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국민연금 개편의 바탕으로 삼을 전문가위원회의 ‘재정안정화’ 방안이 1일 공개됐다. 개편 제안의 골자는 ‘국민이 더 내고 늦게 받는’ 방향이다. 시민사회에선 노후소득보장이라는 국민연금 목표를 잃은 개편안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 2일 신문들이 관련해 1면 보도와 사설을 냈다.

보건복지부 산하 국민연금 재정계산위원회는 지난 1일 보험료율과 수급개시 연령, 기금 수익률 등을 조합한 18가지 제도개선 시나리오를 공개했다. 복지부는 이를 바탕으로 10월 국회에 연금개혁안을 제출할 예정이다.

▲2일 아침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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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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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력한 안은 현재 9%인 보험료율을 2025년부터 해마다 0.6%포인트씩 올려 15%까지 높이자는 것이다. 5년마다 한살씩 늦춰 2033년 65살이 되는 수급개시 연령(1968년생)은 68살까지 늦추도록 했다. 국민연금 납부 기간은 늘려 수급을 시작하는 연령과 일치시키는 방안도 나왔다.

반면 이에 따라 약해지는 노후소득보장 취지, 측 2023년 40%로 낮아지게 될 소득대체율을 어떻게 조정할지에 대한 내용은 보고서에서 빠졌다.

시민사회는 이 같은 논의 방향을 비판해왔다. 연금개혁이 노후소득보장이라는 취지보다는 재정 문제만 강조하는 방향으로 논의되고, 소득 보장을 강화하자는 논의가 소수의견으로 치부됐다는 비판이다.

▲2일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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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례로 정부는 ‘재정안정화’를 소득보장보다 우선순위에 내놓고 있으나, 해외 대부분 국가는 연금기금에 직접 재정 지원을 하는 반면 한국의 경우 국민연금 관리운영비 중 국고 비중은 1.8%에 불과하는 등 정부가 기여하는 바는 사실상 전무하다는 지적이다. OECD 등 국제기구도 한국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 인상을 권고했다.

남찬섭, 주은선 재정계산위원회는 같은 날 ‘공적연금인 국민연금 목적은 노후보장과 생활안정이다. 올바른 개혁을 위해 조그마한 희망이라도 살려보고자 기다렸지만 현재의 재정계산위로선 그 가능성이 더 이상 없다고 판단한다’며 사퇴했다.

다수 신문이 이 소식을 1면에 다뤘다. 경향신문과 국민일보, 세계일보, 한국일보다. 신문들은 기사 에서 이 같은 개편안을 “더 내고 늦게 받는 국민연금”이라고 요약했다. 경향신문을 포함한 다수 신문은 재정안정성 강화를 개편의 주요 목표로 받아들이는 한편 보장성 강화안도 개혁안의 일부로 포함하라고 주문했다.

▲2일 경향신문
▲2일 경향신문
▲2일 경향신문
▲2일 경향신문

경향신문은 이번 개편안이 “보장강화안이 빠진 반쪽 개혁”이라고 규정했다. 신문은 “소득대체율 인상안은 이날 공개된 보고서에 담기지 않았다. 노후소득 보장이라는 목표를 상실한 반쪽짜리 개혁안이라는 비판도 나온다”고 했다. 또 보험료율 인상과 관련해 직장가입자는 사측이 보험료 절반을 부담하는데(4.5%) 자영업자를 비롯한 지역가입자는 전액 본인 부담이라, 한꺼번에 보험료율이 크게 뛰는 데 부담을 느낄 수 있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사설에서 “한국의 노인빈곤율은 약 40%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의 2.5배에 달한다”며 “국민연금의 본래 목적인 사회보장을 꾀해야지 재정안정에만 초점을 맞춰서는 안 된다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내달까지 내겠다고 한 국민연금 개혁 단일안을 차질 없이 내놓고, 능동적인 태도로 의견수렴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

한겨레는 “이번에 나온 개혁안은 재정안정화에 치우쳐 있어 연금 본래의 목적에 못 미친다. 불안정한 노후소득을 실질적으로 높일 방안이 병행 추진되어야 할 것”이라고 평했다. 그러면서도 “저출생·고령화가 빠르게 심화하면서 기금 소진 시점은 빨라지고 있다”며 “보험료율 조정이 불가피하다”고 했다.

▲2일 한겨레
▲2일 한겨레

국제적으로는 국민연금을 재정을 우선순위로 연결해 논의하는 경우가 소수다. 남찬섭 동아대 사회복지학과 교수에 따르면 독일, 스페인, 영국, 프랑스 등은 연금기금이 거의 없거나 하나도 없지만 각 나라에서 돈을 못 받은 인구는 없다. 사회적 연대에 기반해 ‘노후보장과 생활안정’을 근본 목표로 하는 공적연금 성격 때문이다.

한국일보도 1면에 재정계산위의 개편안 내용을 요약해 전달한 뒤 ‘재정 고갈’에 초점을 맞춘 사설을 냈다. “국민연금 개혁은 더 이상 미룰 수만은 없다”며 “이전 정부들에서 제때 개혁을 이루지 못하면서, 국민연금 고갈 시점(현재 2055년 예상)을 늦추지 못하고 부담을 키웠다”고 했다.

▲2일 한국일보
▲2일 한국일보

그러면서 “보장성 강화 방안이 빠지면 국민 설득에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며 “남찬섭 동아대 사회복지학과 교수와 주은선 경기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위원회를 사퇴하며 ‘재정중심론자들은 미래세대 재정 부담을 강조하지만, 실제 미래세대 부담은 낮은 국민연금 급여액과 이에 따른 빈곤대응에서 더 크게 나타날 수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고 전했다.

조선일보는 기금 수익률과 재정에 초점을 맞추며 이 책임이 문재인 정부에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 문재인 정부는 연금 개혁에 전혀 손대지 않았다. 그 바람에 기금 소진 시기가 2057년에서 2055년으로 2년 앞당겨졌다. 연금을 둘러싼 여건도 악화했다. 합계출산율은 세계 최저인 0.7명대로 떨어졌고 고령화 속도도 빨라졌다”고 했다.

중앙일보도 복지전문기자 기사에서 “문재인 정부 시절 4차 재계산때 조금이라도 고쳤으면 이번에 부담이 덜했을 터다. 그냥 지나는 바람에 고갈 시기가 2057년에서 2055년으로 2년 당겨졌다”고 했다.

▲2일 조선일보
▲2일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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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중앙일보

세계일보는 사설 “소득대체율 빠진 ‘반쪽’ 연금개혁안, 연내엔 정부안 나와야”에서 “단일안 도출은커녕 18개 시나리오를 툭 던져버린 것 자체가 한심하다. 여기에다 ‘용돈 연금’이라는 지적을 받는 상황에서 노후소득 보장의 핵심인 소득대체율 인상안은 쏙 빠졌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고갈 시기를 최대한 늦추는 게 급선무”라며 수익률 제고와 요율 높이기 등을 우선 과제로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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