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 심리전단 요원들의 지난 대선 불법 선거 트위터 글이 5만5568건이라고 제시한 검찰의 수사내용을 두고 새누리당에서 실제 선거에 영향을 미친 것은 미미한 수준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트위터 분야 전문가들 사이에선 충분히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와 주목된다.

윤석열 전 서울중앙지검 국정원 사건 특별수사팀장(현 여주지청장)의 지난 21일 국정감사장에서의 수사외압 폭로 이후 새누리당은 댓글이나 트위터가 선거의 표심에 영향을 거의 주지 않았다는 논리를 양산하고 있다.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23일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국정원, 국군사이버사령부의 불법 댓글, 트위터 활동이 부정선거라는 비판에 대해 “극히 일부의 인터넷 댓글이 대선에 엄청난 영향을 끼쳤다는 식의 억지주장 등은 대선불복투쟁”이라고 비난했다.

최 원내대표는 검찰이 발표한 국정원의 글 5만5000여 건의 트윗글에 대해선 “사실상 국내에서 4개월간 생산되는 전체 댓글 2억8000건 중 약 0.02%에 불과하다”며 “언론보도에 따르면 5만여 건의 트윗 중 검찰이 직접 증거라고 제시한 2223건 중 6%인 140여건만 직접쓴 글이고 나머지 94%는 다른 사람의 글을 퍼나른 리트윗글”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러한 미미한 수치를 가지고 조직된 선거개입라고 하는 것은 한마디로 침소봉대”라고 강조했다.

정몽준 최고위원도 “많은 국민들께서는 인터넷상 댓글로 대선결과가 좌우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거들었다.

이 같은 주장을 두고 트위터업계에서는 단순히 드러난 수치만으로 트위터의 영향력을 평가해서는 안된다고 반박하고 있다. 특히 검찰이 기소한 5만5000여 건의 글은 실제 지난 대선 때 유통됐던 의심 글들의 규모에 비하면 100분의 1 수준에 이르며 나머지는 모두 삭제됐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국정원 심리전단 소속 여직원 김하영씨와 민병주 전 심리전단장이 국회 국정조사에 출석했던 장면.
ⓒ연합뉴스
 
트위터관련 소셜네트워크업체 전문가 A씨는 23일 오후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5만5000여 건이 전부가 아닐 가능성이 많다”며 “삭제된 것이 훨씬 많은데, 아마도 5만 건이 아닌 500만 건 이상으로 추정된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추정의 배경은 지난 대선 때 하루 생산된 트위터 글의 규모가 사상 유례없이 폭증했다는 점에서 출발한다. 이 전문가 A씨에 따르면, 지난해 대선 기간 중 사이버상 여론이 정점을 찍었던 12월 16일 3차 TV 대선토론 때 국내 트위터 글의 양은 그날 하루만 160만 건이다. 이는 스티브잡스가 사망했을 때 전세계에서 170만 건의 트위터 글이 생산된 것에 비춰볼 때 한국에서만 이 정도라는 것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규모라는 것.

이 중 최대 20~30% 가량이 국방부나 국정원이 쓴 글로 추정하고 있다고 이 전문가는 전했다.

A씨는 “2011년 박원순-나경원이 붙었던 서울시장 선거 때 야권 성향 이용자와 여권 성향 이용자의 트위터 여론 비율은 70대 30이었는데, 2012년에 들어서면서 그 비율이 45대 55 정도로 역전됐다가 대선 이후 다시 회복됐다”며 “이 때문에 20~30%는 대선 때 들어왔다 빠졌으며, 국방부나 국정원 쪽에서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들 의심스런 트위터 계정이 갑자기 늘어난 시점은 지난해 10월 무렵이며, 이 때 쯤 양측의 형세가 여권(보수) 성향 이용자 우세로 역전된 것으로 봤다. 이를 트위터 글의 규모가 정점을 찍었던 12월 16일 3차 TV토론 때의 160만 건 가운데 의심되는 계정인 20~30%는 개수로 따지면 30~40만 건 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A씨는 “하루 활동량만 해도 최대 30~40만 건으로 추정되는데 검찰이 기소한 3개월 총량이 5만5000여 건이라는 량은 정말 빙산의 일각일 가능성이 높다”며 “그러므로 삭제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삭제된 계정들을 여러 소셜업체들이 다 보유하고 있을 것으로도 이 전문가는 예상했다. 그는 “우리도 (트위터 글에) 박근혜-문재인-안철수가 들어가는 계정을 다 갖고 있는데, 다른 업체 역시 다 보유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지난 2011년 박원순 서울시장 당선 이후 진보성향 트위터 이용자는 분산 약화된 반면, 보수성향 이용자는 되레 결집했다는 점도 트위터 글이 선거에 영향을 미쳤다는 한 근거로 분석됐다.

