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디지털미디어 인사이트 2024’의 부제는 ‘AI시대의 생존전략’이다. 이제 미디어와 AI는 떼려야 뗄 수 없다. 2024년은 미디어에 인공지능이 적극적으로 스며드는 해가 될 전망이다.

창작자와 인공지능 업체 간 학습 대가를 둘러싼 갈등은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인공지능 검색이 상용화되면 웹사이트의 위기가 현실화되고, 선거를 앞두고 인공지능발 허위정보 문제가 심화될 우려가 있다. 포털 뉴스 개편과 OTT 업계의 지각변동, 쿠키 기반 맞춤형 광고의 종말도 올해 예고된 현안이다. 2024년 미디어 업계 주요 현안을 담았다.

미디어에 스며든 AI, 창작자와 업체 간 갈등 심화

콘텐츠 제작 측면에서 영상 편집, 자료화면 제작, 더빙, 작곡, 작문 등에 인공지능 기술이 활용되고 있다. 앞으로 편의성 높은 통합 인공지능 서비스들이 상용화되면 창작의 장벽을 대폭 낮출 전망이다. 미디어 기업도 기술을 적극 활용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국내 언론 중에선 조선일보가 생성형 인공지능을 보도자료 기사 작성에 활용하고 있다.

▲ 인공지능, AI. 사진=gettyimagesbank
▲ 인공지능, AI. 사진=gettyimagesbank

인공지능을 통한 창작이 보편화되면서 충돌도 이어질 전망이다. 뉴욕타임스, 이미지 사이트인 게티이미지뱅크 등이 생성형 인공지능 업체가 자사 콘텐츠를 무단으로 학습시켰다며 법적 대응을 이어가고 있다. 인공지능 학습이 저작권 예외 사항인 ‘공정 이용’에 해당되는지가 쟁점이다. 한국에선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해 12월27일 온라인 사이트 속 정보도 무단 학습해선 안 된다는 내용의 AI 저작권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며 창작자측에 힘을 실었다. 그러나 인터넷기업들이 반발하고 있어 추후 제도 개선 과정에서 결론이 어떻게 내려질지 주목된다.

AI 검색 상용화와 웹사이트의 위기

2024년은 AI 검색이 상용화되는 해다. 현재 마이크로소프트의 빙, 구글, 네이버가 각각 생성형 인공지능을 접목한 검색 서비스의 테스트 버전을 선보이고 있다. 카카오는 자체 생성형 인공지능 서비스를 2024년 공개할 계획이다. 

▲ google 인공지능 검색화면
▲ google 인공지능 검색화면

AI 검색이 상용화되면 웹사이트 중심의 검색 생태계는 큰 변화가 예고된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발간한 <대규모 언어모델과 저널리즘>은 “검색 페이지 상단에 노출된 생성형 인공지능의 요약이 표준이 된다면 이익을 얻기 어려워지는 콘텐츠 창작자들이 사라질 수 있고 웹 전체에 피해를 줄 수 있다”고 했다. 웹사이트 접속 없이 뉴스를 읽고, 여행 정보나 맛집에 대한 정보를 얻고, 제품 구매를 하게 되면서 웹사이트 접속 자체가 크게 줄어들게 되는 것이다.

네이버 ‘뉴제평위’ 나온다

네이버 뉴스의 대대적 개편도 예고됐다. 네이버는 지난해 12월 ‘혁신준비포럼’을 출범해 알고리즘 공정성 강화, 포털 뉴스제휴평가위원회 구성 및 운영 개선, 가짜뉴스 대응 등 뉴스 서비스의 개선을 위한 종합 계획안을 마련해 1분기 중 발표할 계획이다. 포럼 발표를 계기로 네이버는 새로운 방식의 제휴 심사 모델을 만들고 뉴스 서비스 개편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특히 네이버가 단독으로 설립할 가능성이 있는 새로운 제평위가 어떤 방식으로 구성돼 어떻게 운영될지에 따라 언론사들의 희비가 엇갈릴 수 있다.

