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오늘

이젠 KBS노조와 헤어져야 할 시간입니다
이젠 KBS노조와 헤어져야 할 시간입니다
[기고]언론연대, 연대의 짝사랑 놓으려는 이유

지난해 박승규 전 KBS노조 집행부와 오랜 시간 언론개혁시민연대(이후 언론연대) 사무처는 많은 고민을 나누었습니다. 결정적인 순간에 딱 한 번만 싸워달라고. 하지만 이병순 KBS사장이 낙하산으로 들어왔을 때가 딱 한 번의 기회였는데 그 순간 시민사회의 바람을 뭉개고 "이병순 사장은 낙하산이 아니다"는 주장으로 돌아섰습니다.
한계 KBS노동조합의 한계를 잘 알고 있었지만 많이 서운했습니다. 'KBS사원행동' 등 싸우고자 하는 조합원들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결정적인 그 순간 그냥 넘겨버리는 모습을 보면서 참 많이 서운하더군요.

딱 한 번 싸워달라는 요구 거절했던 KBS 노조

하지만 언론연대 사무처는 노동조합은 어쩔 수 없이 '극우꼴통'들과 함께 갈 수 없는 운명임을 확신하였기에 그때도 그렇게 지켜만 봤습니다. 혹자는 말합니다. 결정적인 순간 완전히 노동계와 시민사회에서 고립시킬 수 있었는데 언론연대가 KBS노조에게 명분을 줬다고 비난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운동이 뭡니까? 고정된 사물 고정된 이미지 고정된 편견은 끊임없이 변해야 하고 변할 수밖에 없다는 믿음에서 출발하는 것 아닙니까. 스스로의 변화를 꾀하지 못하면 외부에서 ‘연대의 끈’으로 끝없는 자극을 통해, 그 고정물을 모기 다리만큼이라도 변하게 만드는 것이 운동이라고 생각해 왔습니다. 그리고 그 생각에 지금도 변함이 없습니다.

그래서 KBS노조가 결과적으로 변하지 않았지만, 그 속에 있는 구성원들의 치열한 고민까지 없었다고 말 할 수는 없고 그것이 귀중한 운동의 진전이라고 선의로 판단했습니다. 당시 노조에서도 몇몇 간부들이 어렵게 어렵게 언론연대 등과 연대의 끈을 이어가며 힘겨운 내부의 설득작업을 벌였지만 그들로서는 역부족이었고 그들로서는 최선을 다 한 거라 평가했습니다.

지금 KBS 노조에도 건강한 간부들이 싸움을 잇고 있어

여전히 운동이란 안팎의 노력으로 정방향으로 나아가는 변화입니다. 지금 강동구 위원장이 이끄는 KBS노동조합의 집행부 내에서 아주 건강한 여러 명의 간부들이 아주 힘겨운 내부 싸움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한나라당의 포악한 반동 언론장악의 기도를 저지하기 위한 투쟁의 현장에 동참하지 않고 여전히 눈치만 보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더 이상 KBS노조와 함께 할 수 없음을 분명히 합니다.

운동은 변화이고 우호적인 자극과 설득이 통하지 않으면 냉정하게 다른 노력과 다른 방법을 강구하는 것도 운동의 법칙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KBS노조 내의 건강한 조합원들이 스스로 자신의 거취를 결정하고 이 중차대한 시점에서 스스로 투쟁을 조직하는 데 힘을 집중해야 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지원 연대하는 것이 타당할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온갖 비판과 심지어 상소리까지 들으면서 KBS노조 집행부의 변화를 포기한 이들로부터 더 이상 당하지 말라는 고언을 들으면서도 언론연대는 KBS노조에 대한 믿음의 끈을 놓을 수 없었고 지금까지 가슴 조이며 기다려 왔는데….

이제는 믿음의 끈 연대의 끈을 KBS노조에 맞췄던 전술이 오류임을 스스로 인정하면서 이번 '언론악법'에 대해서마저 싸우지 않겠다면 KBS노조에 대한 일방적인 짝사랑은 정리하려 합니다.

KBS 노조 현 집행부와 함께 언론연대는 지난주 방송법과 공영방송법에 관한 토론회를 개최함으로써 KBS노조가 2월 국회에서는 수수방관하지 않을 것이라며 주변의 질책과 비판에 맞서 왔습니다. 그런데 또다시 한국 민주주의와 공영방송체제를 부인하며 한나라당에 포획된 채 역사의 요구를 반동적 행태로 응답하고 있으니 그 숱한 질책과 비판의 무게를 견딜 수도 없고 그 의미마저 찾을 수 없는 지경에 빠져버렸습니다.

KBS 에 대한 일방적인 짝사랑 접으려

그래서 KBS노조에 대한 짝사랑을 접으려고 합니다. KBS노조와 함께 가야하며 함께 가는 것이 운동이라는 믿음마저 지금의 KBS노조가 뿌리째 뽑아버렸습니다. 이제는 헤어지려 합니다. 더 이상 KBS노조에 대한 믿음과 기대를 버리려 합니다.

   
  양문석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총장  
 
하지만 이 마지막 순간까지도 아쉽고 '혹시나'하는 기대를 갖는 것은 어인 일일까요. ‘혹시나’는 항상 그렇듯이 '역시나' 로 끝나야 합니까? 제발 부디 KBS노조가 한국의 민주주의를 고민하고 실천하는 그 수많은 사람들 앞에서 당당히 깃발을 들고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끝내 깃발을 접고 기회주의적인 정국추이 살피기라면 다음 주부터는 더 이상 KBS노조와의 끈을 유지할 수 없습니다. KBS노조는 언론연대의 연대대상에서 삭제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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