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 간의 갈등을 극단적으로 보여주는 막장 드라마나 청소년을 섹시 아이콘으로 만드는 음악프로그램, 그리고 연예인의 사소한 일상까지 들여다보는 예능 프로그램이 여기에 속한다. 특히 정글의 법칙이나 삼시세끼와 같은, 요즘 대세인 리얼리티 포맷은 높은 시청률을 보장해주는 확실한 장르로 자리 잡았다.
물론 모든 방송이 다 그런 것은 아니다. 새로운 사회 비전을 찾는, 대안적인 예능프로그램도 있다. ‘뉴토피아(Newtopia)'가 그것인데, 이 프로그램은 시청률만으로 수입을 내야하는 민영방송이 만든다는 점이 신선하다. 한국의 방송이 아니라서 다소 아쉬운 점 있지만, 이 프로그램의 관심사는 어떻게 더 나은 사회를 건설할 것인가이다. 뉴토피아는 독일의 민영방송 자트아인스(Sat.1)의 리얼리티 포맷 프로그램이다.
프로그램은 15명의 시민 참여자를 선발하여 반 년 간 한 마을에서 살게 하는데, 이들은 하나의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새로운 유토피아의 모델을 만드는 것이 그것이다. 아무도 살지 않는 시골마을에 곡식창고 1채와 물, 전기 그리고 가스가 제공되며, 처음 한달간 생활비가 지급된다. 가축도 몇 마리 주어진다. 외출은 허용되지 않지만 방문객을 받을 수는 있다. 이들은 스스로 경제생활을 하며 권력관계도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 민주정이든 왕정이든, 자본주의든 공산주의든, 잉여가치가 생산되면서 나타나는 지배와 피지배의 관계에 대해서도 자발적으로 결정해야 한다. 개인의 자유는 허용되나, 하루 일정 시간 반드시 모여 유토피아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행복한 사회를 직접 만들어가야 한다.
오늘 우리의 예능프로그램은 시청자의 이런 욕구를 리얼하게 보여주고 있는가. 자신을, 가족을, 친구를, 나아가 사회를 스스로 만들어가고 싶은 시청자의 자발적인, 민주적인 욕구를 관찰하고 있는가. 뉴토피아는 예능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17%라는 높은 시청률도 기록한 바 있다. 오래전 16세기 토마스 모어가 그린 유토피아는 오늘 방송의 뉴토피아가 보여주고 있다. 방송의 힘은 이렇게 크다. 한국 예능의 미래적 대안을 고민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