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1일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는 57만 강서구의 기초자치단체장을 뽑는 선거를 넘어 하반기 정치권의 최대 관심사 중 하나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여야가 주목하는 수도권 민심을 확인할 수 있어 ‘미니 총선’으로 비유된다. 

이번 선거는 김태우 전 강서구청장이 지난 5월 대법원에서 공무상 비밀 누설 혐의로 구청장직을 박탈 당하면서 치러지는 보궐선거다. 윤석열 대통령이 3개월 만에 김 전 구청장을 특별사면했고, 그가 이번 보선에서 국민의힘 후보로 나섰기 때문에 야당들로부터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여권에선 김태우 국민의힘 후보가 환경부 블랙리스트 작성 등 문재인 정부 문제를 공익신고한 대가로 기소됐으며, 유죄 확정은 김명수 전 대법원장 시절 편향된 판결 탓이라며 중앙정부와 서울시 지원을 받아 강서구를 위해 일할 인재를 뽑아야 한다고 호소하는 중이다. 

더불어민주당에선 경찰청 차장 출신 진교훈 후보를 공천하면서 ‘검(김태우)vs경(진교훈)’ 대립 구도까지 만들어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지난달 28일 선거운동이 시작되면서 여야 경쟁이 본격화했지만, 이번 보선 역시 각 후보 공약 등 정책에 대한 관심이 높지 않다. 미디어오늘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한 5대 공약을 중심으로 각 후보 주요 정책을 살펴봤다. 

‘영어도시’ 만들겠다는 보수 후보들

고영일 자유통일당 후보는 ‘강서구 영어공용도시 조성’을 첫 번째 공약으로 내걸었다. 김포공항 부지 부근 기존 인서울27골프장을 외국어교육·문화특구로 조성하겠다는 계획이다. 고 후보의 선거공보물을 보면 ‘교육을 위해 살고싶은 도시’를 만들겠다며 “초중고 이중언어 교육 지원”도 약속했다. 공진중학교 부지에 대해서는 외국어 특구 문화체험장을 건립하겠다고 했다. 

이명호 우리공화당 후보도 ‘청소년 외국어체험센터 및 영어파크 공원’을 만들겠다고 공약했다. 외국어체험센터는 강서구 염창동 구청청사를 이전하고 비워진 건물을 리모델링해서 만들겠다고 했고, 영어파크공원은 시간대별로 지정해 영어로만 대화할 공원을 만들겠다고 했다. 

김태우 국민의힘 후보는 전국단위 자사고 유치를 통해 명문 학군을 조성하고 영어유치원 유치, 강남급 학원가 조성으로 교육도시를 완성하겠다고 약속했다. 

▲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왼쪽부터) 김유리, 이명호, 고영일 후보
▲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왼쪽부터) 김유리, 이명호, 고영일 후보

영어 상용화 등 외국어 사용을 강조하는 정책은 지난해 부산시와 올해 인천시에서도 나왔다. 이에 한글문화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억지 영어 사용 환경을 조성해 영어 능력을 키우겠다는 발상은 시민에게 불편을 주고 짜증을 안길 뿐이다”면서 “외국인이 살기 좋은 도시를 만들려고 우리 시민에게 불편을 감내하라는 것은 국민의 행복 추구권을 침해하는 일”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어떤 조례 만들까

자신의 철학이나 구민 요구가 반영된 조례 제정 공약도 눈에 띈다. 진교훈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가칭 ‘강서구 디지털범죄 방지 및 피해자 지원에 관한 조례’ 제정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외부 전문기관과 협업해 디지털 범죄 예방 교육과 디지털 정보 삭제·모니터링 지원, 법률 지원, 심리 치료 등을 적극 지원하겠다는 계획이다. 그 외에도 수산물 방사능, 주요 산책로 안전, 방범 사각지대 제로화, 아이들의 안전한 통학로 조성 등 ‘안전 도시’를 만들겠다고 공약했다. 

