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족벌신문사와 사주들은 ‘권력 그 자체’가 된 지 이미 오래다. 재벌과 정치권력을 가진 자들을 감시하는 임무는 입맛에 따라 선별적으로 하거나, 회사와 사주들의 이익(私益)에 철저하게 복무하는 방식으로 진행하는 경향이 있다. 다른 한편으로, 민주노총, 전교조, 공무원노조처럼 공격의 대상으로 지목되면 사소한 잘못도 그냥 넘어가지 않는다. 특히 조선일보는 이 과정에서 오보로 판결이 나도 좀처럼 지면을 통해 사과하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나라 족벌언론과 사주들의 특징을 3가지만 꼽으라면, 거짓말, 뻔뻔함, 그리고 집요함을 든다. 목표가 정해지면 집요하게 물고 늘어진다. 이명박 정권과 새누리당이 이들에게 종합편성채널이라는 엄청난 ‘방송 무기’까지 안겨주었다. 이제 신문과 방송 모두를 가진 족벌언론과 사주들은 누구도 두려워할 필요가 없게 됐다. 대법원에서 탈세 확정판결을 받아도 대통령이 사면해 준다. 대통령은 임기 5년이 끝나면 물러나지만, 족벌언론 사주들은 대물림으로 ‘족벌언론 왕국’을 영속적으로 지배하는 것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미디어오늘은 한국의 지배세력이 우리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미래를 어떻게 지배하는지 그들의 ‘맨얼굴’을 드러내는 대장정을 시작한다. 혼맥으로 얽히고 설킨 지배세력의 중심에 자리 잡고 있는 족벌언론 사주들부터 살펴본다. 독자와 시민 여러분의 관심과 성원을 바란다. /편집자 주

한때 ‘민족지’를 자처했던 동아일보에 애정을 가진 상당수 독자와 시민들이 동아일보의 논조나 보도 경향성이 바뀐 현재의 모습을 안타까워하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특히 박정희 유신 독재와 그의 ‘정치적 양아들’이나 다름없던 전두환의 군사독재를 온 몸으로 겪은 50-60세대와 그 이전 세대들의 감정은 착잡한 듯하다.

1974년 동아일보가 박정희 정권의 탄압에 굴복해 언론자유를 외치는 동아일보 기자와 사원 160여명을 몽둥이, 망치(해머), 산소용접기 등을 든 용역들을 동원하여 회사에서 내쫓았다. 간부들의 회유와 협박에 견디다 못한 50여명은 회사로 복귀하고, 끝까지 남은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이하 동아투위) 소속 기자, PD 등 113명을 해고한 뒤 40년이 다 돼가는 지금까지도 동아일보와 사주들은 복직은커녕 사과조차 하지 않고 있다.

그런 전력에도 불구하고, 동아일보는 박정희 유신 독재 시절 김대중과 김영삼이 주도하는 제1야당인 신민당의 활동을 앞장서 보도함으로써 과거 ‘야당지’로서 명실상부하게 자리매김해 온 것도 사실이다.

그러다가, 김대중 정부가 출범하고 영부인 이희호 여사와 당시 법무부장관 김태정씨의 부인 연정희씨 등이 연루된 이른바 ‘옷로비 사건’을 계기로 한 때 ‘우호적’이었던 김대중 대통령에게도 완전히 등을 돌렸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당시 언론계에서는 동아일보사가 외환위기 여파로 경영이 어려워지자 청와대에 금융기관으로부터 500억원을 빌릴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SOS를 보냈는데 청와대가 여러사정을 들어 거절하자 당시 김병관 동아일보 회장의 분노가 분노가 폭발했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이후 노무현 정부에서는 감정적이고 비판적 논조로,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로는 수구기득권 세력을 옹호하는 등 동아일보 보도의 정치적 편향성은 더욱 노골화한다.

   
동아일보 사옥
 
그러다가 2012년 6월 개혁 성향의 최영훈 부국장이 편집국장에 취임한 뒤 동아일보 지면은 눈에 띄게 달라졌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동아일보는 지난 2월 김용준 당시 국무총리 후보 지명자를 비롯하여 박근혜 정부에 참여할 공직자들에 대한 인사검증에 적극적으로 나오면서 언론계 주목을 받았다.

그러다가 언제부터인지 다시 ‘원점’으로 회귀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기 시작했다. (미디어오늘 2013년 7월23일자 “동아일보 지면변화 ‘찻잔 속 태풍’이었나” 참조)    

지난 6월 발생한 ‘노무현 전 대통령 NLL발언 파문’이 대표적이다. 당시 동아일보는 짜깁기 논란을 빚은 국정원 요약본을 거의 기정사실화 한 채 <‘대통령의 직분’ 망각한 2007년 노 발언>(6월26일자 1면) <김정일 앞에서 한없이 비굴했던 대한민국 대통령>(6월26일 사설) 등의 보수적인 논조의 보도를 쏟아냈다.

