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이 후보자 시절 독립PD 유가족과 했던 약속을 지킨다.
방송통신위원회는 10일 오후 과천정부청사에서 전체회의를 열고 문화체육관광부와 함께 ‘외주제작 실태조사’를 실시하기로 결정했다. 정부가 실시하는 첫 외주제작 실태조사다.
이효성 위원장은 “빈소에 방문해 (외주제작) 불공정 관행에 대한 해결의지를 표명한 바 있다”면서 “유관기관과 협조해 방송사, 외주사 간 고착화된 관행이 개선될 수 있도록 심도 있게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달 박환성·김광일 두 독립 PD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EBS 다큐멘터리 ‘야수의 방주’를 촬영하던 중 교통사고로 숨졌다. 제작비 지원이 원활하지 않아 늦은 시간에도 두 PD가 직접 차를 몰았던 것으로 보인다. 박환성 PD는 출국하기 직전 열악한 제작환경 문제를 앞장 서서 공론화했다. 독립PD가 기획한 프로그램으로 받은 정부지원금의 일부를 EBS가 간접비 명목으로 요구했다는 폭로였다.
실태조사 대상은 지상파방송사, 종합편성채널, CJ E&M 등 방송사업자와 한국방송영상제작사협회·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 등에 소속된 외주제작사다.
실태조사는 8월부터 11월까지 4개월 동안 서면조사, 현장조사를 병행해 실시된다. 조사 내용은 △방송사와 외주사 간 제작비 지급 적정성 여부 △저작권을 비롯한 수익배분 적정성 여부 △표준계약서 사용 등을 포함하는 거래관행 문제 △외주제작 인력의 과도한 노동시간을 비롯한 여건 문제 등이다.
정부 추천 고삼석 상임위원은 “업계는 이번 일을 단순한 사고가 아닌 잘못된 외주제작 관행에 의한 희생이라고 본다”면서 “철저히 조사를 하고 실질적인 제도 개선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방통위가 이 문제를 반드시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보여달라”고 말했다.
자유한국당 추천 김석진 상임위원은 “외주제작사와 방송사 간 문제도 중요하지만 거대 외주사의 자본력 때문에 작은 제작사들은 명함도 못 내미는 등 진입장벽이 있다”면서 “이번 조사를 통해 작은 제작사들이 재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기회를 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4기 방통위는 외주제작 문제 뿐 아니라 미디어 업계 전반의 불공정 거래 문제개선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이효성 위원장은 “케이블, IPTV 등 유료방송업계의 이용자 이익저해, 불공정 실태조사도 추가적으로 실시해 방통위가 미디어 상생환경을 조성하는 데 앞장서게 해달라”고 사무처에 지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