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로고 앞에 펜을 들고 있는 사람의 손 이미지.디자인=미디어오늘 이우림.
▲국회 로고 앞에 펜을 들고 있는 사람의 손 이미지.디자인=미디어오늘 이우림.

정권이 바뀌고 선거의 계절이 되면 어김없이 그들이 돌아온다.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에도 새로운 전직 언론인들이 나섰다. ‘폴리널리스트’라는 용어는 그 자체로 한국 언론과 정치권을 향한 불신의 근원을 보여준다. 동시에 모든 언론인 출신 정치인에게 따라붙는 일률적 비난은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 한계도 지적된다. 미디어오늘은 4·10 총선을 앞두고 전직 언론인의 정치권 진출 현황과 문제, 대안을 찾아본다. -편집자주

4·10 총선에서 첫 국회의원 당선에 도전하는 언론계 출신 인사들 가운데 동아일보·채널A 출신 비중이 두드러진다. 정당별로는 현 집권 여당인 국민의힘 소속이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다른 정당을 합친 인원보다 많다.

미디어오늘은 지난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공개한 제22대 국회의원선거 후보자명부(22일 후보자등록 마감)를 기준으로 이번 총선에서 첫 국회의원 당선에 도전하는 언론계 출신 인사들을 분석했다. 언론사 직원 및 대표이사급 경영자 출신 가운데 국회의원 당선 이력이 없는 경우를 기준으로 했다.

▲ 제22대 국회의원선거(4·10 총선)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및 더불어민주연합의 언론사 임직원 출신 초선 후보들 . 그래픽=안혜나 기자
▲ 제22대 국회의원선거(4·10 총선)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및 더불어민주연합의 언론사 임직원 출신 초선 후보들 . 그래픽=안혜나 기자

언론계 출신 초선 후보는 총 35명, 그중 절반가량(48.6%)인 17명이 집권여당 국민의힘과 그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 소속이다. 더불어민주당·더불어민주연합 소속은 8명(22.9%)으로 그 뒤를 이었다. 이 밖에 새로운미래 3명(8.6%), 자유통일당 2명(5.7%), 소나무당 1명(2.9%), 자유민주당 1명(2.9%), 무소속 3명(8.6%) 순이다.

직군별로는 기자 출신이 전체의 71.4%(35명 중 25명)로 압도적이다. 아나운서·앵커(비기자 출신) 출신과 경영자 출신이 각각 4명(11.4%)이고, 업무직과 PD 출신은 각 1명(2.8%)씩이다.

출신 매체는 주로 방송에 집중됐는데 언론사별로는 동아일보 출신이 5명으로 가장 많고, 채널A 출신이 4명으로 뒤를 이었다. MBC·KBS·YTN 출신도 각 3명으로 상대적 다수에 속했고 TV조선 출신이 2명이다. 같은 미디어그룹에 속하는 언론사들을 묶어보면 동아일보 계열 9명, 조선일보 계열 4명(조선일보 1명·TV조선 2명·월간조선 및 주간조선 1명), 중앙일보 계열 3명(중앙일보 1명·JTBC 2명) 등이다. SBS·MBN·OBS 출신은 각 1명이다.

▲ 제22대 국회의원선거(4·10 총선)에 출마한 국민의힘 및 국민의미래의 언론사 임직원 출신 초선 후보들 . 그래픽=안혜나 기자
▲ 제22대 국회의원선거(4·10 총선)에 출마한 국민의힘 및 국민의미래의 언론사 임직원 출신 초선 후보들 . 그래픽=안혜나 기자

언론사 퇴사에서 출마 선언까지 6개월이 채 되지 않은 경우도 여당이 많다. 국민의힘·국민의미래 7명, 더불어민주당 1명 등이다. 특히 YTN 출신 호준석(서울 구로갑), TV조선 출신 신동욱(서울 서초을)·박정훈(서울 송파갑), 동아일보·채널A 출신 정연욱(부산 수영) 후보 등이 지난 연말까지 방송사에서 기자·앵커로 일했다.

하종대 후보(경기 부천병)의 경우 2022년 채널A 선임기자에서 윤석열 대선 후보 언론특보로 직행했고, 한국정책방송원(KTV) 원장을 맡은 지 1년여 만인 올해 1월 퇴임했다. 김동원 후보(충청 청주흥덕)는 최근까지 아시아투데이 부사장(전 동아일보 기자)을 지냈다. 조선일보 군사전문기자 출신으로 정년퇴임을 한 달가량 앞뒀던 유용원 후보(국민의미래 비례 12번)의 경우 비례대표 신청 기간인 지난 5일 퇴사했다.

