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민주당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으로 구속기소된 윤관석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 탈당)에 실형을 선고하면서 죄질이 불량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 판결 설명자료를 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2부(김정곤 김미경 허경무 부장판사)는 31일 정당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윤관석 의원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함께 기소된 강래구 전 한국수자원공사 상임감사위원에겐 징역 1년8월과 벌금 600만 원, 추징금 300만 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윤관석 의원이 금품제공을 권유하고 6000만 원을 받은 것 모두 정당법 위반으로 유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강래구 등으로부터 국회의원 제공 명목으로 3000만 원씩 2회에 걸쳐 합계 6000만 원을 제공받은 사실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강래구 전 감사위원에 대해서도 △송영길 경선캠프에서 실질적인 조직총괄본부장 역할을 수행하면서 이정근에게 지역본부장, 지역상황실장들에 대한 금품제공을 권유한 사실 △이정근과 공모해 이성만으로부터 1000만 원을, 박영수와 공모해 김영권으로부터 5000만 원을 받은 사실 △이정근, 박용수와 공모하여 윤관석에게 국회의원 교부 명목의 2차 현금 3000만 원을 제공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윤관석 국회의원(전 더불어민주당)이 지난해 7월29일 국학기공대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윤관석 페이스북
▲윤관석 국회의원(전 더불어민주당)이 지난해 7월29일 국학기공대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윤관석 페이스북

재판부는 양형 이유에서 “당 대표 경선에서 금품제공을 통해 선거인들을 포섭하고자 한 이 범행은 당 대표 경선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저해하고, 선거의 불가매수성과 정당민주주의를 위협하는 것으로서 그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며 “금품제공 범행이 여러 차례 조직적으로 반복되었고, 액수도 적지 않으며 범행의 불법성도 중대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정치 불신이 심각한 사회에서 정당민주주의에 대한 신뢰를 크게 훼손해 피고인들의 죄책이 무겁다”며 “규제의 사각지대인 당내 선거에서의 그릇된 관행에 경종을 울리고 금권선거의 구태가 반복되는 것을 막기 위해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윤관석 의원의 태도를 두고 △6000만 원이라는 큰 금액을 받고, 금품제공 범행 계획과 실행을 한 점 △범행을 전면 부인하면서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 점 등은 불리한 정상으로 참작하였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민주당을 제외한 대부분의 정당은 성토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정광재 국민의힘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증거인멸, 꼬리자르기, 정치 공세 속에서도 만인은 법치 앞에 평등하다는 당연한 정의 실현”이라며 “어떤 범죄혐의보다 엄중하다”고 비판했다. 정 대변인은 “구속된 송영길 전 대표에 대한 법의 심판을 비롯해, 돈봉투 살포 혐의가 입증되었다면 받은 혐의가 있는 의원들에 대한 수사는 사필귀정”이라며 “민주당은 이제라도 국민께 먼저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전주혜 원내대변인도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에서 “이것으로 민주당의 매표행위가 만천하에 드러났다”며 “매표행위는 대의 민주주의의 근간을 저해하는 중대 범죄”라고 비판했다.

▲JTBC가 지난해 4월19일 뉴스룸에서 윤관석 당시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이정근 전 사무부총장의 통화 녹취록을 보도하고 있다. 사진 =JTBC 뉴스룸 영상 갈무리
▲JTBC가 지난해 4월19일 뉴스룸에서 윤관석 당시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이정근 전 사무부총장의 통화 녹취록을 보도하고 있다. 사진 =JTBC 뉴스룸 영상 갈무리

김가영 정의당 부대변인도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금권 선거라는 구태 정치로 정치 혐오를 가중시킨 중범죄자들”이라며 “재판부의 판단대로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고 비판했다. 김 부대변인은 이들의 탈당을 두고 “탈당이 끝이 아니다”라며 “민주당에서 당적 쇄신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고 밝혔다. 이 외에도 연루된 의원이 20여 명은 된다는 돈봉투 사건에 민주당은 발본색원해 혁신을 이끌어야 한다고도 했다.

곽대중 새로운 선택 대변인은 논평에서 “진짜 문제는 반성하지 않는 태도에 있다”고 비판했다. 곽 대변인은 민주당을 두고 “과연 정상적인 정당이 맞나 싶을 정도로 정체성이 심각하게 훼손되었다”며 “당 대표는 숱한 부패 혐의로 거의 매주 재판정을 오가고, 그러면서도 마치 없는 죄를 뒤집어써 박해를 당하고 있는 것마냥 이를 악물고, 돈 봉투 연루 의원들은 그 흔한 사죄의 변명조차 없다”고 지적했다. 송영길 전 대표가 “당내 잔치”에서 벌어진 일이니 괜찮다는 식으로 해명한 것을 두고도 곽 대변인은 “국민을 아연실색하게 했다”며 “민주당의 도덕적 파산을 보여주는 적나라한 풍경”이라고 지적했다.

김영호 개혁신당 대변인도 논평에서 “더불어민주당은 정당민주주의를 퇴행시키는 심각한 부패범죄에 국민 앞에 사죄하라”고 촉구했다. 김 대변인은 “법의 빈 틈을 이용해 조직적으로 금권선거를 저질렀다”며 “더불어민주당과 윤관석 의원은 당내에서 이뤄진 부패범죄에 분명한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을 하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아무런 목소리나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