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을 국빈으로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공식 환영행사가 주요 방송사를 통해 전해진 가운데, KBS가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당한 시간을 들인 보도의 내용은 윤 대통령이 얼마나 환대를 받고 있는지 설명하는 데 집중됐다.

찰스 3세 국왕의 초청으로 영국 국빈방문 중인 윤 대통령은 영국 현지시각으로 21일 호스가즈(Horse Guards) 광장에서 진행된 공식 환영식에 참석했다. 역대 한국 대통령의 영국 국빈 방문은 2004년 고 노무현 전 대통령, 2013년 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세 번째다.

▲2023년 11월21일(현지시간) 영국을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과 배우자 김건희 여사가 21일(현지시간) 런던 호스가즈 광장에서 열린 공식 환영식에서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찰스 3세 영국 국왕, 커밀라 왕비, 윌리엄 왕세자, 케이트 미들턴 왕세자빈, 리시 수낵 총리 등이 함께 자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2023년 11월21일(현지시간) 영국을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과 배우자 김건희 여사가 21일(현지시간) 런던 호스가즈 광장에서 열린 공식 환영식에서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찰스 3세 영국 국왕, 커밀라 왕비, 윌리엄 왕세자, 케이트 미들턴 왕세자빈, 리시 수낵 총리 등이 함께 자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지상파, 종편 등 주요 방송사들은 저녁 시간대 메인뉴스 프로그램에서 리포트 등을 통해 윤 대통령의 환영식 참석과 양국 관계가 격상될 것이라는 해석을 전했다. 관련 보도에는 22일 윤 대통령이 한영 정상회담에서 양국 관계를 ‘글로벌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시키고, 미래 협력을 위한 ‘다우닝가 합의’(Downing Street Accord)를 채택할 것이라는 성과 전망 등이 주로 포함됐다.

이는 SBS ‘8뉴스’ <윤 대통령 곧 버킹엄궁 환영식에 참석…한영 관계 ‘격상’>, MBC ‘뉴스데스크’ <잠시 뒤 공식 환영식..한영관계 “글로벌 전략동반자로 격상”>, MBN ‘뉴스7’ <한영 ‘다우닝가 합의’ 맺는다…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 등 짤막한 리포트를 통해 소개됐다.

채널A ‘뉴스A’의 경우 <영국 국빈 환영식…원전 MOU 8건 체결> 리포트에서 이번 순방 기간 양국이 원전 관련 8건의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영국의 신규 원전 사업을 추진할 거라 전망했다. TV조선 ‘뉴스9’ <尹, 英 찰스국왕 첫 국빈환영식 참석…22일 의회서 영어 연설> 리포트는 윤 대통령의 영국 의회 영어 연설에 방점을 뒀다.

▲2023년 11월21일 MBC '뉴스데스크', JTBC '뉴스룸' 갈무리
▲2023년 11월21일 MBC '뉴스데스크', JTBC '뉴스룸' 갈무리

최근 전국민적 혼란을 부른 ‘행정전산망 마비 사태’ 원인이 규명되지 않은 가운데 윤 대통령 국빈방문에 동행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을 질책한 보도들도 있었다.

MBC ‘뉴스데스크’는 “‘긴장을 유지하겠다’던 이 장관은 오늘 영국으로 출국했다”며 “장비의 오류 원인은 사태 발생 닷새째인 오늘까지도 미궁에 빠져 있다”고 지적했다. JTBC ‘뉴스룸’도 “전문가들은 오류가 났던 네트워크 장비를 교체한 건 땜질 처방일 뿐이고 소프트웨어 전반을 다시 들여다 봐야 한다고 말한다”며 “디지털 재난은 현재진행형인데 성과는 홍보하는 상황. 답답한 건 항상 국민”이라고 꼬집었다. SBS ‘8뉴스’의 경우 “모레(23일) 예정된 국회 행안위 현안 질의에는 고기동 차관이 참석하기로 했다”며 “민주당은 무책임한 출국이라며 이 장관을 비판했다”고 전했다.

