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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방송문화진흥회 앞에서 항의하는 언론노조 조합원들을 촬영 중인 차기환 이사. 사진=정철운 기자.

“여전히 5.18에 북한군이 개입했다고 생각하십니까!” (이호찬 언론노조 MBC본부장)
“아 그 이야기 할까요?”(차기환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5일 오후 1시 40분경, MBC 대주주이자 관리감독기구인 방송문화진흥회 정기이사회에 차기환 보궐이사가 모습을 드러냈다. 차 이사는 “5.18망언‧세월호 폄훼 차기환은 사퇴하라”며 전국언론노동조합 조합원들이 출입문을 가로막자 윤창현 언론노조위원장 앞에서 스마트폰 카메라를 켜고 촬영에 나서며 현장 상황을 조롱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차 이사는 “(5.18 관련) 양쪽이 주장하는 것이 근거가 없다는 것이 나오고 있다. 600명 특수군도 구체적 증거가 없고, 피해자 측이 주장하는 그런 부분도 객관적 증거가 없다는 것이 드러나고 있다”며 “(가짜뉴스를) 퍼트린 게 아니고 논의의 장으로 끌고 들어오고 싶어서 하는 얘기다”라고 했다. 이어 “가짜뉴스를 이야기하면 MBC 보도부터 할 게 많지”라고도 말했다.

또 차 이사는 “북한군 개입설을 퍼뜨린 게 아니고, 논의의 장으로 끌고 들어온 것이다. 지금 (5·18 진상규명위원회에서) 엄정 조사 중이다. 논의의 장에 못 들어오게 하는 여러분이 잘못 되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2019년 자유한국당 추천으로 5.18 진상규명위원회 위원으로 위촉됐고, 올해는 윤석열 대통령 추천으로 제2기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 위원도 맡고 있다. 

이명박 정권 시절 MBC를 어떻게 평가하느냐는 조합원들 질의에는 답하지 않고 들어갔다. 차기환 이사는 2009년부터 2015년까지 6년간 방문진 이사를 맡았다. 언론노조 MBC본부는 “철저히 정권의 하수인으로 방문진을 정치적 이전투구의 장으로 전락시키고, MBC 암흑기를 주도했던 장본인”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5일 방문진 앞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차기환 이사 사퇴를 요구하는 모습. 사진=정철운 기자.  
▲5일 방문진 앞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차기환 이사 사퇴를 요구하는 모습. 사진=정철운 기자.  

앞서 이날 오후 1시경엔 방문진 앞에서 차기환 이사 사퇴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이 이뤄졌다. 윤창현 언론노조위원장은 “차기환이 공영방송 내부에서 발언권을 가지고 있던 시절을 기억한다. 그 시절 공영방송을 기억하고 있다. 차기환 같은 극우적 인사 통제를 받으며 공영방송은 권력의 흉기가 되어 시민을 찔렀다. 세월호 유족들이 거리의 폭도로 매도되었다”며 “우리는 공론의 장에서 다른 존재에 대한 혐오를 이런 식으로 조장하는 사람을 용납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홍범도 장군까지 부관참시하는 역사 전쟁을 공영방송에서 벌이겠다는 것인가”라고 되물으며 “차기환이 소란을 일으킬 순 있겠지만, 공영방송의 본질을 뒤흔들 수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앞서 차기환 이사는 5.18 광주민주화운동 북한군 개입설 게시글을 나르면서 허위 주장을 반복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장신환 5.18민주화운동 서울기념사업회장은 “배웠다는 자가 40년이 넘은 지금도 5.18을 폄훼한다.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 몸을 던지며 광주를 알려 비통한 죽음이 겨우 밝혀졌다. 우리 희생자들은 빨갱이로 몰리고, 오랜 고통을 겪어왔다”면서 “차기환은 당장 물러나야 한다. 공직을 용인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김순길 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 사무처장(단원고 2학년 9반 진윤희 엄마)도 기자회견에서 “유가족을 폄훼하고 참사 진상규명을 방해했던 사람”이라며 역시 사퇴를 요구했다. 2015년 당시 새누리당 추천으로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위원이 된 차기환 이사는 당시 유족의 단식을 비하하는 ‘일베’ 글을 자신의 SNS에 올리고, 대통령 면담을 요구하며 청와대로 간 유가족을 향해서는 ‘이런 유가족들의 행태는 정말 싫다’고 비난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호찬 언론노조 MBC본부장은 “이동관이 가짜뉴스와의 전쟁을 벌이겠다고 했다. 차기환은 북한군 개입설을 퍼뜨렸던 자다. 방통위가 가짜뉴스를 앞장서서 퍼트렸던 차기환을 임명했다”며 현 상황의 모순을 비판한 뒤 “MBC사원 1300여명이 권태선 방문진 이사장 해임처분 집행정지를 인용해달라고 법원에 탄원서를 제출했다. 법원이 방송 장악 시도에 브레이크를 걸어달라”고 강조했다. 언론노조 MBC본부는 “방문진 이사로서 부적격 인사를 법과 절차, 전례 모두 무시하고 방문진 이사로 임명한 것은 공영방송 MBC를 서둘러 장악하겠다는 정권 차원의 음모 외엔 설명할 방법이 없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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