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16일 오후 광주 남구 동아여자고등학교에서 수능을 마친 수험생들이 시험장에서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16일 오후 광주 남구 동아여자고등학교에서 수능을 마친 수험생들이 시험장에서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킬러문항’(초고난도 문제)을 배제하겠다고 선언했음에도 언론은 이번 수능을 “불수능”이라고 평가했다. 수능 난도는 전반적으로 높아졌으며, 수학22번 문제를 두고는 “사실상 킬러문항”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서울신문만이 사설을 통해 “사교육에 의존하지 않으면 풀 수 없는 킬러문항을 배제하고 학교 수업의 충실도를 높인 건 백번 잘한 일”이라고 정부 행보를 긍정 평가하고 나섰다.

윤석열 대통령이 ‘킬러문항’을 문제로 삼은 것은 사교육 경감 대책의 일환이다. 킬러문항이 존속한다면 사교육을 받은 학생들만 높은 점수를 받을 것이라는 계산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 6월 “고도 성장기에는 사교육 부담이 교육 문제에 그쳤지만, 지금처럼 저출산 고령화의 저성장기에는 치명적 사회 문제를 야기한다”고 했다.

▲11월17일 경향신문 1면.
▲11월17일 경향신문 1면.

하지만 이번 2024년도 수능 난도가 대폭 올라갔다는 건 17일 주요 아침신문의 공통적 평가다. 경향신문은 1면 <수능 국·영·수 모두 어려웠다>에서 “수학 영역은 지난 9월 모의평가보다 대체로 어렵게 출제됐다. 특히 최상위권 변별을 위한 고난도 주관식 문제(공통문항 22번)를 상당수 수험생들이 까다롭게 여겼다. 22번을 두고는 ‘사실상 킬러문항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고 했다.

▲11월17일 동아일보 1면.
▲11월17일 동아일보 1면.

동아일보는 1면 <수능, 킬러문항 없앴지만 국수영 모두 까다로웠다>를 내고 “이번 수능은 킬러문항이 빠져 쉬울 것이라고 예상했던 수험생들의 기대와는 배치됐다. 특히 절대평가인 영어 영역은 지난해 수능보다 약간 어려워 1등급 비율이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국어와 수학도 어려웠는데 절대평가인 영어까지 어려워 수시모집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수험생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또 동아일보는 “‘사교육 카르텔’ 의혹으로 세무조사까지 받았던 사교육 업체들은 ‘이번 시험에 킬러문항, 준킬러문항이 있어도 감히 누가 있다고 말할 수 있겠느냐’고 했다”고 전했다.

▲11월17일 국민일보 5면.
▲11월17일 국민일보 5면.
▲11월17일 국민일보 5면.
▲11월17일 국민일보 5면.

국민일보는 5면 <수학 공통과목 22번 ‘킬러문항’ 논란>에서 “수험생 커뮤니티에선 22번을 킬러문항으로 지목하는 글이 올라오고 있다”며 “입시 전문가들은 킬러문항의 정의 자체가 모호하고 정량적인 기준이 없기 때문에 논란은 불가피하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입시 업계의 한 관계자는 ‘수험생 입장에서는 그냥 킬러문항이라고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고 했다.

이번 수능이 킬러문항 배제를 넘어 ‘사교육 경감’이라는 정책 목표를 달성했는지에 대한 평가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다만 서울신문은 사설 <킬러문항 뺀 수능, 공교육 정상화 가능성 보여 줬다>를 내고 “킬러문항은 없었으나 과목마다 난이도 있는 문제로 변별력을 갖췄다는 평가다. 공교육 범위 내 출제로 난이도 조절에 성공하고 변별력까지 확보하는 수능이라면 사교육 부담은 줄이고 공교육은 정상화시킬 수 있다”고 평가했다.

▲11월17일 서울신문 사설.
▲11월17일 서울신문 사설.

서울신문은 “교육부는 지난 6월 윤석열 대통령의 킬러문항 배제와 변별력 확보 지시 이후 이번 수능에서 킬러문항이 나오지 않도록 만반의 준비를 했다고 한다”며 “수능 한 문제로 학생의 입학 대학이 달라지는 현실에서 사교육에 의존하지 않으면 풀 수 없는 킬러문항을 배제하고 학교 수업의 충실도를 높인 건 백번 잘한 일이다. 교육부가 공교육 정상화를 위해 이번 수능을 앞두고 출제 과정에 들인 노력을 이어 간다면 앞으로 ‘물수능’, ‘불수능’ 논란이 되풀이되는 현실도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총선 두고 국힘 혁신위·지도부 갈등 격화, 조선 “혁신위, 국민 상식 부합”

국민의힘 혁신위원회가 지도부·중진·친윤에게 불출마·험지 출마를 요구했다. 이를 두고 김기현 대표와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정면 충돌한 모양새다. 두 사람은 17일 면담을 통해 갈등 봉합에 나설 예정이다.