이 전문가는 “지난해 총선과 대선 기간 동안 보수 쪽에서는 욕설이나 거친 표현이 많다보니 이를 싫어하는 야권성향 트위터 이용자들은 많이 빠져나가고 심지어 트위터 사용자체를 안하는 사람도 많이 늘었다”며 “이에 반해 여권성향 이용자들은 트위터에 올린 글을 페이스북과 카톡으로 연계해 퍼나르고, 관심글은 단체카톡방에 자주 유통되면서 되레 결집효과가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그는 “국정원과 국방부의 집중적인 대선 트위터 활동은 이 때문에 단지 5만5000여 건이라는 정량적인 효과를 뛰어넘는 큰 영향을 미쳤다고 봐야 한다”고 평가했다.

   
국정원 심리전단 요원들이 지난해 대선 기간 중 작성 및 재전송한 트위터 글을 모은 자료.
 
이와 함께 정윤호 유저스토리랩 대표는 24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단순히 트위터 글의 양적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그들 한 명이 얼마나 팔로워 또는 네트워크가 있는지, 노출된 글을 얼마나 봤는지를 고려해봐야 한다”며 “(국정원의 트위터 글이) 우파적 성향을 갖고 있거나 과거 민주당 집권 10년에 대한 불만을 갖고 있는 사람들에게 생각을 더욱 확고하게 했을 경향성은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정 대표는 검찰이 제시한 트위터글 5만5589건이 매우 미미한 수준이라는 새누리당 주장에 대해 “일반적으로 트위터를 쓰는 사람은 정치적 내용 외에 잡담도 많이 올리는데, 정치적 이슈만 놓고 비교해 볼 때는 그만큼 가중치를 다르게 둬야 한다”며 “원래 새누리 지지자인데 자기 지인에게 그런 얘기를 전달한다고 볼 때 ‘(국정원의 조직적 트위터 활동이 실제 선거에 미친 영향이) 아무 의미가 없다’는 주장은 잘못된 것일 수 있다”고 반박했다.

검찰이 제시한 5만5589건의 트위터 글은 국정원 심리전단 소속 사이버팀(5팀 일명 트위터팀) 요원 20명이 지난해 9월부터 12월 18일까지 작성 또는 재전송한 것으로, 단순 계산하면 요원 한 명이 하루에 특정후보 지지 비방 글을 평균 23.6건씩 작성 또는 재전송한 것으로 나온다. 이 같은 규모를 두고 정 대표는 “트위터 이용자 가운데 엄청나게 많이 올리는 사람도 있지만 일반적으로 트위터 관리를 많이 하는 사람도 하루 10건도 안 올리는 이용자가 태반”이라며 “이 정도 규모가 적다고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선거전에 돌입했을 당시 여당지지 글 가운데 의심스런 계정을 국내 소셜업체도 보유하고 있는지에 대해 정 대표는 “해외업체의 경우 아마 대부분 저장돼 있을 것이며, 국내 일부 업체도 전수 수집하는 업체가 있을텐데 이런 상황에서 이런 자료를 공개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트위터의 선거영향력 문제에 대한 박사학위를 보유하고 있는 소셜전문가 B씨는 “트위터 가입자가 트위터 글, 또는 리트윗된 글을 봤다고 해서 선거에 어떤 영향을 줬는지 측정할 수는 없다”면서도 “(국정원과 국방부의 활동이) 트위터 여론에 영향을 주려는 시도임에는 분명하다”고 분석했다.

B씨는 “트위터 여론이라는 것이 존재하기 때문에 이 같은 여론에 뭔가 영향을 주려고 그런 조직이 동원된 것 아니겠느냐”며 ‘트위터 글이 선거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은 억지’라는 새누리당 주장에 대해서는 “정말 영향이 미미한지는 알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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