민주당에선 인천 부평갑 지역구 선거에 나선 노종면 후보가 지난해 3월 YTN에서 퇴사했으나, TV부문 대표로 합류한 스픽스에서 지난해 12월까지 시사 유튜브 방송을 진행했다. 스픽스는 문화체육관광부에 인터넷신문으로 등록된 매체다.

▲ 제22대 국회의원선거(4·10 총선)에 출마한 새로운미래, 소나무당, 자유민주당, 자유통일당, 무소속 언론사 임직원 출신 초선 후보들 . 조국혁신당의 경우 장기간 간판급 시사 프로그램을 진행해온 사례 반영. 그래픽=안혜나 기자
▲ 제22대 국회의원선거(4·10 총선)에 출마한 새로운미래, 소나무당, 자유민주당, 자유통일당, 무소속 언론사 임직원 출신 초선 후보들 . 조국혁신당의 경우 장기간 간판급 시사 프로그램을 진행해온 사례 반영. 그래픽=안혜나 기자

이번 선거일을 기준으로는 직행이 아니지만, 과거 언론사 퇴사 직후 정치권에서 활동해온 유형도 있다. 민주당 이정헌 후보(서울 광진갑)와 안귀령 후보(서울 도봉갑)는 각각 JTBC 기자·앵커, YTN 앵커로 일하다 지난 2022년 이재명 대선 후보 캠프에 합류했다. 2017년까지 국민일보 논설위원이었던 한민수 후보(서울 강북을)는 그해 민주당 정당발전위원을 맡았고, 이후 국회 대변인, 이재명 대선 캠프 공보수석 등으로 활동했다. 국민의힘에선 김기흥 후보(인천 연수을)가 KBS 기자로 일하다 2021년 퇴사해 윤석열 대선 후보 캠프에 부대변인으로 합류했고, 대통령실 행정관·부대변인 등을 거쳐 총선에 출마했다.

박종진 국민의힘 후보(인천 서을)의 경우 MBN·채널A 출신으로 2018년 재보궐선거, 2020년 21대 총선 등에서 낙선했다. 총괄사장·부회장 및 ‘신쾌도난마’ 진행 등을 맡았던 IHQ에서 지난해 8월 물러났다. 김장겸 국민의미래 후보(비례대표 14번)는 2017년 MBC 사장에서 해임됐고 21대 총선에 도전했다 경선에서 컷오프됐다. 이후 국민의힘 포털TF 공동위원장, 가짜뉴스·괴담방지특위 위원장 등으로 활동해 왔다.

신장식 조국혁신당 후보(비례 4번)의 경우 언론사 임직원 이력은 없지만 21대 총선 정의당 비례대표 후보로 출마했다 사퇴한 뒤, TBS·MBC 등에서 본인 이름을 건 시사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MBC 라디오 ‘신장식의 뉴스하이킥’은 지난 2월까지 방송했다.

언론계 출신 초선 후보가 가장 많이 집중된 지역은 서울이다. 서울에 공천된 8명 중 더불어민주당 3명 중 2명(이정헌·한민수), 국민의힘 4명 전원(호준석·박용찬·신동욱·박정훈)이 방송사 앵커 출신으로 직행 논란이 있었던 후보들이다. 서울 외 지역구별로는 인천 6명, 전남 5명, 경북·부산 4명, 경기 3명 등으로 분포됐다. 비례대표 명단에 오른 경우는 8명이다.

앞서 직행 비판을 무릅쓰고 총선에 도전했지만 탈락한 이들도 다수 있다. 지난해 7월 퇴사해 10월 국민의힘 대변인으로 임명된 정광재 전 MBN 기자, 지난해 12월 충북 제천·단양 예비후보 등록 후 등록일 하루 전 날짜로 ‘소급 면직’된 이충형 전 KBS 인재개발원장 등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8월 사임해 나흘 만에 국민의힘에 입당, 총선 출마 선언한 허인구 전 G1 사장도 경선을 넘지 못했다. 김건희 여사와 친분설이 있는 진양혜 전 KBS 아나운서, 대통령실 행정관 출신 천효정 전 KBS 기자, 이정훈 전 동아일보 논설위원 등은 국민의미래 비례 공천을 신청했지만 명단에 들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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