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철 MBC 사장은 청와대의 뜻에 따른 낙하산 인사였다”는 주장이 김 사장을 임명했던 김우룡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의 입을 통해 나왔다.

김 전 이사장이 누구인가. 그는 언론계의 대표적인 보수학자로 이명박 정부의 언론정책에 상당부분 관여했던 인물이다. 2006년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추천으로 3기 방송위원회 위원을 역임했고,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인 2008년 9월엔 뉴라이트 계열의 언론단체인 공정언론시민연대 공동대표를 거쳐 2009년 4월 국회 미디어발전 국민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맡았다.

2010년 3월 신동아 인터뷰에서 ‘김재철 사장이 큰집(청와대)에 불려가 조인트를 까인 뒤 내놓은 (그해 3월8일자) 임원인사에서 MBC의 좌파 70~80%가 정리됐다’는 요지의 발언을 한 것이 문제가 돼 사퇴할 때까지 MBC 사장 임명과 해임 권한을 갖고 있는 방문진 이사장까지 지냈다. 정치권과 거리가 있는 학자 출신이기는 하지만 여권에서도 중량감이 적지 않은 인사라는 얘기다.

당시 김재철 사장은 김 전 이사장의 발언에 대해 자신과 MBC에 대한 심각한 명예훼손이라며 고소하겠다고 펄펄 뛰었지만 여론의 관심이 줄어들자 슬그머니 말을 거둬들였다. 지금까지도 김 사장은 김 전 이사장을 고소하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해 9일자 한겨레에 실린 김 전 이사장의 인터뷰는 2년 전 ‘큰집 조인트’ 논쟁을 다시 수면 위로 끌어올려 놓았다는데 그 의미가 있다. 인터뷰 속에는 김 사장을 임명한 과정과 그 과정에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됐다는 민감한 얘기까지 나온다.

김 전 이사장은 김재철 MBC 사장에 대해 “캠프 출신보다 더 캠프적인 인사”라고 말했다.

김 전 이사장에 따르면 당시 MBC 사장후보에는 김재철-김종오-구영회 등 세 명의 사장 후보자가 올랐다. 그 가운데 가장 믿음직했던 사람은 대구문화방송 사장까지 지낸 김종오 후보였다. 구영회 후보는 사람은 똑똑했지만 지역적 한계(전남 구례 출신)가 걸렸다. 반면 김재철 지금 사장에 대해서는 거의 아는 게 없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방문진에서 내려진 최종 결론은 김재철 사장이었다. 김 전 이사장은 “임명권자(대통령)의 뜻을 감안하지 않을 수 없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내 소신대로 했어야 옳았다”고 말했다. 그는 “내 책임이 절반이라고 말하는 이유는 그때 대통령 요구와는 별개로 어쨌든 그를 선임한 것은 나였기 때문이다. 공영방송 사장으로서의 제대로 된 리더십과 자질을 갖춘 사람을 뽑았어야 했다”고 후회했다.

김 전 이사장은 또 “(김 사장이) 공영방송에 대한 철학이 아니라 ‘베팅’으로 문화방송을 겸영해 온 것 아닌가. 선심 쓰듯 회사 구성원들에게 500만~100만원씩 격려금을 뿌리고 해외연수 보내주는 등 당근 정책으로 일관해왔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김 전 이사장은 더 나아가 “지배구조상 사장 선임 과정에 권력의 의지가 작용하더라도 제대로 된 사장이라면 방송의 독립을 지키려는 강한 의지를 보였어야 했다. ‘은혜’에 보은하려는 데서 문제가 생긴다”는 말까지 했다.

김 전 이사장의 인터뷰를 종합하면 대략 이런 내용이 된다. △김 사장은 3명의 후보 중 가장 적임자가 아니었다 △이명박 대통령의 뜻에 따라 낙하산으로 MBC 사장에 임명됐다. △MBC 사장이 됐으면 공영방송에 대한 철학에 따라 운영했어야 했는데 임명권자에 대해 보은하려다 보니 이 지경까지 됐다 △내 소신대로 공영방송 사장으로서 제대로 된 리더십과 자질을 갖춘 사람을 뽑았어야 했는데 다 내 책임이다, 라는 것이다.

인터뷰 내용만 얼핏 봐도 이 정도면 ‘큰집 조인트’를 넘어서는 명예훼손 수준이다. 방문진에서 적법한 절차를 밟아 선임된 공영방송 사장을 낙하산이라고 했고, 리더십과 자질을 갖추지도 못한 캠프 출신보다 더 캠프적인 인사라고 했으니 당사자로서는 참을 수 없는 모욕이다.

그런데 이상하다. 이 정도 발언이면 당사자가 펄쩍 뛰고 고소한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인데 조용해도 너무 조용하다.

김 사장의 대변인 격인 MBC 이진숙 홍보국장에게 9일 인터뷰에 대한 반응을 물었지만 “노코멘트”라고 했다. 홍보 담당자 차원의 대답인지, 아니면 사장의 입장을 듣고 대신 전달하는 것인지를 다시 물었지만 이에 대해서도 “노코멘트”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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