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썩은 대게’가 논란이 됐다. 노량진 수산시장에 이어 속초에서도 ‘곰팡이가 핀 대게’ ‘썩은 대게’를 팔았다는 내용의 온라인 게시글이 주목을 받았다. 일부 언론이 대대적으로 전하며 논란이 확산됐다. 

언론이 주목한 썩은 대게

발단은 지난해 12월23일 네이트판에 올라온 <노량진수산시장 너무 화나네요> 게시물이다. 글쓴이는 아들이 서울 노량진수산시장에서 사온 대게에 문제가 있다며 사진을 올렸다. 사진 속 대게는 껍질과 살 곳곳이 검게 물들었다. 글쓴이는 “생선 썩은듯한 비린내가 진동을 했다”며 “대게 다리를 꺼내보고 경악했다”고 했다. 

▲ '썩은 대게' 논란을 다룬 기사 갈무리
▲ '썩은 대게' 논란을 다룬 기사 갈무리

12월24일 인사이트가 인터넷 커뮤니티 내용을 추가 취재 없이 전한 <노량진 수산시장 갔다가 ‘썩은 대게 다리’ 1만 5천원 주고 사 온 고등학생> 기사를 내면서 논란이 확산됐다. 이어 국민일보, 중앙일보, 조선일보, 세계일보, 뉴스1, 머니투데이, 한국경제, 매일경제, 서울경제, SBS, KBS 등이 보도했다. <“아이한테 쓰레기 팔았다”…노량진 수산시장 ‘썩은 대게’ 논란>(중앙일보), <“10대 아들이 노량진 시장서 사온 대게… 생선 썩은 듯한 비린내 진동”>(세계일보), <“노량진서 사온 것 보고 경악”…‘썩은 대게’ 항의했더니>(한국경제) 등이다. 

이후 속초에서도 문제가 있는 대게를 판매했다는 인터넷 게시물이 올라오자 ‘곰팡이’ ‘썩은 대게’ 등으로 규정한 기사가 쏟아졌다. <노량진 이어 속초서도 ‘썩은 대게’…“25만원 짜리에 곰팡이 덕지덕지”>(세계일보), <“뒷면에 곰팡이 잔뜩”…해돋이 보러간 속초서 ‘썩은 대게’>(머니투데이), <“속초의 한 횟집서 구매한 대게에 '검은 곰팡이'가 가득 피어있었습니다”>(인사이트) 등이다.

일부 보도는 식당측 반론을 받거나 비교적 균형 있게 사안을 전했다. 동아일보는 <노량진 이어 속초도 ‘상한 대게’ 논란…음식점 “흑변현상”> 기사를 내고 음식점 입장을 제목에 담았고, 한국일보는 <“노량진 ‘썩은 대게’가 속초에서도…” 검게 변한 대게 논란> 기사를 통해 ‘논란’으로 다루며 식당 사장의 반박을 담았다. 속초 식당 사장이 ‘흑변현상’이라고 주장하면서 ‘흑변현상’일 가능성을 제시하는 기사도 나왔다. 

그러나 다수 보도는 ‘곰팡이’ ‘썩은 대게’ 주장만을 보도하거나, 반론을 담더라도 일방적이고 단정적인 제목을 썼다. 특히 포털이나 소셜미디어 상에서 기사 제목을 읽고 지나칠 수 있는 독자들에게는 ‘썩은 대게’는 사실처럼 굳어질 수 있다. 

정말 썩은 대게였을까?

대게의 색이 변한 원인은 ‘흑변현상’일 가능성이 높다. 

‘흑변현상’은 전부터 논란이 됐다. 수산물 전문 거래 서비스인 ‘인어교주해적단’은 지난해 6월 콘텐츠를 통해 “대게를 쪄서 포장해 왔는데 집에 와서 열어 보니 검게 변해버린 적 있으신가요?”라며 ‘흑변현상’을 설명하는 콘텐츠를 작성하기도 했다. 콘텐츠에 따르면 흑변현상은 △냉장이나 상온에 방치할 경우 △냉동한 게를 천천히 해동할 경우 △덜 익힌 게를 상온에 방치할 경우 등이 원인이다. 언론 보도와 달리 썩거나 곰팡이가 핀 것이 아니고 색만 변한 것으로 인체에 해롭지 않다. 

