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시춘 EBS 이사장. 사진=EBS
▲ 유시춘 EBS 이사장. 사진=EBS

유시춘 EBS 이사장이 용산 대통령실에서 여당 의원에게 ‘유 이사장을 흠집내야 한다’고 압력을 넣었다고 주장했다. 유 이사장은 지난 4일 발표한 국민권익위원회의 업무추진비 조사 결과 발표에 대해 “부끄러움 없이 살았다”며 “정연주 전 KBS 사장 때와 똑같은 방식”이라고 주장했다. 업무추진비 등의 부정사용 의혹으로 검찰이 기소해 공영방송 경영진을 해임한 방식을 말한다. 정 전 사장은 대법원에서 무죄 선고를 받았다.

유 이사장은 5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지난 2022년과 지난해 국정감사 때 국민의힘 어떤 의원으로부터 ‘용산에서 자꾸 유 이사장을 분담하라고 그런다, 어떻게든 흠집을 내라고 하는데 방어할 수 있는 자료를 달라’고 하더라”라며 용산 외압설을 제기했다. 대통령실에서 압력이 오는데 자신이 대통령실 상대로 방어할 수 있도록 유 이사장에게 협조를 요청했다는 주장이다. 관련해 미디어오늘은 5일 대통령실 대변인에게 입장을 물었지만 현 시점까지 답을 받지 못했다.

지난해 10월26일자 조선일보 기사를 보면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김병욱 국민의힘 의원이 EBS에서 유 이사장 업무추진비 내역 등을 받아 주말에 쓰거나 관광지에서 사용했다고 지적했다. 유 이사장은 “김병욱 의원은 아니다”라며 “(유 이사장 입장을 고려해준 게) 감사하기도 해서 그 의원 이름은 밝히지 않겠다”고 했다.

유 이사장은 이사장 임명 초에도 현 여당 측에 공격이 있었다고 했다. 당시 2017년 5월까지 문재인 대선후보 캠프에서 활동하다 2018년 9월 EBS 이사장으로 임명됐는데 관련 법에 따르면 대선에서 후보자 당선을 위한 자문·고문 역할을 하거나 당적을 가진 사람은 3년이 지나야 EBS 임원이 될 수 있다. 국민의힘의 전신인 자유한국당은 유 이사장이 문재인 캠프 ‘꽃할배 유세단’ 일원으로 활동한 영상을 공개하며 검찰에 고발했지만 당시 검찰은 무혐의 처분했다.   

유 이사장은 “당시 황교안 대표 체제였는데 그때도 세 가지를 고발하면서 해임을 촉구했는데 하나는 무혐의, 나머지는 각하돼 잠잠하더니 정권 바뀌었다고 이런 일이 일어나는데 날 부도덕한 사람으로 몰아가는 건 참으로 용납할 수 없다”며 “정연주 전 사장과 똑같은 루트”라고 주장했다. 

권익위는 지난 4일 유 이사장이 관련 법령·내규를 위반해 업무추진비를 정육점, 백화점, 반찬가게 등에서 부당사용해 EBS에 재산상 손해를 끼칠 것으로 볼 사안만 200여개 1700만 원 상당이 있고, 3만원 초과하는 식사 접대 등 청탁금지법 위반 소지 사안 50여개를 확인했으며 주말 등 휴무일과 관광지에서 부적절하게 업무추진비를 사용했다며 방송통신위원회와 대검찰청에 사건을 넘겼다. 

유 이사장은 “EBS 출연한 분들 중 승진을 하는 등 좋은 일이 있는 분에게 꽃을 보내기도 하고 명절에는 고마운 분들에게 와인이나 농수산물을 가격에 맞춰 보냈는데 백화점 안에 있는 가게에서 사서 백화점으로 잡힌다”며 “회사 근처에 있는 백화점”이라고 해명했다. 

정육점·반찬가게 사용에 대해 유 이사장은 “코로나 팬데믹이기도 하고 출연자 중 얼굴이 알려진 분들은 공개된 식당에 가기 부담스러울 수 있어서 음식을 포장해서 다른 편한 공간에서 먹었다”고 했다. 

유 이사장은 “2018년 9월에 처음 이사장으로 왔을 때 EBS가 다소 적자여서 업무추진비도 120만 원 있던 걸 2019년 100만 원으로 줄이고 다른 이사들 동의 얻어서 이사들도 줄였다가 적자가 회복된 다음에 복원했다”며 “해외연수비도 1억원 가까이 있는데 EBS를 위해 그것도 수신료정상화추진단 예산으로 돌리는 등 지난 6년간 EBS 재정을 아끼고 재정 확보하려고 노력해왔는데 무슨 EBS에 재산상 손해를 끼치느냐”고 반문했다.

EBS 측에 확인한 결과, EBS 이사회는 지난해 이사들 교육훈련비 8700만 원을 삭감했고, 2018년 120만 원이었던 업무추진비를 다음해 2019년 108만 원으로 줄였다. 

관광지나 주말 사용에 대해 유 이사장은 “제주, 부산, 경주, 광주 등 지역에서 프로그램 관련 행사나 워크샵 끝나고 같이 밥을 먹은 건데 (권익위가) 관광지에서 먹었다고 해놨다”며 “주말 사용은 임기 초에 왔을 때 관련 고지는 없었다”고 말했다. 

이사장 재임 초 일부 식사비가 인당 3만 원을 초과한 점은 인정했다. 유 이사장은 “밥을 먹다보면 액수가 넘을 수도 있는데 부주의했다”며 “나중에는 인지하고 맞춰서 썼다”고 말했다. 

유 이사장은 권익위에서 서류로 조사요청이 왔는데 백화점 등에서 사용한 것, 주말 등 휴무일에 쓴 것, 관광지에서 쓴 것 등 세 가지로 나눠 포괄적으로 해명했다고 답했다. 그는 “(권익위가) 이렇게 발표할 거면 그 돈을 왜 썼는지도 당사자에게 물어봐야 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 

유 이사장은 1985년 서울 장훈고 교사 시절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민가협) 결성식 사회를 본 뒤 해직됐다. 그는 자신이 정 전 사장처럼 업무추진비 관련해 방통위가 자신을 해임하고 검찰이 기소하는 방향으로 갈 수 있다면서 “민가협 총무하다가 그때도 전두환한테 영광스럽게 해임당했고 이걸(권익위 조사)로 방통위가 해임해도 하나도 두렵지 않다”며 “EBS에 와서 시민의식 함양할 수 있는 여러 프로그램을 고민했고 재정을 안정화하려고 국회, 언론, NGO 관계자들 열심히 만난 거 EBS 구성원들이 다 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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