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국가가 나눠놓은 지방자치단체 행정구역에 취재 영역을 한정 지을까?”

지역신문은 보통 소속 지자체를 취재한다. 지역일간지나 지역방송은 강원, 전북, 부산 등 광역자치단체를 취재 범위로 하고 지역주간지는 주로 기초자치단체를 단위로 한다. 그렇지만 주민 삶 영역은 기초단체 행정구역으로 구분되지 않는다. 서울은 더욱 그렇다. 은평구에 거주한다고 해서 은평구 안에서만 생활하지 않는다. 직장이나 학교 위치에 따라 생활 반경이 각기 다르다. 부동산 시세 등락으로 금방 떠날 가능성도 있다. 

이런 면에서 서울의 지역신문은 다른 곳의 지역신문과 다르다. 지방에선 ‘전주 사람’, ‘원주 사람’ 등 기초지자체를 자신의 정체성으로 삼지만 서울과 같은 대도시에선 그렇지 않다. 관악구에 살든 용산구에 살든 다 스스로 ‘서울 사람’으로 여긴다. ‘서울 사람’들이 사는 서울 지역에서 은평구만을 취재하면 한계를 느낄 수 있다. 이에 은평시민신문이 지난 7월부터 ‘저널서울’이란 새 매체를 만들었다. 

은평시민신문은 그대로 유지하되 지난해 8월부터 1년간 ‘서울구경’이라는 뉴스레터를 운영하면서 서울 지역으로 범위로 확장한 콘텐츠를 다뤘다. 이번엔 더 다양한 지역 이야기를 담아보기 위해 ‘저널서울’을 만들었다. 미디어오늘은 지난 5일 은평시민신문 사무실에서 정민구 은평시민신문 기자를 만났다. 인터뷰를 일문일답으로 정리했다. 

▲ 지난 5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하는 정민구 은평시민신문 기자. 사진=장슬기 기자
▲ 지난 5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하는 정민구 은평시민신문 기자. 사진=장슬기 기자

- 은평구 지역신문에서 서울로 확장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지역 정체성이 없는 곳에선 지역신문이 자리 잡기 어렵다는 문제의식이 있었다. 우리 신문을 포함해서 지역성을 담아내기 어려운 도시의 지역신문은 어떠한 기사를 써왔나 돌아봤다. 또 하나의 민원 창구이기도 했고, 주목 받지 못하는 지역 정치인의 홍보 수단이기도 했다. 물론 지역 아카이브로 기록을 하는 역할도 했다. 지역성은 공간·사회적으로 유사성이 있어 하는데 도시에서는 그 둘을 모두 찾기 어렵다. 교통이 발달하면서 동쪽으로는 원주(강원도), 남쪽으로는 청주 오송(충청남도)까지 서울로 본다는 전문가도 있다. 생활권이 뻗어나가고 있다.”

- 서울 지역에서 ‘지역성’이 보이지 않는 또 다른 이유도 있을 것 같다.

“서울 은평은 충북 옥천과 어떤 차이가 있을까. 초등학교 교과서에서 본 도시와 촌락 차이라고 생각한다. 도시는 사람이 많이 살고 높은 건물이 많으며 도시 기능을 하는 기반 시설이 즐비한 곳이고 촌락은 사람이 적고 낮은 건물이 대부분이며 자연 환경을 이용한 1차 산업이 발달한 곳이다. 전국단위언론(중앙언론)이 다루지 못하는 곳이기도 하고 지역성이 있어서 촌락에선 지역신문 역할이 있지만 도시에서는 지역성이 흐려지고 있다. 경기도 고양시에 스타필드(쇼핑복합시설)가 생기면서 은평 주민들의 생활권이 됐다. 국가가 정해놓은 행정구역, 은평을 벗어나 도시를 더 다룰 수 있어야겠다고 생각해 ‘저널서울’을 만들었다.”

- 지난해 8월부터 서울이야기를 다룬 뉴스레터 ‘서울구경’을 시작한 것도 같은 문제의식인가?

“서울에 대한 이야기를 담아내는 뉴스레터로 먼저 시도를 해본 것이다. 실험적으로 시작해 1년째 유지하고 있다. 은평시민신문에서 부족했던 부분이기도 했는데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주로 다뤘다. 서울 지역에서 살아가는 청년들, 청년 상인들은 어떻게 살아가는지 담고 있다.”

- ‘저널서울’에서는 어떤 내용을 다루고 싶나?

