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미디어연구 교육기관 ‘포인터’(Poynter)가 정치권 압박 후 네이버 지원이 끊긴 ‘SNU팩트체크센터’(이하 센터)의 상황을 조명하며 “팩트체크 생태계 파괴”를 우려했다. ‘국제언론인네트워크’(IJNET)가 지난 7월 보수진영의 팩트체크 공격을 전하는 등 저널리즘 위축을 우려하는 국제 사회 시선이 이어지는 모습이다.

▲ 포인터 14일 보도. 사진은 정은령 SNU팩트체크센터장.
▲ 포인터 14일 보도. 사진은 정은령 SNU팩트체크센터장.

포인터는 14일(현지시간) <후원 중단으로 한국 팩트체크의 미래가 불투명하다>는 기사를 내고 “‘한국의 구글’로 불리는 네이버의 후원 중단 이후 SNU팩트체크가 새로운 후원자를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서비스 중단이 임박(loom)한 것처럼 보인다”고 했다.

지난 8월 연간 10억 원 규모의 센터 지원을 중단한 네이버는 지난 9월26일 네이버 뉴스 섹션 내 ‘SNU팩트체크’ 서비스도 종료했다. 이에 정치권 압박에 네이버가 부담을 느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센터는 2017년 설립 이후 지속적으로 정치권 압박에 시달렸다. 지난 1월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이 SNU팩트체크센터가 윤석열 정부를 가짜뉴스 선동자로 전락시켰다고 비판했고 국민의힘 전신 자유한국당은 2017년 ‘SNU팩트체크’가 대선 당시 홍준표 후보의 당선을 방해한다고 주장하며 민형사상 법적 대응을 했다.

포인터는 “불과 두 달 전, 네이버는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개최된 한국 글로벌팩트 10차 컨퍼런스의 ‘진실의 스폰서’로 활동한 바 있다. 이 컨퍼런스엔 80여 개국 506명이 참석했다”며 “그러다가 네이버는 한국 팩트체커들에 나쁜 소식을 전한다. IFCN(국제팩트체킹네트워크) 가입 기관인 뉴스톱을 포함해 32개 언론 매체의 팩트체크를 체계적으로 표시하는 전용 섹션을 네이버에서 종료시키겠다는 것이다. 한국 팩트체커들은 공동 성명을 통해 반발했다”고 했다.

포인터는 “정치인들이 결정에 영향을 미쳤는지 여부에 네이버는 답하길 거부했다”며 “2017년 한국 대선 때 정은령 센터장과 SNU팩트체크는 대학 내 커뮤니케이션연구소와 함께 주요 정당(자유한국당)이 편향성과 명예훼손을 이유로 제기한 두 건의 소송에 맞서 싸워야 했다. 법원은 형사 고소를 즉시 기소 없이 기각했지만, 정은령 센터장과 동료들은 민사 소송에서 승소하기까지 2년을 기다려야 했다”고 했다.

IFCN 이사를 겸하고 있는 정은령 SNU팩트체크센터장은 포인터에 “센터는 협업 언론사의 편집 결정에 간섭하지 않으며 게시된 콘텐츠가 플랫폼의 공정성과 투명성 규정을 준수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검토할 뿐”이라며 “2024년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센터가 새로운 후원자를 구하지 못하면 팩트체크 생태계가 붕괴될 수 있다”고 말했다.

여권의 팩트체크 공세에 ‘국제언론인네트워크’(IJNET) 또한 지난 7월 우려 목소리를 낸 바 있다. IJNET는 <‘팩트의 사법화’와 진실을 위한 한국의 싸움> 기사에서 “한국은 저널리즘이나 공적 담론이 아닌 사법부 판결을 통해 진실을 규명하려 하고 있다”며 “세계 10위 경제대국인 한국은 2022년 대선에서 극심한 정치 양극화를 겪었고 당선 이후 대통령과 지지자들은 팩트체커를 편향적이라고 공격해왔다. 이는 서구권에서도 마찬가지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 지난 6월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글로벌팩트10'에서 연설하고 있는 앤지 홀란 IFCN 디렉터. 사진=IFCN
▲ 지난 6월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글로벌팩트10'에서 연설하고 있는 앤지 홀란 IFCN 디렉터. 사진=IFCN

앤지 홀란 IFCN 디렉터는 지난달 미디어오늘 인터뷰에서 “우리는 전 세계에서 ‘초당파성’(nonpartisan)을 강조하는 팩트체커들에 대한 정치적 공격들을 목격해왔다. 이번 일도 그러한 패턴과 일치(fit in)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SNU팩트체크센터는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팩트체크 선두주자 역할을 해왔다. 그래서 글로벌팩트 주최 기관으로 선정된 것”이라고 말했다.

포인터는 1975년 창립된 미국의 비영리 저널리즘 교육기관이자 연구기관으로 160개 이상 국가에서 기자들을 대상으로 윤리성 제고, 취재기법 고도화, 뉴스룸 전략 수립 등을 교육한다. IFCN의 모 기관이며 퓰리처상을 수상한 팩트체크 기관 폴리티팩트(PolitiFact)를 운영하고 있다.

SNU팩트체크센터는 서울대 언론정보연구소가 32개 언론사들과 협업하는 비영리 팩트체크 플랫폼이다. 언론의 팩트체크 보도를 비교할 수 있고 근거자료를 명시하도록 하는 등 자체적으로 요구 기준을 마련해 한국의 팩트체크 생태계를 보장하는 역할을 해왔다. 각 언론이 제출한 팩트체크 기획취재를 선정해 지원하고, 인턴을 모집해 교육 후 언론사에 배치하는 등 지원 사업도 다수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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