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산인협동조합(수협)이 일본의 오염수 방출 직후 일부 일간지 1면에 낸 성명 광고를 두고 신문광고업계에서 뒷말이 나오고 있다. 한국 정부가 오염수 방출을 용인한 가운데 여기에 비교적 찬성 논조를 보였거나 이른바 보수신문으로 분류되는 신문에 광고를 ‘몰아준’ 배경에 대한 질문이다.

일본 정부는 지난달 24일 후쿠시마 핵사고 오염수 해양 방출을 시작했다. 이튿날인 25일 아침, 종합일간지 가운데 동아일보와 조선일보, 중앙일보 1면 하단에 ‘수산인 성명서’ 광고가 실렸다. 일본 정부에 유감을 표명하는 한편 한국 수산물 활성화 대책을 정부와 국회에 요구하는 내용이다.

수산인협동조합은 어업인과 수산물가공업자의 협동조직으로, 수협법에 따라 회원조합에 대한 생산과 판매 지원을 맡는다. 수산업 지원을 위한 정책 기능도 일부 대행하면서 주요 사업에 정부 보조금을 받기도 한다.

수산인들은 성명에서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방류를 24일부터 개시하기로 결정했다. 일본 정부의 결정에 깊은 유감을 먼저 표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우리 국민 대다수는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우리 정부의 과학적 검증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일본의 원전 오염수 해양방류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핵사고 오염수 방출을 시작한 이튿날인 25일 아침 수산인협동조합 또는 한국수산업
▲지난 8월25일 동아일보와 조선일보, 조선일보 1면 하단 광고. 전날인 24일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핵사고 오염수 방출을 개시했다.

수산인들은 “‘오염수’와 ‘처리수’ 사이 소모적 정치 논쟁과 괴담 수준의 불확실한 정보 확산 속에 이미 멍게, 우럭, 전복, 해삼 등 해산물의 소비는 오염수 방류 전부터 급감해버렸다”며 “원전 오염수 해양방류로 수산물 소비위축이 장기화될 경우 우리 수산업은 존립 자체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국회와 정부가 방사능 감시 체계를 강화하고 수산물 소비활성화 대책을 마련할 것 △정치권과 언론은 국민 불안을 해소하고 수산물 소비에 앞장설 것 △일본 정부는 안전하고 국제법과 기준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처리할 것을 요구했다.

조선일보와 동아일보 1면 광고엔 수협이 포함된 한국수산산업총연합회 명의가 달렸고, 중앙일보엔 같은 내용의 광고이지만 수협 명의가 달렸다. 이날 같은 광고가 경제지 가운데 한국경제와 매일경제, 서울경제에 실렸고, 석간에선 문화일보에도 실렸다. 중앙일보의 경우 7면 전면에 한국수산업경영인중앙연합회가 낸 ‘국민 여러분께 올리는 우리 수산물 안전호소문’ 광고를 추가로 실었다.

▲지난 8월25일 중앙일보 7면 전면광고
▲지난 8월25일 중앙일보 7면 전면광고

일본 정부의 해양 방류에 유감을 표하고 한국 수산업 위축을 우려하는 내용에 미뤄 특정 논조와만 일치한다고 볼 수 없는 내용의 광고임에도 수협이 일부 매체에만 발주한 데에 그 기준을 두고 의문이 나왔다.

조중동 외 종합일간지보다 부수가 낮은 일부 신문에 광고를 준 것이 대국민 호소 성명이라는 취지에 걸맞다고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동아일보와 조선일보, 중앙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는 부수 기준 상위 5개 일간지에 해당하나 서울경제와 문화일보는 유료부수 기준 한겨레보다 순위가 낮고, 광고 지표로 활용되는 열독률 기준으로는 경향신문·한겨레·한국일보보다 낮다. 결과적으로 특정 논조의 매체만 선별해 광고를 준 것 아니냐는 의혹이다.

일각에선 이번 선별적 발주가 정부 입김이 작용한 결과가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 A 종합일간지 광고국 직원은 수협 측이 일부 매체에만 광고를 발주한 이유로 ‘정부 영향’이라는 답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 직원은 “우리 매체 담당자가 (수협 쪽에) 왜 동아와 조선, 중앙에만 광고를 주느냐고 물었더니 수협 측이 ‘아시지 않느냐’며 ‘정부에서 조중동만 찍어서 해주라고 했다’고 말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B 종합일간지 광고국은 ‘그런 일이 없었다’고 알려왔다. C 일간지 광고국 직원은 “우리 매체도 종합일간지이다 보니 종합지 조간 위주로 체크하는데 이른바 ‘조중동’만 받은 것을 확인했다”며 “담당자가 뉘앙스로는 (수협으로부터) 해양수산부를 통해 일단 조중동만 (광고를) 진행하라고 했다는 듯한 느낌을 가졌다고 한다”고 했다. 이 직원은 “수협 자체가 광고가 많이 없는 기관이다 보니 자체적으로 정해서 하는 것 같지는 않고, 위에서 내려오는 느낌이었다”고 덧붙였다.

▲수협중앙회 로고
▲수협중앙회 로고

수협 측은 광고가 “메이저 기준”이라며 정부 입김 의혹을 강하게 부인했다. 수협중앙회 홍보담당 팀장은 “우리가 우선순위로 두는 것은 부수 기준”이라며 “거기에 더해 광고가 나가야 할 날짜가 (수협 요청에 따라) 협의 가능한지에 따라 정해진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신문 부수나 일정 협의 여부를 기준으로 봐도 수협이 일부 경제지와 종합지에 광고를 발주한 까닭은 풀리지 않는다. 수협 측은 관련 질의에 “컨택(접촉)을 먼저한 식으로 예산을 소진했다. 급하게 하느라 (모든 매체에) 확인 못했다”고 했다.

정부 뜻에 따라 선별적으로 발주한 것이냐는 물음에는 “(일간지 측이) 왜곡된 내용을 전달해 오해하는 것 같다”며 “정부가 (보통) 그렇게 발주하니까 오해했을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번 광고가 나간 뒤 다음 번에 이런 사례가 생기면 예산을 기집행한 매체는 제외하고 배분하겠다고 (다른 일간지 측에) 양해 말씀을 드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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