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가 타사 기자들의 취재를 봉쇄하는 일이 벌어졌다.

MBC는 스스로가 언론사이면서도 2일 오전 11시 계약직 앵커와 기자 채용에 항의하는 MBC 아나운서협회와 기자회의 기자회견 취재를 못하도록 출입문을 걸어 잠그고 취재 기자들의 접근을 막았다.

MBC 정문 앞에서는 "언론사가 언론 취재를 봉쇄하는 기막힌 일이 벌어졌다"며 문을 열라는 타사 기자들의 항의가 빗발쳤으나 출입문 경비 인력들은 윗선의 지시라며 문을 굳게 잠그고 열지 않았다. 회사 홍보실은 기자들의 전화를 받지 않았다. 기자들은 사다리를 타고 출입문을 타고 넘어서야 기자회견장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MBC가 스스로 언론으로서의 가치를 포기하면서까지 기자들의 취재를 막으려 했던 것은 대중적으로 얼굴이 알려져 있는 유명 아나운서들이 대거 참석하는 기자회견으로 여론이 악화되는 것을 막으려 한 것으로 보인다.
 

MBC의 출입문 봉쇄 소동으로 기자회견은 10여 분 지연돼 열렸다. 사측이 불안해 한 것처럼 이날 기자회견에는 앵커 출신의 박성호 기자회 회장과 김수진 기자, 오상진, 김정근, 문지애, 나경은, 손정은 등 인기 아나운서들이 대거 참석했으며 사측이 파업에 참여할 수 없는 계약직 앵커·기자들을 대거 채용해 영혼 없는 아나운서·기자들을 양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아나운서들은 우선 MBC가 권력에 휘둘려 진실을 제대로 보도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두고 볼 수 없어 파업에 동참하고 있다고 시청자들에게 이해를 구했다. 이들은 "권력이 방송을 대하는 태도가 지나치게 강압적이고 위압적이었다"면서 "너무 괴롭지만 시청자들에게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상황으로 이해해 달라"고 부탁했다.

이들 아나운서들은 이어 "회사가 MBC 50년 역사상 처음으로 프리랜서 앵커 5명을 채용해 선거방송에 투입하려고 계획하고 있다"며 "이는 신분상 파업을 할 수도 없는 계약직을 뽑아 위에서 부르는 대로 원고를 받아 읽는 영혼 없는 앵커를 자리에 앉히겠다는 의도"라고 비판했다.
 
제작거부를 주도했다는 이유로 징계위원회에 회부돼 해고를 당한 박성호 기자회장도 "MBC에서는 앵커를 선발할 때 신뢰도와 경력 등을 철저하게 검증해 선정해 왔는데, 현 경영진은 이런 검증 없이 외부에서 계약직 앵커를 데려와 앉혔다"며 "나를 앵커 자리에서 자를 때도 파업에 참여하는 앵커는 원대 복귀 없다고 엄포를 놨었는데, 사측이 이번에 계약직 앵커를 채용한 것은 영혼 없는 앵커를 양산해 파업 대체 인력으로 투입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명백한 불법 행위"라고 지적했다.

이들 아나운서들과 기자들은 사측이 파업이 시작되자 계약직 기자를 선발해 현장에 투입했지만 북한전문기자로 선발된 기자는 한미FTA의 어두운 면은 조명하지 않고 장밋빛 전망만 전하는 등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며 당장 계약직 앵커와 기자 채용을 백지화 하라고 촉구했다.

앵커 출신의 김수진 기자는 "이번에 한미 FTA 리포트를 한 북한전문기자로 채용된 기자는 경제채널에서 수년간 진행을 맡았을 뿐 기자 경험이 전무하다"며 "사측은 부르는 걸 그대로 받아쓰고 받아 읽는 기자를 양산하는 이런 채용을 즉각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아나운서협회와 기자회는 이날 공동으로 발표한 기자회견문에서 "이는 공정과 신뢰를 바탕으로 최종 전달자의 역할을 해온 MBC 앵커와 아나운서의 존재를 부정한 것이며, 파업 기간에 대체 인력 채용, 더 나아가 계약직이라는 약점을 이용해 말 잘 듣는 인력들로 MBC를 장악하겠다는 속셈"이라며 김재철 사장과 경영진의 사퇴, 프리랜서 앵커와 계약직 기자 채용과 같은 비정상적인 조치 철회, 독립된 경영진 선임을 위한 방문진의 구조 혁신 등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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