박근혜 대선캠프 총괄본부장이었던 김무성 의원이 “지난해 대선 때 ‘대화록’ 입수해 읽어봤다”는 발언이 공개되는 등 ‘남북 정상회담 회의록’ 공개를 둘러싼 후폭풍이 일었지만 동아는 의혹을 파헤치기보다 여야 논란으로 부각시키는 보도태도를 보였다. 언론시민단체들은 조중동과 KBS MBC 등을 겨냥해 “새누리당에 불리한 사안은 희석시키고 야당에 불리한 사안은 확대시키고 있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 문제가 불거졌을 때도 동아일보는 적극적이지 않았다. 최근 주말마다 서울광장에서 벌어진 국정원 대선개입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촛불집회에 대해서도 동아는 거의 침묵으로 일관했다. 최근 불거진 굵직한 현안들에서 동아일보의 차별화 된 지면변화를 찾을 수 없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창간 사주 후손들 혼맥 통해 재벌과 한가족

다른 족벌신문들이 상대적으로 일관된(?) 모습을 보이는 것과 달리, 동아일보가 이런 ‘널뛰기 식’ 보도 행태를 보이는 배경은 뭘까?

세상 거의 모든 일이 그런 것처럼, 여기에서도 그 해답은 ‘사람’에 있을지 모른다.

널리 알려져 있다시피, 동아일보를 설립하는데 주도적 역할을 한 김성수(1891-1955) 부통령은 1년에 2만석을 추수하는 호남 대지주의 아들로 태어나 생부와 양자로 들어간 계부(系父)의 지원을 배경으로 한국민주당(약칭 한민당)을 창당해 당수(黨首)로 지내고, 보성전문학교(현 고려대학교)를 인수하는 등 정당, 언론, 교육 등에서 독보적이고 절대적인 위치에 서게 된다.

인촌(仁村) 김성수의 장인은 창평의숙을 세워 후진들을 교육시킨 고정주(1863-1933) 규장각 직각(현재의 서울대 도서관장 격)이다. 창평의숙에서 같이 숙식하며 공부한 유력 인사들 중에 고하 송진우(1889-1945), 근촌 백관수(1889-1951), 설산 장덕수(1894-1947), 대법원장을 지낸 가인 김병로(1887-1964)씨 등이 포함돼 있다. 대부분 이승만 대통령의 반대편에 서 있다 희생되거나, 반 이승만 노선을 걸었던 정치인들이다. 

송진우, 백관수, 김병로씨 등과 후손들은 김성수-김년수(1896-1979: 삼양그룹 회장) 형제 가족들과 혼맥으로 얽히고 설켜 있다. 송진우씨의 손자인 송상현(1941년생: 전 서울법대 교수) 국제형사재판소장이 김년수 전 회장의 차남 김상협(1920-1995) 전 국무총리의 맏사위다. 백관수씨의 사위가 한양대를 설립한 김연준 전 총장(김종량 현 총장의 부친)이다.

각각 9남4녀와 7남6녀를 둔 김성수-김년수 형제의 2-4대로 내려오면서 혼맥은 우리 사회 최대 권력이 된 재벌과 사학재단 등 우리 사회의 핵심 지배세력의 가문과 연결된다.

김성수 부통령의 손자가 김병관(1934-2008) 전 동아일보 회장이고, 김병관 회장의 장남이 현재 동아일보 김재호 대표이사 사장이다. 신문협회장을 겸하고 있는 김재호(1964년생) 사장은 이한동(1934년생) 전 국무총리의 둘째 사위다. 김재호 사장의 손윗동서가 허태수(1957년생) GS홈쇼핑 대표이사다. 허태수씨의 형이 허창수(1948년생) GS그룹 회장으로 전경련 의장도 맡고 있다. 김재호 사장의 동생 김재열(1968년생) 삼성엔지니어링 사장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둘째 사위다.  

김재호 사장의 5촌 당숙이 김병국(1959년생) 동아시아연구원 원장이다. 김병국씨는 고려대 교수로 있다, 이명박 정부에서 초대 외교안보수석에 발탁됐으나, 해외 부동산 투기 의혹 등으로 사임하고, 한국국제교류재단 이사장 등을 지냈다. 김재호 사장의 또다른 5촌 당숙이 김병철(1949년생) 고려대 총장이다. 

김년수씨의 3남 김상홍(1923-2010) 전 삼양그룹 회장의 차남 김량(1956년생) 삼양제넥스 사장이 장대환(1952년생) 매일경제그룹 회장의 매제다.

호남 지주집안에서 출발한 동아일보 사주 가문은 한국의 현대사를 거치며, 한국사회를 지배하는 재벌(돈), 권력(영향력), 사학재단(명예)을 한 손에 거머쥔 핵심 주류세력이 됐다.

이런 사주 가문이 지배하는 동아일보사에서 근무하는 기자들은 사회적 약자와 지배세력 중 어느 편에 서서 신문을 만들고 있는 것인가? 그 질문을 동아일보 기자들에게 던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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