권수정 정의당 후보는 소수자들을 위한 조례를 공약했다. 이동노동자 동별 휴쉼터 설치 등 배달종사자 안전건강 조례, 노동 취약 계층 유급병가 지원 등 일하는 시민을 위한 조례, 성평등임금공시제 등 성별임금격차 개선 조례 제정을 내걸었다. 

▲ 권수정 정의당 후보는 책자형 선거공보물 첫장에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음성지원 프로그램인 보이스아이 코드를 넣었다
▲ 권수정 정의당 후보는 책자형 선거공보물 첫장에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음성지원 프로그램인 보이스아이 코드를 넣었다

김유리 녹색당 후보는 ‘강서구 기후노동조례’ 제정과 노동정책과 신설을 내걸었다. 조례를 통해 극한기후 시 작업중지권 실효성을 강화하고 플랫폼·일용직 노동자의 기후휴업 휴무수당을 지원하겠다고 했다. 또 생활동반자 인정 조례를 제정하고 1인가구의 필요를 담은 정책을 개발하겠다고 했다. 

권혜인 진보당 후보도 진보적 정책을 내놨다. 권 후보는 강서구민 5048명의 서명으로 지난해 강서구의회를 통과한 방사능안전급식 조례에 진보당이 앞장선 사실을 강조하며 방사능 안전급식을 초중고교까지 확대하고 식재료 검사에 신경쓰겠다고 했다. 그 외에도 강서구 노동복지기금 신설, 초단시간 노동자 구청부터 폐지, 생활임금 적용 대상 확대, 돌봄노동자 처우개선·공공돌봄 확대, 청소·급식 노동자 휴게실과 샤워실 설치 지원 등을 공약했다. 그 외에도 경력보유여성에 대해 ‘돌봄 경력인정서’ 발급과 재취업 지원, 청소년 무상교통 실현, 강서사랑상품권 400억 확대 발행 등을 약속했다.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강서구는 전세사기 피해자가 많은 지역이다. 권수정 정의당 후보는 ‘강서구부터 모든 전세 피해자 지원’을 내걸고 정부 정책 실패로 피해받은 모든 전체 피해자 피해를 복구하겠다고 공약했다. 구청장 직할로 피해 지원 센터를 만들고 보증금채권 공공매입 등 ‘선구제 후회수’를 하겠다고 했다. 깡통전세 피해자나 전세대책 특별법 사각지대에 대해서도 강서구에선 지원할 것을 약속했다. 

권혜인 진보당 후보도 사각지대 없는 피해자 구제를 제1공약으로 내걸고 ‘선구제 후회수’, 전세사기 피해자 전수조사 즉각 실시, 전세사기 SOS센터 설치 등을 약속했다. 김유리 녹색당 후보도 피해 사각지대 해소와 전수조사 실시를 약속했고 깡통주택을 매입해 공공임대주택으로 전환하겠다고 했다. 

진교훈 민주당 후보는 전세사기 피해자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보증료, 긴급지원주택 입주자 이사비, 청년 월세 지원을 확대하고 30호 미만 소규모 건축물에 감정평가 등을 통한 적정가액 마련·공시 등을 공약했다. 

그 외에 김태우 국민의힘 후보는 고도 제한 완화 마무리, 화곡동 등 구도심 재개발·재건축 활성화, 방화건폐장 이전과 열병합발전소 건립 저지, 강북횡단선 건설·서부광역철도 조기 착공 등을 공약했다. 진교훈 민주당 후보는 김포공항 고도제한 완화와 공항 일대 개발사업 추진, 원도심과 신도심의 조화로운 균형발전도시 만들기, 시간보육제 지정 어린이집 동별 1개소 이상 확대 등 안심돌봄 지원 확대 등을 공약했다. 

▲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왼쪽부터) 진교훈, 김태우, 권혜인 후보
▲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왼쪽부터) 진교훈, 김태우, 권혜인 후보

각 후보의 출신 직업군도 다양하다. 진교훈 민주당 후보는 경찰공무원 출신, 김태우 국민의힘 후보는 검찰공무원 출신, 권혜인 진보당 후보는 한의사 출신, 권수정 정의당 후보는 항공사 승무원 출신이다. 권수정 후보는 서울시의원도 지냈다. 고영일 자유통일당 후보는 변호사다. 이명호 후보는 강서구의회에서 4선 구의원(의장)을 지냈고 현재 CNB국회방송 정책연구소장, 국회시사저널 논설위원이라고 했다. 

