는지도 드러냈다.

특히 조 검사장의 말은 특정 정당의 유.불리를 수사의 기준으로 삼아 스스로 검찰 독립성의 훼손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또 국정원 수사로 청와대와 마찰을 빚은 채동욱 전 검찰총장 낙마이후 검찰의 정권 눈치보기가 심해질 것이라는 예상은 그대로 적중하고 있다.

문제는 국정감사 이후 검찰의 행보는 더욱 위험한 행태로 치닫고 있다는 점이다. 윤 전 팀장에 대한 ‘찍어내기’식 감찰을 벌인 후 중징계를 내릴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22일 조영곤 지검장은 국정원 수사 보고 논란과 관련해 자청에서 대검에 감찰을 요청했다. 하지만 이 감찰은 사실상 윤 전 팀장을 겨냥한 것이라는 정황이 속속 감지되고 있다.

대검은 길태기 검찰총장 직무대행이 국정원 정치개입의혹 수사과정에서의 보고누락 논란 등 최근 불거진 잡음에 대해 감찰조사를 지시했다고 밝혔는데, 여기에선 국감에서 큰 논란을 일으킨 외압의혹에 대해선 구체적인 언급도 빠졌다. 구제적인 감찰 범위에 대해선 대검은 입을 닫고 있다.

   
정영철 CBS 기자
 
일련의 과정은 결국 정권의 입맛에 맞지않은 국정원 수사를 축소·무력화하는 결과를 낳을 가능성이 다분하다. 그도 그럴것이 벌써 국정원 수사 과정에서 검찰총장에 이어 수사팀장이 낙마했다. 이젠 공소유지를 걱정해야할 처지가 된 것이다.

윤 전 팀장은 지금까지는 수사에서만 배제됐지만, 앞으로는 공소유지에서도 손을 뗄 가능성이 높다. 이번 감찰에서 윤 전 팀장에게 중징계가 내려질 것이라는 얘기가 벌써부터 나돌고 있다. 외압의혹을 받고 있는 조영곤 지검장은 감찰을 앞두고도 업무에서 배제되지 않은 게 이런 전망을 뒷받침한다.

알아서 눈치를 보는 것인지, 외풍에 휘둘리는 건지, 검찰의 독집성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권의 마음에 안드는 수사를 하면 이런 식으로 몰아내는 데 누가 수사를 제대로 할수 있겠느냐”는 한 검찰의 푸념이 예사롭지 않게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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