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철 MBC 사장이 지난해 11월 호주에서 열린 한류콘서트에 최필립 정수재단 이사장을 데리고 외유를 다녀온 것으로 확인됐다. 최 이사장은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의 측근으로, 정수재단은 MBC 지분 30%를 갖고 있는 주주다.

최 이사장이 김 사장과 함께 외유를 다녀온 행사는 지난해 11월12일(현지시간) 호주 시드니 ANZ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1 K-POP 뮤직 페스트 인 시드니’다. 동방신기·소녀시대·카라·샤이니·2AM·시크릿·엠블랙·미스에이 등 아이돌그룹 12팀이 출연한 MBC 주최의 대규모 한류콘서트로, 최 이사장의 여행경비는 MBC 측에서 부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이사장의 호주여행은 김 사장의 제안에 따라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최 이사장은 당시 주변에 “MBC 사장이 같이 가자고 해서 호주에 갔는데, 정말 잘 다녀왔다”고 말하고 다닌 것으로 확인됐다. 최 이사장은 “2만5000명이 들어오는 공연장이 꽉 찬 것을 보고 대단하다고 생각했다”며 “주 호주대사와 같이 저녁을 먹는 자리에서 호주대사가 MBC 사장에게 고맙다고 했다”는 말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MBC 노조에 확인한 결과 김 사장은 호주뿐만 아니라 지난해 8월 일본 니가타에서 열린 한류 콘서트에도 최 이사장을 데리고 간 것으로 파악됐다. 노조 쪽은 “방송문화진흥회 김재우 이사장도 동행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방문진은 MBC 경영진의 방만한 경영과 공영성 훼손을 관리·감독하는 기구다.

정영하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장은 “전임 사장들의 경우 콘서트에 참석하러 해외에 나가는 경우도 드물었고 대주주를 데리고 외유를 간 전례는 더더욱 찾아보기 어렵다”며 “한류콘서트는 사장이 직접 참석해야 하는 자리도 아닌데다 대주주 이사들이 MBC에 간섭하는 것은 안 된다는 게 정론이어서 일부러 주주들과 거리를 둬왔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정 위원장은 “회사 돈으로 주주를 접대하는 건데 아무래도 모양새가 이상하지 않나”라고 비판적인 입장을 취했다.

외유 시기도 구설에 올랐다. 김 사장이 최필립 이사장, 김재우 이사장과 일본 외유를 다녀왔던 지난해 8월은 김 사장이 사의를 표명했다가 번복해 노조가 출근 저지를 벌이는 등 내부적으로 혼란스러운 시기였다. 또, 언론계에서는 김 사장의 사의표명과 관련해 고향인 경남 사천 출마를 놓고 저울질을 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돌던 시기이기도 했다. 이런 배경 때문에 MBC에서는 김 사장이 두 이사장을 각별히 챙긴 것은 개인의 정치적 활로를 모색하기 위한 행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MBC의 한 간부는 “정치에 욕심이 있는 김 사장이 특히 최 이사장을 해외 행사에 자주 동행하고 기회가 있을 때마다 불러 식사대접도 하는 등 잘 해온 것은 최 이사장을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과의 연결고리로 이용하려고 열심히 뛴 것 아니겠냐”며 “권력이 박 위원장 쪽으로 넘어가고 있는 중요한 시기에 김 사장도 뭔가 믿고 기댈 수 있는 줄이 필요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대해 이진숙 기획조정본부장은 "지난해 8월과 11월 일본과 호주 한류콘서트에 두 이사장을 모시고 간 것은 대주주들이 최소한 MBC에서 어떤 일들을 하고 있는지 알고 있어야 한다는 차원에서 이뤄진 것으로 정상적인 경영 활동이었다"며  "밖에서 주장하는 접대성 외유가 아니었다"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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