▲11월17일 조선일보 사설.
▲11월17일 조선일보 사설.

조선일보는 사설 <희생 거부 ‘친윤’들, 대통령 주변 모인 이유도 결국 사익>에서 혁신위에 힘을 실어줬다. 조선일보는 “혁신위는 출범 20일이 지나고 세 차례 혁신안을 냈지만 받아들여진 것은 이준석 전 대표와 홍준표 대구시장 징계 취소뿐”이라며 “불출마 등 ‘희생’ 요구를 따른 사람은 윤석열 후보 수행 실장을 지낸 초선 이용 의원 외에 아무도 없다. 친윤 핵심 의원은 버스 92대, 4200여 명을 동원해 보란 듯 지지 모임을 열고 희생 요구를 거부했다”고 지적했다.

조선일보는 “혁신위가 당의 변화를 요구하자 그 대상으로 지목된 사람들은 모두 변화를 거부한다. 이는 사실상 대통령에 대한 반기와도 같다”며 “혁신위 권고가 모두 옳은 것도 아니고 당사자들의 반발도 전혀 일리가 없지는 않다. 지역구마다 사정이 다를 것이고 어디서 출마할지는 개인의 자유다. 하지만 혁신위가 가는 방향은 대체로 국민의 상식에 부합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조선일보는 “국민을 위해 개혁하고 위기를 극복하려면 집권당이 먼저 희생하고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이런 때 희생을 거부하고 자신의 작은 기득권만 챙긴다면 정부의 성공이 아니라 사익을 지키기 위해 대통령 주변에 모여든 사람들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11월17일 세계일보 사설.
▲11월17일 세계일보 사설.

세계일보 역시 사설 <김기현, 인요한 직격… ‘윤심’ 논란이 혁신에 무슨 도움 되나>에서 “혁신위가 제안한 권고안이 당의 입장에서는 최선의 정답이 아닐 수 있다. 그러나 비상한 시기에는 비상한 대응이 요구되는 법”이라며 “혁신위가 내놓은 쇄신안이 실현되면 국민 마음이 움직일 것이다. 혁신위가 과감하고 굵직한 쇄신안들을 잇따라 내놓으며 실제로 당 지지율이 상승세를 탔다. 혁신위 성공 여하에 국민의힘의 미래가 달려 있다”고 했다.

▲11월17일 중앙일보 칼럼.
▲11월17일 중앙일보 칼럼.

오병상 중앙일보 칼럼니스트는 칼럼 <토사구팽 윤핵관>을 내고 “국민의힘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대통령과 가까운 영남중진의 험지출마'를 요구했다. 창업 공신 장제원에게 정치적 자살을 강요한 셈”이라며 “토사구팽은 2500년전 중국 춘주전국시대 고사에 등장한 이래 동서고금 정치사의 곡절마다 반복돼온 정치판의 상식이다. 세상이 변해도 권력의 속성은 바뀌지 않는다. 권력은 나눠가질 수 없다”고 평가했다.

윤석열 장모 구속 결정… 한겨레 “윤석열, 사과하라”

윤석열 대통령의 장모 최은순 씨가 통장 잔고 증명서를 위조하고 차명으로 땅을 산 혐의로 대법원에서 징역 1년을 확정받았다. 대법원은 16일 최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으며, 보석 청구도 기각했다.

조선일보·동아일보·경향신문·한국경제·매일경제 등은 지면에서 상대적으로 중요도가 떨어지는 사회면에 관련 기사를 배치하고 단신으로 사건을 전달했다. 사설을 내고 이번 사건을 평가한 언론은 한겨레가 유일하다. 한겨레는 사설 <장모 유죄 확정, 윤 대통령은 국민에게 사과해야 한다>에서 “윤 대통령은 지난 대선 때 ‘장모는 남에게 10원 한 장 피해를 준 적 없다’며 최씨의 범행을 부인했고, 대통령이 돼서도 이런 태도를 바꾸지 않았다”며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난 지금은 뭐라고 할 텐가. 윤 대통령은 결과적으로 국민에게 거짓말을 한 것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11월17일 한겨레 사설.
▲11월17일 한겨레 사설.