“도시 문제에 집중하고 싶다. 한정적 지역에 인구가 집약되면서 벌어지는 주거, 환경, 노동, 건강, 인간 소외 등이 도시 문제다. ‘정치 뉴스 없는 도시저널’을 추구하려 한다. 여기서 ‘정치’는 정쟁의 다른 표현인 정치를 말한다. 지금은 정치가 원래 의미대로 ‘한정적 자원을 권위적으로 배분’하는 방식으로 작동하지 않는다. 오세훈 시장이 열심히 했더라도 박원순 시장이 들어서면 다 바뀌고, 다시 오세훈 시장이 들어서면 다 바뀌어 일관성이 무너져버린다. 합리적 이유로 정책을 중단하는 수준으로 보기 어렵다. 그러면 도시 문제를 해결하는 데 혼란을 주고, 정치는 가십거리로 전락해버린다.” 

▲ 저널서울 누리집 갈무리.
▲ 저널서울 누리집 갈무리.

- 최근 여성안심귀갓길 정책 다룬 기사가 인상적이다.

“2016년 강남역 살인 사건 이후 박원순 시장 때 나온 여성안심대책이다. 그때 반짝 관심을 보이다가 최근에는 방치됐다. 이후 추가로 지정된 곳이 거의 없다. 길에다 ‘여성안심귀갓길’이라고 써있다고 범죄자가 범행을 단념하는 것도 아니고 여성들이 안심하고 걸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은평 지역을 보면 지정된 곳이 대부분 역 주변이다. 언덕길, 굴다리, 어둑한 곳에 대부분 지정이 안 돼있다. 관악구에서 이 예산을 깎아서 문제가 됐지만 아예 예산을 편성하지 않은 곳도 많았다. 이런 부분도 다뤄야 한다. 지역신문으로서 정책을 자세하게 봐왔고 이를 서울 차원에 접목할 수 있어 ‘저널서울’에서 다뤘다.”

- ‘저널서울’은 심층 기사를 다루려는 것 같아 보인다. 

“보통 스트레이트 기사로 사안을 다루면 쉽게 소모되고 주민들이 내 문제로 받아들이기 쉽지 않을 수 있다. 지역신문에서는 (구청 등의) 보도자료인지 기자가 직접 취재한 건지 기자들은 알지만 주민들은 알기 어렵다. 일반 신문기사와 다르게, 내 문제로 받아들일 수 있는 글쓰기 형식도 고민해보려고 한다. 잡지에 가까운 느낌으로 만들어보고 싶어서 ‘저널’로 정했다.”

▲ 지난 5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하는 정민구 은평시민신문 기자. 사진=장슬기 기자
▲ 지난 5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하는 정민구 은평시민신문 기자. 사진=장슬기 기자

- 기획기사나 내러티브 기사를 말하나?

“그렇다. 공들인 기사라는 걸 알 수 있도록 써보려고 한다. 지역 주민들과 행정 권력이 있고 지역언론은 제3의 눈, 감시자여야 한다. 즉 지역언론을 봐주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지역언론과 행정 권력만 일대일 관계가 되면 제대로 취재해서 기사를 쓰기 어렵다. 주민들에게 더 중요한 문제를 다뤄야 한다.”

▲ 저널서울 인스타그램 갈무리.
▲ 저널서울 인스타그램 갈무리.

- ‘저널서울’ 인스타그램을 보니 서울 골목길, 과거 모습들을 많이 올려놨더라. 

“도시 답사를 다니면서 기록하고 있다. 은평뉴타운이 들어서기 전에 내가 살았던 동네, 살던 집이 어떤 모습이었는지 남아있는 게 없다. 재개발은 필요하지만 내가 살던 곳이 없어지니까 자꾸 생각나더라. 다른 취재하면서도 그 동네 관련 자료가 있으면 따로 다 모아두고 있다. 다른 지역들도 재개발되면 현재 모습이 사라질 거고 여기 살던 분들은 시간이 지나면 상실감을 느낄 수 있다. 주로 사람 사진은 많이 찍지만 도시 풍경을 잘 찍지 않았다. 인스타그램 계정을 만들고 보니 개인적으로 자신이 살았던 곳을 기록하는 사람들이 더 있다는 걸 알았다. 맨홀 뚜껑, 동네 집 하나하나. 내가 살던 집이나 동네가 없어진 뒤 오는 상실감도 도시 문제다. 서울기록원 등 기록이 있긴 하지만 공공에서 찍은 사진이라 도시 풍경보다는 행사 위주다. 생활사 차원으로 남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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