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출범 후 종합편성채널의 정부광고 총액이 대폭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수력원자력, 부산광역시청의 종편 정부광고가 큰 폭으로 증가했다. 또 종편은 프로그램 협찬에 공을 들인 것으로 보인다.

미디어오늘은 2021년부터 최근까지 정부광고 내역을 확보해 윤석열 정부의 종합편성채널 정부광고 흐름을 살펴봤다. 윤석열 대통령 취임 이후인 지난해 5월11일부터 9월까지 약 17개월간 종합편성채널에 집행된 정부광고 총액은 466억 원이다. 이는 2021년부터 지난해 5월10일까지 약 17개월간 집행된 정부광고 총액 373억 원과 비교해 24.9% 증가한 수치다.

주요 광고주별로는 한수원 정부광고가 16억8300만 원에서 37억3085만 원으로 두배 이상 증가했다. 문체부 정부광고 역시 12억1020만 원에서 32억500만 원으로 올랐다. 문체부는 언론사에 주요 정책 광고를 의뢰하는데, 새 정부 출범 후 종편에 광고가 집중됐다. 부산시 정부광고는 3억6300만 원에서 15억 원으로 4배 정도 늘었다. 부산시가 부산엑스포 개최를 준비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 윤석열 대통령 취임 전·후 정부광고 내역 그래프. 사진은 지난해 5월10일,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 취임식에서 취임 선서를 하고 있다. 그래프=안혜나 기자 / ⓒ 연합뉴스
▲ 윤석열 대통령 취임 전·후 정부광고 내역 그래프. 사진은 지난해 5월10일,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 취임식에서 취임 선서를 하고 있다. 그래프=안혜나 기자 / ⓒ 연합뉴스

눈에 띄는 TV조선 프로그램 협찬

TV조선 정부광고가 146억 원으로 이전 시기(93억 원, 56.9%)와 비교해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윤석열 대통령 취임 후 TV조선의 주요 광고주는 문체부(11억 원, 8.2%), 재단법인 강원도관광재단(7억1000만 원, 4.86%), 한수원(6억2790만 원, 4.3%), 보건복지부(6억600만 원, 4.15%), 부산시청(4억8200만 원, 3.3%) 등이다.

이들 광고주는 윤석열 대통령 취임 전보다 TV조선 광고를 강화했다. 이전 시기 부산시청이 TV조선에 집행한 정부광고는 4000만 원에 불과했다. 이는 부산 기장군청, 사천시청, 장흥군청이 TV조선에 집행한 정부광고보다 적은 금액이다. 정권이 바뀐 후 광고를 대규모로 늘릴 배경에는 부산엑스포 유치 시도가 있다. 부산시청이 TV조선에 의뢰한 정부광고 중 81.9%는 부삭엑스포 유치 관련 내용이었다.

강원도관광재단의 정부광고는 305% 증가했는데, 이는 TV조선이 지난해 7월부터 10월까지 방송한 음악 예능 ‘바람의 남자들’ 때문이다. 가수들이 강원도 지역을 찾아가 노래를 부르는 프로그램인데, 강원도관광재단은 이 방송을 위해 TV조선에 7억 원을 사용했다. 한수원 역시 TV조선에 에너지·원자력발전 수출 관련 다큐 제작 협찬에 3억1790만 원을 사용했다.

문체부는 지난 6월 TV조선에서 방송된 ‘2023 대한민국 청년정책 공모전’을 위해 4억 원이 넘는 예산을 사용했다. 윤석열 정부의 청년 관련 정책을 제안하는 이 방송은 정부 차원에서도 힘을 실어줬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최종 수상작이 실제 정책으로 잘 구현될 수 있도록, 제가 직접 챙길 생각”이라고 밝힌 바 있다.

▲사진=JTBC
▲사진=JTBC

JTBC 정부광고 유일하게 감소… 광고주 21% 사라져

JTBC는 윤석열 정부 취임 후 정부광고가 줄어든 유일한 종편사다. JTBC 정부광고는 123억 원에서 115억 원으로 6.5% 감소했다. 정부광고주가 21% 가량 줄어드는 등 정권이 바뀐 후 큰 변화가 있었다.

JTBC에 광고를 많이 한 광고주는 한수원(19억 원, 16.94%), 보건복지부(6억7600만 원, 5.84%), 국민건강보험공단(6억2380만 원, 5.39%), 문화재청(6억1600만 원, 5.32%), 문체부(5억1500만 원, 4.45%) 등이다.

