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가 선거에 개입하려 한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예상된다.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본부장 정영하)는 29일 오전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김재철 사장 등 경영진과 보도본부 간부들이 참석한 임원회의에서 선거 투·개표 방송을 오후 6시 5분 전이나 10분 전부터 시작하라는 방침을 정했다고 폭로했다.

이에 따라 선거기획단은 총선 당일 4~6시 방송으로 ‘실시간 투표율 상황’ ‘모바일을 이용한 시청자 참여 프로그램’ ‘연예인들의 투표 참여기’ 등 여러 가지 투표 독려 프로그램을 준비했지만 모두 방송이 불가능하게 됐다.

노조는 “파업 중이더라도 애초 선거기획단 준비대로 당일 오후 4시부터 7시45분까지 투표방송을 정상화하겠다고 제안했지만 사측은 앞부분 2시간은 방송할 필요가 없다고 결정했다”면서 “투표 참여 방해 음모”라고 주장했다.

선거방송에서 오후 4~6시는 투표 마감 시간인 오후 6시를 앞두고 시청자들에게 시시각각 변하는 투표율 상황을 전달하며 막바지 투표를 독려하는 시간이다. 지상파 3사는 예외 없이 이 시간대에 투표 독려 프로그램을 준비해 방송하는 게 일반적인 패턴이다. 또, 이 시간대는 투표 막바지를 앞두고 시청자들의 관심이 높아지는 ‘시청률 승부처’로 방송사들의 경쟁이 뜨거운 때이기도 하다.

때문에 사측도 그동안 특보 등을 통해 “노조의 파업으로 반쪽짜리 총선보도 밖에는 할 수 없다”며 국민들의 ‘알권리’를 위해서라도 파업을 풀고 현장에 복귀해 방송을 제작하라고 요구해왔다.

하지만 정작 파업 중인 노조가 무임금으로 선거기획단 인력을 복귀시켜 선거방송만은 정상 방송되도록 하겠다고 했는데도 사측이 오후 4~6시 투표상황 방송은 들어내겠다고 결정하면서 MBC 경영진이 선거방송 정상화에 의지가 있었는지 의심스럽다는 얘기들이 흘러나오고 있다.

실제 28일 열린 임원회의에서는 투표 방송이 “위험하다”는 발언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임원회의에 참석했던 한 인사는 그 위험요소 가운데 하나로 이 시간대에 방송에서 예정한 ‘투표 참여 인증샷’을 언급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여당추천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인 차기환 이사도 28일 '김재철 사장 해임안'을 부결시킨 뒤 기자들에게 “젊은층들이 투표를 4시부터 6시까지 많이 하는데, 그 시간 동안에만 방송 실시간 투표율을 보도하면서 투표를 독려한다고 하면 오해의 소지가 있다”고 말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정영하 노조위원장은 “투표방송이 위험하다거나 젊은층이 투표를 많이 하는 시간대에 투표를 독려하는 방송을 하는 게 안 된다는 말은 특정 정당의 선대위원장이나 할 수 있는 얘기지 공영방송 MBC와 방문진 인사들이 할 얘기가 아니다”라며 “파업을 시작하면서 불공정한 방송환경으로는 돌아가지 않겠다고 했는데, 이들이 어떤 생각으로 MBC를 관리하고 있는지가 명확해진 사건”이라고 규정했다.

노조는 “이들의 뒤에 이번 선거의 투표율, 특히 젊은층의 투표 참여율을 낮추려는 ‘보이지 않는 손’이 작동하고 있는 모양”이라며 사측의 결정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MBC 앵커출신의 신경민 민주통합당 후보도 경영진의 결정을 비판하고 방문진 해체를 주장했다. 그는 “노조의 얘기를 종합하면 투표율이 높아지지 않도록 하겠다는 결론에 자연스럽게 도달하게 된다”며 “특히 젊은층의 투표율을 낮추려는 것은 반시대적인 발상으로 이것에 동조하는 건 방송인과 언론인들이 해서는 안 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신 후보는 이어 차기환 방문진 이사의 발언을 지적하면서 “방문진 체제가 더 이상 이대로 존속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라며 “총선 이후 청문회를 통해 책임질 사람에게 책임을 묻고 공영방송을 국민들의 품에 돌려주도록 새로운 체계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노조가 기자회견에서 공개한 발언 등과 관련해 MBC 쪽의 반론을 들으려 했지만 연결이 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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