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17일 서울 프레스센터 앞에서 박근혜 의원을 향해 정수재단 반환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연 것을 시작으로 부산일보가 정수장학회로부터의 독립과 정수장학회의 명실상부한 사회적 환원을 위한 투쟁에 나선 지 벌써 두 달이 지났다.

11월 말 지부 위원장 해고, 편집국장 대기발령, 신문발행 중단 등의 조치로 전국적 관심을 모으며 달아오르던 투쟁이 지난 19일 정수재단의 신임 경영진 임명 이후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정수재단이 노린 것은 방패막이 임원들을 내세워 박근혜 의원과 정수재단으로 향하는 노조의 투쟁동력을 분열시키고 약화시키는 것일 게다. 그러나 부산일보 조합원들은 끄떡 없다.

아침 선전전을 50일 넘게 진행하고 있다. 요즘은 회사로비에 천막을 치고 점거농성을 벌이고 있다. 입사 연차별로 노조의 투쟁에 힘을 싣겠다는 의지를 담은 성명서가 속속 나오고 있고, 편집국 중간간부인 부장 팀장들도 같은 내용의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창립 24주년 기념식을 겸해 ‘정수재단 반환 부산일보 독립 대동 한마당’을 연 지난 1월30일에는 150여명의 조합원들과 전국언론노조 지부장 본부장들이 대거 참여해 이번 투쟁을 반드시 승리로 이끌겠다는 결의를 다졌다.

부산일보 사원들이 요구하는 것은 궁극적으로 민주적인 사장 선임제도다. 재단이 임명한 경영진들이 부산일보 간부사원들이기 때문에 ‘낙하산은 아니지 않느냐’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철저히 재단의 입장을 대변하는 꼭두각시에 지나지 않을 것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사원들이 일방임명 경영진을 인정할 수 없다는 데 공감하고 불인정 투쟁을 벌이는 이유다.

국가에 헌납된 재산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정수재단은 1962년 설립 이후 지난 50년 동안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고교 동창이나 측근, 친인척에 의해 관리돼 왔다. 박 전 대통령의 동서인 조태호씨가 14년동안 이사와 이사장을 맡았고, 박근혜씨가 1995년 이어받아 10년 동안 이사장을 맡았었다. 지금은 박근혜씨를 청와대에서 모셨던 의전비서관 출신의 최필립씨가 이사장이다.

자신은 재단에서 떠났기 때문에 상관없다는 박씨의 주장은 그래서 날조다. 자신이 직접 이사장을 맡아달라고 부탁해 앉혀놓은 비서관 출신의 최필립씨는 관리인일 뿐이다. 박근혜씨를 비판하는 부산일보 기사에 정수재단과 최 이사장이 펄쩍 뛰며 무슨 수를 써서라도 편집국장과 위원장을 해고하고 대기발령을 내면서 부산일보에서 분리시키려는 것만 봐도 ‘사실상 소유주’인 박근혜씨의 눈치를 보고 있기 때문이다.

2005년 국정원 진실위, 2007년 과거사위의 두 차례 조사 모두 부일장학회와 언론사 지분을 박정희 정권이 강제로 헌납 받았다고 지적했고, 강탈재산의 환수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지금도 드세다.

백보 양보해 강제 헌납이 아니라 박 의원이나 정수재단측이 주장하는대로 원소유주가 장학사업에 써달라는 선의로, 다른 죄목을 문제삼지 않는 대가로 줬다고 치더라도 애초에 기부를 받은 주체는 국가였다. 그러나 지난 50년동안 박정희 전 대통령 집안사람들과 측근들에 의해 관리 운영되어왔다.

1982년에는 5·16 장학회에서 박정희의 ‘정’, 육영수의 ‘수’를 따 아예 재단의 명칭까지 바꿔 박 전 대통령 부부를 추모하는 재단으로 만들어버렸다.

겉으로는 공익법인이라는 허울을 쓰고 있지만 국가의 재산을 슬며시 박씨 집안의 재산처럼 가로챈 것이고, 아버지 대에서 딸에게로 넘어와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올 법하다. 운영주체가 박근혜씨와 관련 있는 사람들로 구성되는 한 이런 지적을 피할 길은 없다.

박근혜씨가 정수재단 이사장으로 재임하면서 최고 2억5천만 원의 연봉을 받았던 사실은 이미 2007년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도 상대후보에 의해 문제로 지적된 바 있다. 국회의원직을 겸하고 있으면서 장학재단 상근 이사장으로 고액 연봉을 받고, 건강보험료를 체납했다는 것이었다.

박씨의 후임인 최필립 이사장도 1억7400여만 원의 돈을 연봉으로만 받아가고 있다. 업무추진비와 섭외비 등을 더할 경우 2억이 넘을 것으로 보이며, 1년에 25억 안팎의 장학금을 지급하는 재단에서 거의 10%의 돈을 이사장 한 사람 보수로 지급하고 있는 것이다. 상식적인 장학재단의 수준을 넘어선다.

부산일보 조합원과 사원들은 독자에게 신뢰받는 언론, 시민의 사랑을 받는 언론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이번 투쟁을 반드시 승리하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정수재단을 명실상부한 공익법인으로 거듭나게 하는 투쟁에 힘을 모으고, 재단의 입김이 경영과 편집에 미치지 못하도록 하기위해 사원들의 의사가 반영되는 민주적인 경영진 선임 제도를 쟁취하려고 한다.

1988년 언론사 노조 최초의 파업으로 편집권 독립 장치를 쟁취했던 승리의 역사를 24년 뒤 다시 한 번 이어갈 수 있도록 시민사회와 언론계 동지들의 뜨거운 관심과 성원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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