한수원의 광고비는 3억3000만 원에서 19억 원으로 494% 증가했다. 윤석열 대통령 취임 전 한수원이 JTBC에 집행한 기업광고는 1건(1억1000만 원)에 불과했으며, 나머지는 휴먼다큐 및 예능 프로그램 제작 협찬이었다. 한수원은 정권이 바뀐 후 JTBC에 기업광고 2건, 캠페인 광고 1건, 프로그램 제작 협찬 8건을 집행했다. 이에 JTBC는 한수원 협찬을 통해 원전산업 홍보, 사용후핵연료 처리 관련 다큐 프로그램을 제작했다.

또 문화재청은 지난해 6월 JTBC에 “문화유산 소재의 대담 교양 예능 제작”을 이유로 정부광고 6억1600만 원을 집행했다. 문화재청이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종편에 광고를 집행한 건 JTBC가 유일하다.

이밖에 포항시가 드라마 ‘이 연애는 불가항력’ 제작지원을 이유로 지난해 11월 JTBC에 광고 3억2500만 원을 집행했다. ‘이 연애는 불가항력’의 배경이 되는 가상의 행정구역 온주시의 촬영은 주로 포항시에서 진행됐다. 극중 온주시장이 도시개발 사업비리로 재판에 넘겨지는 등 포항시가 긍정적으로 묘사된 건 아니다. 또한 2~3%대 시청률을 기록하며 드라마는 흥행하지 못했다.

▲한의약진흥원이 개최한 경진대회 MBN 방송 예고화면.
▲한의약진흥원이 개최한 경진대회 MBN 방송 예고화면.

한의약진흥원, 경진대회 홍보 위해 MBN에 4억 지출

MBN 정부광고는 80억 원에서 108억 원으로 크게 늘었다. 광고주 역시 103곳에 129곳으로 확대됐다. MBN 정부광고 상위 정부·공공기관은 문체부(6억1500만 원, 5.65%), 부산시청(5억9400만 원, 5.45%), 보건복지부(5억650만 원, 4.65%), 한수원(4억4310만 원, 4.07%), 한국한의약진흥원(3억9600만 원, 3.64%) 등이다. 문체부 광고는 4억5700만 원 늘었지만 한수원 광고는 2억590만 원 줄었다.

부산시청은 MBN과 주로 연간계약을 맺어 광고를 했다. 부산시청이 MBN에 집행한 광고 20건 중 부산세계박람회 광고는 4건에 불과하다. 나머지 16건은 ‘부산광역시 주요시책’, ‘연간계약을 통한 시정홍보’ 등 광고 내용을 확인할 수 없다.

한국한의약진흥원은 ‘한의약 미래 신제품·신기술 경진대회’를 홍보하기 위해 지난해 MBN에 광고비 2억2000만 원을 사용했다. 당시 MBN은 경진대회 본선 경연과정을 다큐로 만들어 방영했다. 진흥원은 광고명에 ‘경진대회 방송제작 및 송출’이라고 적시했다. 또 한의약진흥원은 12월 열리는 경진대회를 위해 올해 8월 MBN에 1억7600만 원의 방송 제작·송출비를 집행했다.

▲채널A 엑스포X 예고편 갈무리.
▲채널A 엑스포X 예고편 갈무리.

부산시, 채널A 엑스포 방송 본방·재방 위해 광고 집행

채널A 정부광고는 95억 원으로 지난 시기와 비교해 20억 원 가량 늘었다. 채널A의 주요 광고주는 문체부(8억7800만 원, 9.18%), 한수원(6억9820만 원, 7.3%), 국민건강보험공단(6억5240만 원, 6.82%), 보건복지부(4억5750만 원, 4.78%), 부산시청(3억4210만 원, 3.58%) 등이다. 이들 정부·공공기관의 채널A 정부광고 점유율은 17.28%에서 31.66%로 대폭 증가했다.

특히 부산시청은 지난 시기 채널A에 광고를 하지 않았지만, 윤석열 대통령 취임 후 7건의 광고를 집행했다. 특히 채널A는 지난 1월 ‘당신이 몰랐던 엑스포 X파일’이라는 방송을 제작·방영했는데, 부산시청은 이를 위해 2억5000만 원을 사용했다. 부산시청은 이 방송을 채널A에 재방송한다는 이유로 올해 4월 추가 광고 1210만 원을 집행했다.

기사에 나온 통계는 광고 집행일(광고 시작일) 기준이며, 언론재단과 소송 중인 IBK기업은행과 언론재단을 통하지 않은 채 정부광고를 집행하는 일부 공공기관의 데이터는 빠졌다. 또 광고료가 정산되지 않아 통계에 포함되지 않은 정부광고를 포함하면 올해 정부광고 액수는 더 늘어날 수 있다. 정부광고는 수수료를 포함한 총계이며, 매체는 수수료 10%를 제외하고 수령한다. 광고비가 10억 원 이상일의 경우 천만 원 단위를 절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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