전과자는 4명이다. 

이명호 우리공화당 후보는 전과가 6건이다. 이 후보는 상해 폭력행위 등 처벌에관한법률 위반으로 징역1년 집행유예 2년(1976년 11월9일), 장물보관으로 징역8월(1977년 3월16일), 특수절도·특수강도로 징역2년6월(1981년 11월5일), 풍속영업의규제에관한법률 위반으로 1993년 2월25일에 벌금 100만 원과 같은 법 위반으로 1996년 5월23일 벌금 200만 원, 공문서변조·변조공문서 행사로 징역1년 집행유예 2년(2014년 8월21일)을 선고받았다. 

이 후보는 소명서에서 “47년 전 민주화운동으로 집행유예 기간 중 수배된 친구가 내 하숙집으로 찾아와 가방을 맡기고 나간 사이 경찰이 찾아와 친구 가방을 수색하던 중 5만 원짜리 악기가 나왔는데 이것을 내가 보관했다는 이유로 장물죄를 적용해 기소하여 억울하게 징역 8개월을 선고 받았고 특수절도 등은 45년 전 같이 운동하던 친구가 살인 누명으로 고문 끝에 내 이름을 허위로 자백해 억울한 처벌을 받았다”며 “주범이 양심선언해 현재 재심 청구 중에 있다”고 했다. 또 허위자백 부분에 대해 “경찰청에 민원을 제기하는 과정에서 판결문을 팩스로 보낸 것이 공문서 변조·행사로 죄명을 뒤집어써 집행유예를 받았고 역시 재심 청구 중”이라고 했다. 이 후보는 각각 지난해 4월과 지난달 재심청구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권혜인 진보당 후보는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과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공동주거침입) 위반으로 벌금 150만 원(2013년 4월30일), 일반교통방해로 벌금 100만 원(2015년 2월2일)을 선고받았다. 권 후보는 소명서에서 “정당에 대한 부당한 탄압에 저항하고 한반도 평화를 지키고자 함께한 활동 중 불가피하게 발생한 사건”이라고 해명했다. 

권수정 정의당 후보는 건조물 침입으로 벌금 150만 원(2008년 3월19일)을 선고 받았다. 소명서를 보면 노무현 정부 당시 공무원노조에 대한 탄압 속에 전국 노조 사무실을 강제 폐쇄하는 행정대집행을 강행했는데 당시 종로구청 안에 있는 공무원노조 사무실에서 연대해 행정대집행을 막다가 연행되어 벌금형을 받았다고 했다. 

김태우 국민의힘 후보는 공무상비밀누설로 징역1년 집행유예2년(2021년 1월8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으로 벌금 200만 원(2022년 6월20일)을 선고받았다. 소명서에서 김 후보는 “조국 민정수석과 백원우 민정비서관의 유재수 감찰 무마, 김은경 장관과 신미숙 균형인사비서관의 환경부 블랙리스트 등을 포함한 35건의 공익 신고를 한 내용에 관해 수사를 받았고 김명수 사법부가 그 중 4건에 유죄를 선고한 사안”이라며 “내용상 공익 신고였고 유죄 판결을 이끌어낸 공이 있었고 정권교체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아 광복절 특별사면 및 복권됐다”고 해명했다. 개인정보보호법에 대해선 “2020년 3월 4·15 총선 정국에서 한정애 민주당 의원과 보좌진들이 김영란법을 위반했다는 증거로 이들이 식사하는 CCTV 파일을 선거사무원으로부터 제공 받았다는 혐의로 약식명령을 받았다”며 “해당 영상을 유튜브로 공익신고 차원으로 공개했다”고 해명했다. 

진교훈 민주당 후보, 김유리 녹색당 후보, 고영일 자유통일당 후보는 전과 기록이 없다.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사전투표는 오는 6~7일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 본투표는 11일 오전 6시부터 오후 8시까지 진행한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