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출입기자들이 양당으로부터 보도 관련 유감 및 정정 보도 요청 메시지가 빈번하게 등장하고 있다.

대부분 “언론보도는 사실과 다르다”며 참고를 요청하는 내용이다. 오보라고 판단되면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해서 정정보도를 청구하거나, 법적 대응을 통해 바로잡는 방안이 있다. 다만 공천관리 국면에서 추가 보도 확산을 막는 게 우선이어서 공지를 통해 전체 언론에 경고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경고는 근거를 담고 있는 추가 보도에 대한 위축효과로 나타날 수 있다. 정당의 경우 공천 문제는 한 건의 보도로도 영향을 크게 받게 되는데 언론이 충분한 사실 확인 없이 내지르는 보도를 하고 있다는 불만이 크다.

지난 14일 국민의힘은 인요한 전 혁신위원장에게 비례정당 공천관리위원장직을 제안했다는 보도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고 알려드린다. 보도에 참고바란다”고 공지를 냈다. 뉴스1이 “국민의힘이 인요한 전 혁신위원장에게 총선용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가칭)’의 비례대표 공천관리위원장직을 제안한 것으로 파악됐다. 4·10 총선에서 역할론이 제기된 인 전 위원장이 국민의힘 비례대표 명단 작성을 주도할지 이목이 쏠린다”고 보도한 것을 겨냥한 것이다.

그리고 20일 조선일보은 “국민의힘 내에서 인요한 전 혁신위원장이 비례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 대표를 맡는 방안이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결국 국민의힘은 ‘국민의미래’ 당 대표에 조철희 국민의힘 총무국장을 내정했다. 인요한 전 혁신위원장을 위성정당 대표의 유력한 인물이라고 보도한 내용은 결국 오보였던 셈이다. 일부 정치인들의 발언과 희망사항을 인요한 전 위원장 ‘검토설’로 포장하고, 실제 임명이 유력하다는 식의 추측성 보도를 내놓은 것이다.

언론과 정당의 주장이 맞서면서 어떤 게 진실인지 모르는 상황도 발생한다. 지난 20일 헤럴드경제는 <탈당 차단 나선 與...‘현역 하위 10%’ 경선 치른다>고 단독 보도했다. 해당 보도는 연일 ‘시스템 공천’을 강조하고 있는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의 발언을 탄핵시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헤럴드경제는 “국민의힘이 ‘현역의원 평가(교체지수) 하위 10%’에 속한 현역에게도 경선 기회를 부여한다. 당초 하위 10%는 ‘공천 원천 배제’를 의미하는 컷오프 대상이었으나, 경선 면접 결과까지 반영해 최종 통보하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민주당에서 컷오프 통지를 받은 현역 의원들이 반발하는 사태를 보고, 이를 피하기 위해 국민의힘이 원래 있던 기준을 무시하고 꼼수를 부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국민의힘은 “일부 언론의 ‘현역 하위 10% 전원 경선’ 관련 보도는 오보이다. 하위 10%에 해당하는 후보는 경선에 참여할 수 없음을 밝힌다”라고 공지했다. 헤럴드경제는 이 같은 국민의힘 입장을 반영해 “한편 국민의힘은 보도와 관련해 ‘하위 10%에 해당하는 후보는 경선에 참여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는 내용을 기사 말미에 덧붙였지만 정정은 하지 않았다.

▲ 국회의사당
▲ 국회의사당

상대적으로 공천 잡음 문제가 빈번하게 보도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에서 언론 보도 관련 공지가 더 많이 속출하고, 대응 강도도 더 센 편이다.

지난 16일 임혁백 민주당 공직선거후보자추천관리위원장 명의로 올라온 공지가 대표적이다. 임 위원장은 “어제 모 언론사가 공천심사와 관련된 대표 연루설, 일부 의원 컷오프, 적합도조사 내용공개를 보도했다”며 “허위, 추측성 보도로 인해 민주당 공천관리위원회의 공정성을 해치는 것은 물론 보도에 언급된 당사자들을 고통스럽게 하고 있다”고 밝혔다.

해당 보도는 동아일보 <이재명, 심야회의서 노웅래-기동민 등 ‘현역 컷오프’ 논의>라는 제목의 보도로 보인다. 동아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3일 밤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비공개 지도부 회의를 열고 현역 의원 컷오프 논의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며 “뇌물수수 의혹을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는 4선 노웅래 의원이 컷오프 대상으로 유력하게 거론됐고 ‘라임 금품수수 의혹’으로 재판 중인 재선 기동민 의원과 비례 이수진 의원에 대한 공천 배제 여부도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보도의 근거는 민주당 핵심 관계자인데 비공개 회의 내용의 구체성이나 참석 인원을 정확히 명시한 대목으로 봤을 때 설득력이 높다.