한겨레는 “윤 대통령이 국민에게 사과해야 할 이유는 차고 넘친다. 윤 대통령은 지난 대선 때 상대 후보들이 관련 의혹을 제기하자, ‘장모가 오히려 50억원 정도 사기를 당했다. 사전에 검사 사위하고 의논했으면 사기당할 일이 없었다’며 최씨를 두둔했다”며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일 때는 대검찰청이 ‘총장 장모 대응 문건’을 만든 사실이 드러나 검찰 조직을 사유화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현 정권 들어 검찰이 윤 대통령 처남에 대한 경찰의 압수수색을 막는 등 봐주기 수사를 하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한겨레는 친인척 비리가 드러나자 사과한 노무현·이명박 전 대통령 사례를 언급하면서 “대통령으로서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다. 대통령은 오직 국민의 눈치만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금개혁특위, 개혁안 제출… 여야 합의·공론화 가능할까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민간자문위원회가 연금개혁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국민연금 보험료율을 현행(9%)보다 4~6%p 높이면서 소득대체율을 조정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연금 고갈시점을 연장하는 효과를 만들겠다는 뜻이다. 보험료율이 올라갈 경우 납입자들의 부담은 커질 수 있다.

▲11월17일 동아일보 10면.
▲11월17일 동아일보 10면.

동아일보는 10면 <“국민연금 ‘내는돈 13%-받는돈 50%’ 땐 기금 고갈 7년 연장”> 보도에서 “민간자문위가 내놓은 개혁안에 여야 견해차가 존재하고, 공론화 조사 방식, 모수개혁 구조개혁 조합 여부 등 다양한 변수들이 얽혀 있어 현실화 가능성은 미지수”라며 “민간자문위가 모수개혁에 초점을 맞춘 건 국회와 정부를 압박하기 위한 차원으로 풀이된다”고 했다.

▲11월17일 경향신문 사설.
▲11월17일 경향신문 사설.

이에 대해 경향신문은 사설 <국회서 먼저 나온 연금 모수개혁안, 공론화 속도낼 전기로>를 내고 여야가 정치적 계산 없이 연금개혁을 마무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향신문은 “지금 중요한 것은 정부가 구체적인 인상 비율 등을 정해 공론화하고 결정하는 일”이라며 “국민 입장에선 개혁 필요성에 공감하더라도, 노후소득을 더 두껍게 하는 방안 없이 ‘더 내고 덜 받는’ 개혁안을 만들자는 방안은 논란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어 경향신문은 “출범 초부터 연금개혁을 강조해 온 윤석열 정부는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 숫자가 없는 ‘맹탕 보고서’를 내놨다”며 “국민과 국회를 설득해도 모자랄 판에 뒷짐만 진 것이다. 여당은 한술 더 떠 모수개혁을 미루고 기초연금 등과 연계한 구조개혁부터 하겠다며 혼선만 키웠다. 당정이 연금개혁 논의를 지체·답보시켰다는 말을 들어도 할 말이 없게 됐다”고 지적했다. 경향신문은 “정부도 더 이상 변명 말고 함께 답을 찾는 속도를 내야 한다”며 “공론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회 구성원의 고통분담·개혁 의지를 확장하는 것이다. 여야는 정치적 계산을 내려놓고 ‘21대 국회 임기 내 연금개혁을 끝내겠다’는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밝혔다.

▲11월17일 경향신문 칼럼.
▲11월17일 경향신문 칼럼.

김태일 고려대 교수·좋은예산센터 소장은 경향신문 칼럼에서 소득대체율 인상보다는 가입기간 확대에 나서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 교수는 “소득대체율 상향의 혜택은 상위 소득 집단에게 집중된다”며 “소득대체율 상향이 좋은 대안이 아니라면 급여액을 높이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 답은 이미 나와 있다. 가입기간을 늘리는 것, 그러면서 소득계층에 따른 격차를 줄이는 것”이라고 했다. 김 교수는 공론화 의제에 가입기간 확충을 포함해야 한다고 했다.

▲11월17일 세계일보 사설.
▲11월17일 세계일보 사설.

세계일보는 사설 <구체적 수치 담긴 연금개혁안 제출, 국회 단일안 합의해야>에서 “(민간자문위원회 안이) 완벽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이 안대로라면 당장은 기금 고갈 시기를 상당히 늦출 수 있다”며 “‘모수개혁’이 차선책일 수도 있다. 일단 급한 불부터 꺼야 한다. 국민들의 반발 우려 등 정치적 부담 측면에서 보면 여야 모두 동일한 조건”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연금개혁의 당위성은 국민 대다수가 인정하고 있다. ‘핑퐁게임’이 아니라 정공법으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야 할 때”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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