선거를 앞두고 포털 뉴스를 향한 압박도 강해질 전망이다. 김홍일 신임 방통위원장도 이동관 전 방통위원장에 이어 ‘포털 뉴스’ 문제를 주요 과제로 제시했다. 김홍일 위원장은 지난해 12월29일 취임사를 통해 “포털의 뉴스 추천과 배열 등을 결정하는 알고리즘의 신뢰성·투명성을 높이고 SNS 등에서 무분별하게 확산하는 가짜뉴스에도 적극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선거 앞두고 인공지능발 허위정보 위협

허위정보는 항상 논란이 되고 있지만, 2024년 미국 대선과 한국 총선이 인공지능발 허위정보의 무대가 될 우려가 있다. 미국에선 정치인 사칭 딥페이크 사례가 많다. 일본에선 지난해 기시다 총리 딥페이크 영상이 논란이 됐고, 한국에선 손석희 사칭 영상이 등장하기도 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지난해 행정명령을 통해 인공지능이 만든 영상의 경우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제작했다’는 표기를 의무적으로 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 인공지능 이미지 생성 서비스 미드저니로 만든 사진. 패러디 목적으로 만들었지만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체포된 것처럼 오인돼 논란이 됐다.
▲ 인공지능 이미지 생성 서비스 미드저니로 만든 사진. 패러디 목적으로 만들었지만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체포된 것처럼 오인돼 논란이 됐다.

사실과 다른 내용이 인터넷사이트 곳곳을 채울 수도 있다. 미국의 비영리단체 뉴스가드(News Guard)는 2023년 4월 ‘뉴스의 전부 혹은 대부분을 인공지능이 만드는 것으로 추정되는 사이트’가 49곳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두 달이 지난 6월엔 277곳으로 5배가 늘었다. 이들 사이트에선 의도를 갖고 허위사실을 지어내거나 인공지능이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처럼 작성하는 ‘환각현상’에 의해 잘못된 정보가 올라올 가능성이 있다. 지식검색 서비스나 이용자 참여 백과사전, 블로그 등에서 인공지능 답변을 인용한 글이 늘어나면서 잘못된 정보가 확산될 수 있다.

티빙·웨이브 합병과 트위치 철수

인터넷동영상업계도 지각변동이 예고돼 있다. 우여곡절 끝에 지난해 12월 티빙과 웨이브가 합병 양해각서를 체결하면서 OTT업계가 들썩였다. CJ ENM이 1대 주주, SK스퀘어(웨이브 모회사)가 2대 주주가 되는 방식으로 합병이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당장 통합 서비스를 내놓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CJ ENM, 네이버, SLL중앙, KT스튜디오지니, SK스퀘어, 지상파3사 등으로 구성된 주주들의 이해관계 조율이 이뤄질지가 관건이다. 이 과정에서 논의가 지지부진해지거나 일부 사업자들의 이탈 가능성이 있다. 

▲ 침착맨 유튜브 섬네일 갈무리
▲ 침착맨 유튜브 섬네일 갈무리

게임방송 스트리밍업체인 트위치가 오는 2월27일 국내 시장에서 철수하게 되면서 네이버가 새롭게 발표한 스트리밍 서비스 ‘치지직’과 아프리카TV가 스트리머와 이용자를 끌어오기 위한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침착맨(이말년 작가)은 두 서비스를 써보며 이용자들과 함께 테스트하는 모습을 영상으로 올려 주목 받았다. 네이버는 트위치 구독 이용자 영입을 위해 ‘구독기간 이어가기’와 ‘팔로우 스트리머 연동’ 기능을 내놨다. 아프리카TV는 트위치 계정으로 로그인하는 기능을 선보였다. 

쿠키 기반 맞춤형광고 시대의 종말

‘쿠키리스’(Cookie-less) 시대가 오고 있다. 파이어폭스와 사파리에 이어 2024년 3분기까지 구글 크롬 웹브라우저의 이용자 데이터제공이 전면 중단되면서 쿠키 기반 광고의 종말로 이어질 수 있다.

쿠키는 사용자가 웹에서 활동할 때 생성되는 데이터를 말한다. 언론사, 블로그 등 대부분의 웹사이트가 이 쿠키 정보를 활용해 맞춤형 광고를 제공해왔다. 구글이 2019년 글로벌 상위 500개 퍼블리셔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제3자 쿠키를 없앨 경우 매체당 평균 광고 수익이 50% 이상 떨어졌다.

2024년 광고시장 ‘훈풍’ 불 수 있을까

2023년 광고 시장 침체는 2024년에도 이어질까. 업계는 2023년보다는 나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나스미디어는 ‘2024년 디지털미디어&마케팅 전망’ 보고서를 통해 “2023년 한국경제는 글로벌 경기 침체와 고환율·고금리·고물가 기조로 내수 시장이 둔화했으나, 2024년에는 2023년 대비 기저효과로 인해 소폭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했다. 2024년 파리올림픽과 총선 등 ‘빅 이벤트’들도 긍정적 전망을 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다만 디지털 광고 쏠림 현상이 심화되고 있고 신문잡지 광고 시장의 반등 요인은 찾기 어렵다.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의 광고경기전망지수 보고서에 따르면 1월은 “전월 대비 광고비 집행이 소폭 증가할 것”이라며 온라인·모바일, 지상파, 라디오 광고비가 소폭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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