‘흑변현상’은 왜 발생하는 걸까. 1990년 작성된 논문 <붉은 대게 가공에 있어서의 흑변방지에 관한 고찰>(박의보 저)은 대게의 흑변 현상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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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붉은 대게 가공에 있어서의 흑변방지에 관한 고찰' 논문 속 흑변현상 설명 대목

“단백성분 중 일부가 환원돼 h2s(황하수소)를 생성하며 생성된 유화수소는 혈액 중 헤모시아닌에서 분리된 Cu(구리)와 유화물을 만들어 흑변을 일으키게 된다.” 즉, 대게의 피에 있는 헤모시아닌이 산소와 결합해 검게 변하는 것이다. 갑각류의 피는 구리가 다량 함유된 헤모시아닌 성분으로 구성돼 있는데 산소를 만나면 헤모시아닌이 촉매제 역할을 한다.

여기에 전문가인 어류 칼럼니스트 김지민씨가 지난 2일 유튜브 콘텐츠를 통해 ‘흑변현상’일 수 있다고 밝혀 주목 받았다. 그는 인터넷에 올라온 사진을 제시하며 “바깥 공기와 맞닿는 부분과 관절 부분이 까맣다. 산소가 드나들고 맞닿는 부분”이라며 ‘흑변현상’의 근거로 설명했다. 그는 “실온이 높으면 2~3시간 만에 까맣게 된다”며 “1시간 이상 정도 대중교통을 이용했다고 한다. 추정이지만 난방을 많이 틀어놔 촉진했을 수도 있다. 혹은 시장에서 ‘흑변현상’이 있었는데 못 보고 샀을 수도 있다”고 했다.

▲ 어류 칼럼니스트 김지민씨 유튜브 콘텐츠 갈무리
▲ 어류 칼럼니스트 김지민씨 유튜브 콘텐츠 갈무리

언론 보도로 영업정지된 가게, 이번엔 ‘반박’ 전하는 언론

논란이 되자 노량진수산시장측은 대게를 판매한 가게의 영업을 중단시키고 조사에 나섰다. 일부 언론은 해당 가게가 문제가 있기에 영업중단 조치를 한 것처럼 보도했다.

‘흑변현상’일 가능성이 있지 않냐는 질문에 노량진수산시장 관계자는 지난 3일 통화에서 “저희가 직접 대게 상태를 조사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언론에서 문제로 보도해 우선 조치를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언론이 문제를 제기한 것이 영업정지의 원인이 된 것이다.  

▲ '썩은 대게' 논란을 보도한 언론사들. 이후 반박이 나오자 반박을 전한 보도를 냈다.
▲ '썩은 대게' 논란을 보도한 언론사들. 이후 반박이 나오자 반박을 전한 보도를 냈다.

소비자 입장에서 충분히 문제 제기 할 수 있는 사안이었지만 이와 별개로 언론이 추가 취재 없이 보도하면서 오해와 논란을 키운 모양새다. 인터넷 커뮤니티나 게시판 글을 소재로 기사를 쓰면서 잘못된 사실을 전하거나 불분명한 사실을 확산하는 경우는 전부터 반복되고 있다.

한 경제지에서 과거 온라인팀 인턴 기자를 했던 기자는 2021년 미디어오늘에 “일베, 펨코, DC, 여시(여성시대), 네이트판 등을 돌았고 이후 에타(에브리타임)가 주목 받자, 에타에도 방문했다. 한발이라도 빨리 보고 발제해서 쓰는 식이었다”고 밝혔다. 다른 언론사 닷컴사 소속의 기자는 조선일보, 중앙일보 등에서 나온 커뮤니티발 기사의 반응이 좋으면 데스크에서 ‘따라서 쓰라’고 한다고 했다. 

‘흑변현상’일 가능성이 제기되자 이번에는 김지민 칼럼니스트의 주장을 전한 보도가 쏟아지고 있다. 논란을 제기했던 위키트리는 <‘노량진 시장 썩은 대게’ 판 뒤집힐 전문가 증언 나왔다> 제목의 기사를 냈다. “노량진 썩은 대게 실화였다”고 보도한 중앙일보는 <“노량진 대게, 썩은 것 아니다”... 전문가가 밝힌 검은 점 정체> 기사를 냈다. 서울신문, 한국경제, 서울경제 등도 ‘썩은 대게’를 제목에 부각해 보도했다가 ‘사실이 아닐 수도 있다’는 내용을 보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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