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방송 3사와 TV조선이 항저우아시안게임 남자축구 경기를 동시에 중계하면서 방송사들의 ‘겹치기 중계’(중복 편성)가 반복되고 있다. 조직위원회가 여러 종목에 중계 제작을 하지 않은 데다 방송사들이 인기 종목 위주로 중계하면서 일부 종목은 메달을 받았음에도 중계를 찾아보기 힘들었다.

지난 1일 지상파3사와 TV조선은 오후 연달아 치러진 야구 본선 1차전, 남자축구 8강전 중계에 나섰다. 닐슨코리아가 집계한 중계 시청률은 MBC 8.1%, KBS 6.7%, SBS 6.0%, TV조선 2.812%로 나타났다. 지상파는 전국 가구 기준, TV조선은 전국 유료방송 가구 기준이다.

▲ 지상파 3사 사옥 및 로고 (왼쪽부터 MBC, SBS, KBS)
▲ 지상파 3사 사옥 및 로고 (왼쪽부터 MBC, SBS, KBS)

앞서 지난달 28일 치러진 남자축구 16강전 등 남자축구 경기 때마다 지상파3사와 TV조선이 중계에 나섰다.

반면 일부 종목은 중계를 찾아볼 수 없었다. 금메달을 획득한 근대 5종, 펜싱 여자 에페, 태권도 품새 등은 지상파3사와 TV조선에서 경기를 찾아보기 어려웠다. 

근대 5종, 태권도 품새 등 종목은 조직위원회에서 중계 제작 대상에 포함하지 않았다. 따라서 일부 종목은 방송사에서 중계에 나설 수 없는 상황이었다. 

펜싱 여자 에페 결승 경기는 중계 종목이었으나 남자 축구 경기에 밀렸다. 지상파3사와 TV조선은 같은 시각 치러진 남자 축구 대표팀의 조별리그 경기를 중계했다. 이들 방송사는 축구 중계가 끝난 이후 뒤늦게 펜싱 에페 결승전 중계에 나섰다.

선수들도 아쉬움을 드러냈다. 부산일보에 따르면 근대 5종 김세희 선수는 “근대 5종이 남녀 개인전·단체전에서 모두 메달을 따면서 주변에서 ‘이 정도면 효자 종목 아니냐’는 말을 들었다”며 “다음 메이저 대회부터는 방송사들이 중계를 안 할 수 없게 하는 게 우리의 역할”이라고 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동메달을 딴 복싱 대표팀 정재민 선수는 “이번 대회에서도 방송 중계는 거의 없었다. 이게 비인기 종목의 설움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내심 ‘메달이 나오지 않아서 그럴까’ 생각도 했다”고 했다.

방송사들의 겹치기 중계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2020 도쿄올림픽 당시에는 지상파3사가 축구, 야구 경기 중계에 나서면서 같은 시각 치러진 여자 배구 경기를 중계하지 않아 시청자들의 비판이 이어졌다.

겹치기 중계는 비인기 종목 외면 문제뿐 아니라 시청권 침해로 이어진다는 지적도 반복되고 있다. 남자축구 등 주요 경기를 주요 방송사들이 일제히 중계하면서 방송사들의 인기 프로그램 결방도 잇따랐다.

방송통신위원회는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 2016년 리우올림픽, 2018년 평창올림픽,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2020년 도쿄올림픽 등 국제 스포츠 행사 때마다 방송사들에 ‘순차편성’을 권고했지만 겹치기 편성 논란은 반복되고 있다. 

방송사 입장에선 중계권을 구매하면서 지출한 비용이 큰 데다 주요 경기 광고 수입을 무시하기 어려워 인기 종목 중계를 포기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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