밀실 공천 잡음 최고조라는 흐름으로 언론보도가 쏟아지자 민주당은 경고성 의미의 단순 공지를 넘어 정정보도 청구 및 언론중재위원회 제소 입장을 밝혔다.

지난 19일 뉴시스는 <[단독]임혁백 공관위원장, 밀실공천 논란에 “이런 일 없도록 하겠다”>에서 “임 위원장은 이날 오전 현역 의원들과 한 통화에서 이 대표의 밀실공천 논란과 관련해 ‘앞으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보도 내용이 사실이면 이재명 대표 체제의 공천을 공관위원장이 밀실 공천으로 규정짓고 정면 반발한 것이 된다.

하지만 뉴시스 보도는 “한 중진 의원은 최근 이 대표가 참모들과 현역 컷오프를 논의한 것과 관련해 ‘시스템 공천’이 무력화됐다는 취지로 임 위원장에게 항의했다고 한다”라는 내용처럼 ‘전언’에 해당한다. 임혁백 공관위원장은 관련 보도에 대해 “전혀 사실이 아니다. 정확한 사실확인 없이 보도한 점에 대해 해당 언론사에 정정보도를 요청한다”고 밝혔다.

중앙일보는 20일 <[단독]홍영표 뺀 “정체불명 여론조사”...이재명 시장때 용역업체 작품>에서 현역 의원을 빼고 친명계 인사를 넣어 돌린 여론조사가 있다며 해당 업체를 ‘한국인텔리서치’라고 지목했다. 그러면서 “‘한국인텔리서치’는 이재명 대표가 성남시장 재선 도전을 앞둔 2013년 ‘성남시 시민만족도 조사’ 용역을 받아 수행했었다”고 보도했다. 이재명 대표와 연관된 업체가 친명계 인사에 유리하게 판을 짠 여론조사를 진행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중앙일보는 21일 <[단독] ‘비명학살’ 하위 20% 평가…‘이재명 성남시’ 업체들 참여>에 이어 22일에도 <[단독] ‘박용진 꼴찌’ 근거 여론조사도 ‘이재명 성남시’ 용역업체 담당>을 보도했다.

중앙일보는 지난해 말 진행된 선출직공직자평가 지역활동 수행평가에 참여한 4곳의 여론조사 업체 가운데 2곳이 이재명 대표의 성남시장 시절, 성남시와 관련된 업체인 것으로 확인됐다며 KSOI(한국사회여론연구소), 리서치디앤에이, 우리리서치, 티브릿지 등 4개 업체가 PPT(프레젠테이션)와 면접을 거쳐 선정됐다고 보도했다. KSOI(한국사회여론연구소), 리서치디앤에이(옛 한국인텔리서치)가 ‘문제’의 여론조사 업체라는 내용이다.

그러자 민주당은 21일 중앙일보 보도에 대해 “악의적인 기사”라며 “KSOI는 민주당이 예전 중요선거 시 여론조사를 의뢰하여 맡아서 진행했던 업체다. 또한 한국인텔리서치가 13년도에 한 번 성남시 조사를 했다는 이유로 평가위 업무 수행을 이재명 성남시 업체들이 주도했다는 주장을 편 보도에 강한 유감을 표하며, 정정 보도를 요청한다”고 밝혔다.

22일에도 민주당은 “한국인텔리서치가 13년도에 성남시 조사를 했다는 이유로 연 이틀 이재명 성남시 업체가 평가를 맡았다는 기사를 낸 언론의 악의적 보도에 강한 유감을 표한다”며 “어제 공지를 통해 사실관계를 설명하였음에도 악의적인 제목으로 보도를 강행한 해당 언론사를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한다”고 밝혔다.

선거가 임박한 가운데 언론중재위에 제소하는 것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내용을 바로잡게 되면 그에 따른 실익이 더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선거일 이전 정정 보도 수용으로 결론나면 언론을 향해 공세를 펴는 ‘반전’의 도구도 될 수 있다.

언론과 정당의 기싸움이 유독 공천관리 이슈에 집중돼 있는 것은 불확실성이 강한 문제와 관련해 언론은 일단 보도를 내놓고, 정당은 부인하는 행태가 맞물려있기 때문이다. 특히 공천 대상 포함 및 배제에 대한 보도는 특정 정치인의 입김이 들어갈 여지가 커 기우제 보도나 추측성 보도로 흐를 위험도 많다. 반대로 정당은 리스크를 최소화시키기 위해 일단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을 내놓고 있지만 향후 결과를 놓고 보면 언론 보도가 맞는 경우도 벌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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