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오염수 ‘2차 방류’를 보도한 MBC ‘뉴스데스크’와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과 이재명 대표 구속영장 담당판사가 동기라고 주장한 김의겸 의원이 출연했던 KBS ‘주진우 라이브’가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가짜뉴스 신속심의센터’(이하 센터) 절차를 통해 ‘신속심의’에 상정된 것으로 확인됐다.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영상을 공개한 ‘서울의소리’는 김 여사가 대리인을 통해 명예훼손 민원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원신청 사주’ 의혹에도 방통심의위가 정치 심의에 주력하는 모양새다.

▲10월3일자 MBC 뉴스데스크 보도화면 갈무리.
▲10월3일자 MBC 뉴스데스크 보도화면 갈무리.

미디어오늘 취재를 종합하면 방통심의위는 지난 10월3일자 MBC ‘뉴스데스크’와 지난 9월22일자 KBS ‘주진우 라이브’를 ‘신속심의’ 안건으로 확정해 심의국에 송부한 상태다. 이후 열리는 방송심의소위원회(방송소위)에서 안건이 상정되면 법정제재 등 방통심의위 의결이 이뤄지고 이후 전체회의에서 의결이 확정되는 구조다. 방통심의위는 이른바 ‘가짜뉴스’ 대응의 일환으로 뉴스타파를 인용한 KBS, MBC 등에 수천만 원 과징금을 내린 바 있다.

MBC 뉴스데스크는 <오염수 2차 방류 준비..내년 3월까지 삼중수소 5조 베크렐 방류 계획> 리포트에서 “일본 도쿄전력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의 두 번째 방류를 위한 준비에 들어갔다”며 앵커 멘트를 내보내는 과정에서 후쿠시마 원전 등 여러 장의 사진을 배경 화면으로 썼는데, 가장 마지막에 한 대형 선박 옆에 죽어있는 물고기 떼 사진을 썼다. 국민의힘 ‘가짜뉴스·괴담 방지 특별위원회’(위원장 김장겸)는 지난 10월4일 가짜뉴스센터 신고 사실을 밝히며 “오염수 방류와 물고기 떼죽음은 인과관계가 없다. 오염수 방류로 물고기가 떼죽음 당했는가”라며 “MBC PD수첩이 저지른 광우병 파동을 연상케 하는 대목”이라 주장했다.

▲9월22일자 KBS ‘주진우라이브’ 갈무리.
▲9월22일자 KBS ‘주진우라이브’ 갈무리.

9월22일자 KBS ‘주진우 라이브’에서 김의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재명 대표 구속영장 담당판사가 한동훈 법무부장관과 서울대법대 92학번 동기”라고 주장한 것을 놓고도 국민의힘 가짜뉴스 특위는 “새빨간 거짓말이다. 두 사람은 동기도 아니고 서로 모르는 사이라고 법무부가 밝혔다”고 비판했다. 이후 김 위원은 페이스북에 “제가 취재하는 과정에서 구멍이 있었나 보다”라고 했다.

‘신속심의’ 안건으로 상정된 두 방송은 ‘가짜뉴스 신속심의센터’로 접수된 민원이다. 지난달 방통심의위가 발표한 ‘허위조작콘텐츠 신속심의 절차’에 따르면 센터는 허위조작콘텐츠 심의신청 접수 시 내용을 검토해 전체 위원에게 접수 현황 및 의안제의서를 보낸다. ‘위원장은 단독’, ‘심의위원의 경우 재적위원 3분의 1 이상’이 제의할 경우 신속심의 안건으로 확정하는데, MBC ‘뉴스데스크’와 KBS ‘주진우 라이브’는 여권 추천 위원인 김우석, 황성욱, 허연회 위원이 이번달 초 제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김만배·신학림’ 녹취록을 보도한 뉴스타파 이후 첫 ‘신속심의센터’를 통한 민원 심의다. 그간 ‘가짜뉴스 신속심의센터’는 뉴스타파를 제외하고 접수된 민원을 처리하지 못해 ‘유명무실’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엄중 조치’를 예고했던 뉴스타파조차 방통심의위는 제재를 내리지 못하고 서울시로 공을 넘겼다. 다만 인터넷언론사 심의 전례가 없던 통신심의소위원회(통신소위)로 넘어간 뉴스타파와 달리 MBC ‘뉴스데스크’와 KBS ‘주진우 라이브’는 그간 과징금 부과 등을 해왔던 방송심의 영역이라 여권 다수결로 제재를 의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유튜브 채널 ‘서울의소리’와 장인수 전 MBC 기자는 지난달 27일 김건희 여사가 300만 원 상당의 명품 파우치를 거절하지 않는 몰래카메라 영상을 보도했다. 사진=서울의소리 화면 갈무리.
▲ 유튜브 채널 ‘서울의소리’와 장인수 전 MBC 기자는 지난달 27일 김건희 여사가 300만 원 상당의 명품 파우치를 거절하지 않는 몰래카메라 영상을 보도했다. 사진=서울의소리 화면 갈무리.

방통심의위 통신소위엔 명품백수수 영상을 보도한 ‘서울의소리’ 관련 김건희 여사의 대리인이 신청한 명예훼손 심의 민원이 접수된 것으로 확인됐다. 박근혜 정부 당시 제3자 명예훼손 심의 신청 규정 개정 논란이 불거졌고 방통심의위는 공인의 경우 당사자 또는 대리인만 신청 가능하도록 결정했다. 즉 김 여사 본인이나 대리인이 나서지 않으면 명예훼손 심의가 불가능하다.

김준희 전국언론노동조합 방통심의위지부장은 지난 20일 미디어오늘 인터뷰에서 “류희림 위원장이 서울의소리 예고방송을 보고 격노했다고 하더라. 바로 통신소위를 통해 조치하려 했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규정상 방통심의위가 먼저 조치를 할 수는 없다”며 “심의를 하려면 민원을 명예훼손으로 넣어야 하는데 공인의 명예훼손은 당사자 또는 대리인의 신고가 있어야 한다. 실무진의 만류가 있었고 지금은 대리인을 통해 신고가 온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 방통심의위 '가짜뉴스 신속심의센터'. 사진=박재령 기자
▲ 방통심의위 '가짜뉴스 신속심의센터'. 사진=박재령 기자

방통심의위 홍보팀 관계자는 26일 통화에서 MBC ‘뉴스데스크’와 KBS ‘주진우 라이브’의 ‘신속심의’ 안건 상정과 관련해 “공식적으로 소위원회 안건이 상정되기 전까진 내용을 확인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김건희 여사의 대리인 민원에 대해서도 “민원인 정보라 확인해드리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한편 방통심의위는 지난 21일 위원장 주재로 실·국장 회의를 열고 신속심의센터를 오는 31일 종료하고, 2024년 1월1일부터는 상시 신속심의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방통심의위는 신속심의 절차를 성공적으로 안착시켜 운영했기 때문에 상시 신속심의로 전환하겠다는 주장이지만 센터 출범 전부터 직원들이 반발했고, 출범 후엔 팀장급 11명·평직원 150명 연서명이 나오는 등 거센 반발에 부딪혔다. 특히 평직원 전원이 원직 복귀를 요구해 운영이 힘든 상황이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