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새누리당)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은 ‘영원한 대선주자’답게 항상 취재진을 몰고 다닌다. 하지만 그는 출입기자들에게 취재하기 어려운 정치인으로 꼽힌다. 어느 정치인이나 취재하기 만만한 이는 없지만 그는 ‘유별나다’란 평가를 듣는다.

박 위원장은 다른 정치인들과 달리 ‘긴밀한’ 관계를 맺는 기자가 없다는 평가를 받는다. 보수지 기자들도 마찬가지다. 대부분 언론사가 ‘박근혜 마크맨(전담기자)’을 두지만 그를 잘 아는 기자는 없다.

그렇다보니 기자들이 박 위원장의 ‘의중’을 확인할 수 있는 길은 공식적인 자리가 전부이기에 답답한 경우가 많다. 짧은 시간에 요약·정리된 생각을 ‘깜짝발표’ 하는 식이다. 기자들의 개별 질문에 대답하지 않기로도 유명하다. 최근에서야 인터넷기자들과의 오찬자리를 만드는 등 스킨십을 늘리고 있다.

설사 기자들의 질문에 응한다고 할지라도 단답형 대답이 돌아오는 경우가 많다. 자신의 속내를 잘 드러내지 않는 셈이다. 민감한 질문이 나오면 대답하지 않거나 “기자님은 어떻게 생각하세요?”라며 넘기는 경우가 많다. 기자들의 취재에 불쾌한 반응은 보이는 경우도 드물지만 있다.

한 중앙일간지의 출입기자는 “7개월 동안 박 위원장을 (취재차) 따라다녔지만 그와 눈을 마주친 적이 없다. 이 정도면 소통하려는 의지가 없는 것이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 기자는 이어 “박 위원장이 좀 밖으로 나왔으면 좋겠다”며 “우상화된 모습은 그의 대선 행보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정치인과 기자들이 지나치게 가깝게 지내 문제가 되는 한국의 현실을 감안할 때, 언론과의 스킨십이 낮다고 해서 문제가 될까. 다만 다른 정치인보다 취재가 어려워 언론만 답답한 일이 아닐까. 이에 대해 기자들은 그렇게만 볼 문제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한 방송사의 출입기자는 “자신이 추구하는 것을 펼쳐놓고 언론에게 평가를 받지 않는다. 자신감이 안 보인다고 느껴질 정도로 문제되는 부분 혹은 논쟁이 붙을 것들은 뒤에 놓고 가다듬어진 것만 내놓는다는 느낌을 많이 받는다”고 지적했다. 이 기자는 이어 “다른 정치인들은 지적(반론)을 받으면 이를 인정하면서도 ‘내 논리는 이렇다’는 식으로 응대하는데 박 위원장은 그런 반응조차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적으로 봤다.

박 위원장의 이런 태도는 당 내부와 출입기자들의 태도도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도 나왔다. 다른 정치인들도 민감한 질문은 피하거나 공격적으로 답하는 경우가 많은데 유독 그에게만 기자들의 ‘공격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중앙일간지 출입기자는 “민감한 질문을 하면 박 위원장이 입을 다무는 것을 아니깐 기자들 스스로 마지막으로 질문을 빼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박 위원장의 이런 모습을 한 정치인의 스타일로 인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다른 중앙일간지의 출입기자는 “(박 위원장에 대해) 아쉬운 점이 있지만 어떤 것이 반드시 맞다고는 할 수 없다”며 “언론과의 스킨십이 많다고 지지율이 올라가고 정치를 꼭 잘 한다고 볼 순 없다”고 봤다.

하지만 현 정부의 미디어정책에 대한 입장과 부산일보 사태 등 박 위원장의 ‘언론관’만큼은 문제가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박 위원장은 정수장학회 문제로 시끄러운 부산일보 사태에 대해서도 ‘나는 모른다’며 선을 긋고 있으며 MBC·KBS사태에 대해서 특정한 의견을 밝히지 않고 있다. 인터넷신문의 출입기자는 “언론과의 스킨십은 정치인의 스타일로 넘어갈 수 있는 문제이지만 박 위원장은 언론문제에 대한 개념이 부족한 것 같다”고 우려했다. 

개별 언론사와의 인터뷰에 잘 나서지 않았던 박 위원장은 지난해 4년 4개월 만에 종합편성채널사들과의 연쇄 인터뷰에 응했다. 이를 두고 기자들 사이에서는 “종편에 힘을 실어주려는 것이 아니냐”며 좋지 않은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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