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미디어오늘이 민주통합당 최민희 의원실이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이경재)에서 건네받은 종편 승인 심사자료 중 일부를 확인한 결과, 미래저축은행과 제일저축은행이 종편 투자자에 포함돼 있는 것을 확인했다. 또 한국방송예술진흥원의 공금 수백억 원을 횡령한 혐의로 최근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김학인 전 이사장도 종편에 수십억 원의 투자를 약속했다.
종편에 중복투자하겠다고 약속한 법인도 다수 확인됐다. 박근혜 정부 첫 중소기업청장에서 낙마한 황철주씨가 대표로 있는 주성엔지니어링은 복수의 종편사에 30억 원씩 투자하기로 했다. 엔씨소프트도 3사에 10억 원씩 출자했다. 민음사 등 다수의 출판사도 종편 탄생에 일조한 것으로 확인됐다.
▲ 민주통합당 최민희 의원이 방송통신위원회에서 건네받은 종합편성 방송채널사용 사업자 사업계획서. 사진=박장준 기자. | ||
채널A 투자자 명단에서 눈에 띄는 건 미래저축은행, 제일저축은행, 현대스위스2저축은행 등 금융권이다. 미래저축은행과 제일저축은행은 각각 100억 원과 30억 원을 출자하기로 했다. 현대스위스2저축은행은 15억 원이다. 미래저축은행 김찬경 전 회장은 수백억 원이 회사 돈을 빼돌린 혐의로 구속됐고 지난 1월 법원은 징역 9년을 선고했다.
제일저축은행의 경우, 유동천 회장은 수백억 원을 횡령한 뒤 이를 은폐하려고 고객 명의를 도용 1247억 원의 불법대출을 실행했다. 법원은 유 회장에게 징역 8년을 선고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 전 한나라당 의원의 보좌관 박배수씨 또한 유 회장에게 뇌물 1억5천만 원을 받은 혐의로 지난해 구속기소됐다. 법원은 징역 3년6개월을 선고했다.
채널A에 41억 원을 출자한다고 밝힌 김학인 전 한국방송예술진흥원 이사장의 이름도 눈에 띈다. 김 전 이사장은 진흥원 돈 수백억 원을 횡령하고 수십억 원의 세금을 포탈한 혐의로 지난해 초 구속기소됐다. 그는 2009년 EBS 이사에 임명을 위해 최시중 위원장 또는 그 측근에게 억대 로비를 했다는 의혹의 당사자이기도 하다.
▲ 종편 3사 출자 신청 법인 및 개인 명단. 사진=박장준 기자. | ||
이밖에도 JTBC의 주요주주는 ㈜S&T중공업과 ㈜대한제강, ㈜성우하이텍, ㈜에이스침대, ㈜한샘 등이다. ㈜도레이첨단소재, ㈜이엑스알코리아, ㈜에코원, ㈜초록뱀미디어, ㈜삼진제약, ㈜한국제분, ㈜금영, ㈜대구도시가스, ㈜동아제약, ㈜대웅제약, ㈜일동제약, ㈜예스24 등 법인의 이름도 눈에 띈다. ㈜한국컴퓨터지주 5개 계열사가 각각 50억 원씩 출자한다고 JTBC는 밝혔다.
JTBC에도 저축은행 등 금융권이 투자하기로 약속했다. ㈜KTB자산운용은 30억 원을 출자하기로 했다. 현대스위스저축은행과 토마토상호저축은행은 각각 20억 원을 출자한다고 돼 있다. 이밖에 개인 투자자는 모두 12명이다. 벤처기업인으로 추정되는 고아무개씨 부부가 총 100억 원을 출자해 개인 투자자 중 가장 많은 금액을 투자하기로 약속한 것으로 나타났다.
▲ 사업계획서에 명시된 TV조선의 편성 계획. 사진=박장준 기자. | ||
조선일보 자회사인 ㈜디지털조선일보와 ㈜조선뉴스프레스는 각각 30억 원, 20억 원을 출자하기로 했다. 조선일보 방상훈 사장과 사촌동생인 방성훈씨가 대표이사로 있는 ㈜스포츠조선은 10억 원 출자를 신청했고, ㈜조선매거진은 9억4492만 원을 출자하기로 했다. 이밖에도 TV조선은 50억 원 출자를 신청한 학교법인 고운학원을 조선일보사 친인척으로 설명했다. 수원대(고운학원) 이인수 총장의 딸이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의 며느리다.
최민희 의원실 관계자는 “승인장 교부 당시 서류를 보면 출자에 최종 참여한 법인을 파악할 수 있다”면서 “저축은행 같은 경우 출자금이 당시 자기자본비율 등을 고려해 적절했는지 따져봐야 하고, (승인장 교부 시점을 앞두고 빠져 나간 투자자들을 대신해) 실제 출자한 경우도 있을 가능성을 고려해 분석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12일 언론개혁시민연대는 방송통신위원회에서 12만쪽 분량의 종편 승인 심사자료를 수령한 뒤 본격 검증에 착수했다. 언론연대는 한성대 김상조 교수를 좌장으로 한 검증TFT를 구성했고, 오는 7월 말 주주구성과 자본 흐름을 분석한 결과를 내놓겠다고 밝혔다. 추혜선 사무총장은 “명단만을 공개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면서 “회계사들이 전문적인 검증에 들어갔고, 조만간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12일 오후 방송통신위원회 5층 회의실에 놓인 JTBC 자료 중 일부. 사진=박장준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