뉴스시간 10분의1가량, 윤 대통령이 받는 의전 설명에 할애

KBS ‘뉴스9’의 경우 <윤 대통령, 영국 국빈방문… ‘다우닝가 합의’ 채택키로> 리포트에서 윤 대통령의 국빈 방문 성과를 전망한 뒤, 앵커와 기자 대담을 통해 윤 대통령이 받는 ‘의전’ 설명에 집중했다.

박장범 ‘뉴스9’ 앵커가 “국제사회에서 가장 화려한 의전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소개하면서 시작된 대담은 공식 환영식 영상을 5분여간 보여주면서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 등이 어떤 의전을 받고 있는지 설명하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취재기자의 현장 설명이 이어지는 가운데 박 앵커가 “제가 런던 특파원 할 때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국빈 방문했던 당시 상황이 또 떠오르기도 한다”는 설명을 덧붙이기도 했다.

▲2023년 11월21일 KBS '뉴스9' 갈무리
▲2023년 11월21일 KBS '뉴스9' 갈무리
▲2023년 11월21일 KBS '뉴스9' 갈무리
▲2023년 11월21일 KBS '뉴스9' 갈무리

50분가량의 전체 메인뉴스에서 5분35초는 상당히 긴 시간이다. YTN이나 연합뉴스TV 등 하루종일 뉴스 프로그램을 방영하는 보도전문채널이 아닌 경우, 메인 뉴스 프로그램에서 홍보성으로 비칠 수 있는 현장 설명에 오랜 시간을 할애하는 경우는 이례적이다.

이는 과거 KBS가 두 명의 전직 대통령의 영국 국빈방문을 보도했을 때와도 대비된다. 2004년 12월 고 노무현 대통령의 영국 국빈방문 당시 ‘뉴스9’는 7~8번째 순서로 배치한 각 1분40초 안팎의 리포트로 관련 소식을 전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영국 국빈방문이 있었던 2013년 11월엔 15번째 순서로 현 ‘뉴스9’ 앵커인 박장범 런던특파원의 현장 중계가 이뤄졌다. 박 앵커는 당시에도 “국제 외교무대에서 최상급 의전으로 꼽히는 여왕 초청 국빈 방문은 화려함과 전통, 격식을 잘 보여주고 있다”면서 의전의 화려함을 부각했으나, 총 중계 시간은 2분58초로 3분에 미치지 못했다.

▲2004년 12월2일, 2013년 11월5일 KBS '뉴스9'
▲2004년 12월2일, 2013년 11월5일 KBS '뉴스9'

대통령 행보에 대해 다각도의 해설이나 분석 없이 동정에 주력하는 보도는 최근 박민 사장 취임 이후 KBS 뉴스를 향해 제기되는 ‘땡윤뉴스’ 지적을 높일 우려가 크다. 박 사장은 앞선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KBS가 “정파성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방송을 해왔다”고 주장하면서, 일부 시사 프로그램 진행자가 여권에 비판적이라고 문제 삼는 여당 국회의원에게 “조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박 사장 취임과 동시에 앵커 등이 교체된 ‘뉴스9’가 사회적 현안보다 윤 대통령 동정 보도를 앞세운다는 지적이 쌓이면서, KBS 뉴스의 정파성이 되레 강화되고 있다는 취지의 비판도 일고 있다.

KBS 교섭대표노조인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는 21일 성명에서 “최근 KBS 보도는 어느 때보다 많은 조롱을 받고 있다. 매일 톱 뉴스가 얼마나 이상했는지 입방아에 오를 지경이다. 보도국에서 오늘도 땀을 흐리며 묵묵히 일하고 있는 기자들은 무슨 잘못으로 그런 조롱을 당해야 하는가”라며 “지난 일주일치 뉴스만 봐도 낙하산 박민 사장과 보도본부 수뇌부들은 KBS보도에 대해 편파성, 정파성 운운할 자격이 없는 사람들”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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