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 신년대담을 진행한 박장범 KBS 앵커가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를 직접 표현하지 못하고, 질문의 논점을 대통령과 여당 입장에서 해 비판이 봇물을 이룬다. KBS 출신 인사들은 “충격, 비루하다”, “권언유착”이라고 비판했고, 정치권에서도 “낯부끄러운 홍보영상”, “어용방송”, “다큐드라마”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박장범 KBS 앵커는 지난 7일 밤 10시부터 KBS 1TV로 방송된 <KBS 특별 대담-대통령실을 가다>에서 윤석열 대통령에게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논란을 ”‘파우치’, ‘외국 회사의 조그만 백’을 어떤 방문자가 김건희 여사를 만나서 놓고 가는 영상이 공개됐다”, “저렇게 검증되지 않은 사람이 몰래카메라를 장착하고 대통령 부인에게 접근할 수 있었을까, 의전과 경호의 문제가 심각한 것 아니냐라는 생각을 가장 먼저 사람들이 했다”고 질문했다. 이어 “여당에서 정치공작의 희생양이 됐다고 얘기하는데 동의하느냐”고도 했다. 여당 입장에서만 질문하고 저런 고가의 가방을 대통령 부인이 받은 것은 문제가 아니냐, 수사를 받아야 한다는 야당의 입장이나 국민이 의심하는 관점의 질문은 누락했다.

이에 KBS를 포함한 언론인 출신 인사들은 충격이라는 반응을 내놓았다. KBS 아나운서 출신의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8일 오전 BBS불교방송 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저한테는 좀 의아하고 충격적이었던 건 (앵커가) 명품백을 명품백이라고 말하지 못하더라”라며 “그게 참 비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비판했다. 고 의원은 “KBS 공영방송이 어쩌다 저 지경까지 갔나”라며 “명품백을 말하지 못하는 앵커의 모습을 보면서 얼마나 많은 KBS의 조직원들이 자괴감을 느꼈을까”라고 반문했다. 그는 “수신료를 내고 계신 국민들도 이게 공영방송이 맞나 하는 생각이 들었을 것 같아서 참 씁쓸했다”고 지적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7일 방송된 KBS 특별대담 대통령실을 가다에서 대통실을 방문한 박장범 KBS 앵커를 반갑게 맞이하고 있다. 사진=KBS 영상 갈무리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7일 방송된 KBS 특별대담 대통령실을 가다에서 대통실을 방문한 박장범 KBS 앵커를 반갑게 맞이하고 있다. 사진=KBS 영상 갈무리

고 의원은 윤 대통령이 사과도 하지 않은채 ‘매정하게 끊지 못한 게 문제’라고 한 것을 두고 “매정하게 끊지 못해서 그게 뇌물”이라며 “그걸로 죄의 대가를 치르는 거다. 사과는 마무리가 아니라 시작이었는데, 사과조차 없었던 대담”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퇴사한 최경영 전 KBS 기자도 8일 오전 페이스북에 “KBS 박장범 기자는 ‘이른바 파우치논란’이라고 불러왔었느냐. 어?”라며 “KBS는 그랬느냐. ‘조그마한 백이죠’? 어색하다. 궁색하네. 민망하지”라고 지적했다. 최 전 기자는 “방송용으론 명품백, 세간에선 디올백이라 불러왔는데…언론사가 스스로 세상을 멀리하고 용산과 애정하니 그걸 이른바 권언유착, 전문용어로 쇼라고 하더라”고 비판했다. 박성제 전 MBC 사장도 이날 페이스북에서 “KBS 앵커가 스스로 '파우치'라는 단어를 생각해냈다면 한심한 일이고, 대통령실이 사전에 '파우치'로 불러 달라 요구하고 KBS가 수용했다면 더 한심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정치권에서도 비판이 봇물처럼 터져나왔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8일 오전 정책조정회의에서 전날 대담 방송을 두고 “낯부끄러운 홍보영상에 불과했다”며 “(국민들의 사과여론에도) KBS 앵커는 ‘외국회사의 자그마한 파우치’로 축소하고, 그 장면을 보면서 경호문제를 가장 먼저 생각했을 것이라고 본질을 왜곡했는데, 방송이 장악됐다라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측은함까지 느껴졌다”고 비판했다. 박 의원은 “KBS와 대통령은 김건희씨 보호를 위해 금품수수에 대한 사과는커녕 유감도 표시하지 않았다”며 “김건희씨가 현 정부의 최우선순위고 이 관련된 치부와 범죄는 어쩔 수 없는 성역이 돼 버린 것이냐”고 반문했다.

▲박장범 KBS 앵커가 지난 7일 밤 방송된 KBS 특별대담 대통령실을 가다에서 윤석열 대통령에게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와 관련해 신분이 검증안된 사람이 접근한 이유가 뭐냐고 질문하고 있다. 사진=KBS 영상 갈무리
▲박장범 KBS 앵커가 지난 7일 밤 방송된 KBS 특별대담 대통령실을 가다에서 윤석열 대통령에게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와 관련해 신분이 검증안된 사람이 접근한 이유가 뭐냐고 질문하고 있다. 사진=KBS 영상 갈무리

김성주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도 이날 회의에서 “대통령의 신년회견이 공영방송 KBS가 연출하는 예능프로그램으로 변질한 것을 보았다”며 “유감과 사과를 기대했다가 우롱당했다고 느꼈다”고 비판했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도 이날 “KBS 책임도 매우 크다”며 “박민 사장 취임과 함께 KBS 점령해서 전두환 시절 어용방송으로 되돌아갔다”고 비판했다. 홍 원내대표는 “KBS의 정권홍보 방송 전락을 지켜보는 것도 국민에게 큰 고통이었고 실망이었다”고 했다. 홍 원내대표는 미국 백악관 최장수 출입기자였던 헬런 토마스 여사가 ‘대통령에 질문할수 없는 사회는 민주주의 사회가 아니다. 질문하지 않으면 대통령은 왕이 된다’고 한 말을 소개하기도 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검사시절의 대통령께서 지금 영부인과 가족을 대하는 잣대로 수사를 하셨다면 절대 스타검사 윤석열은 없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KBS 아나운서 출신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8일 오전 BBS 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김건희 여사 명품백 언급도 하지 못한 공영방송 KBS의 박장범 앵커에 대해 비루하다고 비판하고 있다. 사진=BBS 아침저널 영상 갈무리
▲KBS 아나운서 출신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8일 오전 BBS 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김건희 여사 명품백 언급도 하지 못한 공영방송 KBS의 박장범 앵커에 대해 비루하다고 비판하고 있다. 사진=BBS 아침저널 영상 갈무리

손솔 진보당 대변인도 기자회견에서 앵커가 사건의 위중함을 축소한 점을 두고 “KBS는 대통령이 듣기에 불편하지 않은 말들로만 골라 대담하며, ‘KBS는 완전히 대통령 편이다’고 어필하고 싶었던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신지혜 새진보연합 대변인도 이날 “KBS는 대통령이 하고픈 말을 다 하게 해주는 언론사라고 으스대고 싶었느냐”고 되물었다. 곽대중 새로운선택 대변인도 “차라리 안 하느니만 못한 방송이었다”며 “공영 방송의 전파를 남용한 역대 최악의 대통령 홍보물이었다”고 성토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우려가 나왔다. 민주당을 탈당한 뒤 최근 국민의힘에 입당한 이상민 의원은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평균적 국민의 기대에 비추어 보면 그걸 채우기는 좀 어려웠을 것”이라며 “해명과 함께 사과도 필요하지 않았을까. 오히려 툭툭 털고 나갔으면 좋지 않았을까”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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