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20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정치쇄신 과제’를 제안했다. 의원정수를 10% 감축하고, 중국인 투표권·건강보험을 제한하자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추진하는 정책에 대한 성과 치하도 있었다. 이를 두고 주요 아침신문들의 비판이 쏟아진다. 여당 대표가 첫 연설에서 국정운영에 대한 현실을 인식하지 않고, 편 가르기를 통해 지지율 확보에만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김기현 대표의 정치쇄신 과제는 △국회의원 정수 30명 감축 △국회의원 불체포특권 포기 △노동조합 개혁 및 기업 세금 축소 △중국인 투표권·외국인 건강보험 적용 정책 수정 등이다. 한국은 영주권 취득 후 3년 이상 거주한 외국인에게 지방자치단체장·지방의원 투표권을 주고 있다. 김 대표는 한국 국민이 중국에서 투표권을 갖지 못하기 때문에 상호주의 원칙에 따라 이 같은 정책을 제안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 연합뉴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 연합뉴스

주요 아침신문들은 김 대표의 이 같은 정치쇄신 과제에 대해 호평보다는 악평을 내놨다. 한국일보는 8면 <김기현 “국내 거주 중국인에 투표권 부당… 건보 무임승차 안돼”> 보도에서 김 대표의 중국 관련 발언에 대해 “최근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의 ‘베팅’ 발언 논란으로 분출된 한중갈등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반중 정서’에 기댄 발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고 설명했다. 싱하이밍 대사는 최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의 면담에서 “미국이 승리할 것이라고 베팅하는 이들은 후회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6월21일 한국일보 8면 기사 갈무리.
▲6월21일 한국일보 8면 기사 갈무리.

또 한국일보는 사설 <“중국인 투표권·건보 제한…” 反中에 기댄 여당 대표>에서 “중국을 콕 집어 문제 삼은 건 반중 정서에 편승하려는 정치적 계산이 깔렸다는 의심이 들게 한다”며 “물론 국내 외국인 유권자의 대다수는 중국인이다. 한국, 서유럽 등 일부 선진국을 제외한 대부분 국가처럼 중국도 외국인 투표권을 인정하지 않는 만큼 형평성 문제를 제기할 여지도 있다. 하지만 중국인 유권자 규모(10만 명)나 낮은 투표율(13.3%)을 감안할 때 ‘중국이 한국 내정에 간섭할 수단을 갖고 있다’(권성동 국민의힘 의원)는 식의 주장은 과장스럽다”고 지적했다. 실제 외국인 투표율은 매우 저조한 수준이다.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투표에 참여한 외국인 수는 1만6510명에 불과하다.

▲6월21일 한국일보 사설 갈무리.
▲6월21일 한국일보 사설 갈무리.

이어 한국일보는 “중국에 당당한 자세를 취하는 건 당연하다. 다만 국익과 원칙, 선린에 기반한 당당함이어야지, 국내 정치에 유리한 제스처를 외교 무대에서 보이는 식이라면 곤란하다”고 밝혔다.

▲6월21일 경향신문 4면 기사 갈무리.
▲6월21일 경향신문 4면 기사 갈무리.

경향신문은 의원정수 축소 발언에 대해 “정치혐오 정서에 기댄 포퓰리즘”이라고 평가했다. 경향신문은 4면 <의원 감축 카드 꺼내든 여당 선거제도 개혁 물 건너가나> 보도를 통해 “정치혐오 정서에 기댄 포퓰리즘으로 선거제 개혁 논의를 가로막는다는 비판이 제기된다”고 했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공론조사 결과 숙의 과정을 거치면 ‘비례대표를 더 늘려야 한다’는 의견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두고 국민의힘 측은 “경도된 여론조사가 나왔을 가능성이 있다”며 조사 결과를 신뢰할 수 없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6월21일 경향신문 사설 갈무리.
▲6월21일 경향신문 사설 갈무리.

또 경향신문은 사설 <국민의힘 ‘의원 축소’ 주장, 선거제 개혁 논의 엎자는 건가>를 내고 “내년 총선에 적용할 선거제 개편 논의가 가뜩이나 겉돌고 있는 중에 의원 수 감축을 다시 꺼낸 것은 부적절하다. 선거제 개편 논의에 불필요한 논란을 만들어 국회 논의나 야당과의 협상을 뒤엎으려는 것이어선 안 된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의원 축소는 정치 신인과 소수당의 진입 장벽을 더 높이고, 현역 의원의 기득권을 더욱 강화할 수 있다”며 “선거제 개편 논의에 찬물을 끼얹고 답보 중인 협상을 더욱 힘들게 만들 뿐”이라고 했다.

▲6월21일 한겨레 사설 갈무리.
▲6월21일 한겨레 사설 갈무리.

한겨레는 김기현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의 정책에 대해 긍정 평가를 내놓은 것을 주목했다. 한겨레는 <낯 뜨거운 ‘윤비어천가’, 여의도 출장소 자임 여당 대표> 사설을 내고 “국정수행 부정 평가율이 60% 안팎에 이르는 현실에 대한 성찰은 찾아볼 수 없고, 대신 ‘실사구시에 입각한 합리적 국정’, ‘제1호 영업사원을 자처해 대규모 투자 유치 성공’, ‘‘건폭’이 멈췄다’ 등 윤석열 대통령을 향한 낯 뜨거운 칭송을 곳곳에 배열했다”고 했다.

한겨레는 “민생 대책으로 제시한 내용들도 공허한 말잔치에 그쳤다”며 “김 대표는 이날 연설에서 노동개혁을 설명하며 ‘쉬고 싶을 때 확 쉬고 일할 때 집중해서 일할 수 있는 탄력적 근로시간제는 노동자와 기업 모두 ‘윈윈’’이라고 했다. 장시간 노동 부활이 어떻게 저출산 해법이 될 수 있단 말인가”라고 했다. 이어 “현실성도 없는 ‘의원 정수 30석 축소’를 정치개혁 과제로 내세운 것을 두고도 실익도 없는 포퓰리즘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이날 연설은 국민보다 ‘윤심’만 바라보는 여당의 현주소를 부끄러움도 모르는 채 그대로 드러낸 것”이라고 강조했다.

▲6월21일 경향신문 1면 기사 갈무리.
▲6월21일 경향신문 1면 기사 갈무리.

이어지는 킬러 문항 배제 논란… 초대 평가원장 “말 되지 않는 소리”

국민의힘과 정부의 ‘수능 킬러 문항 배제’ 파장이 이어지고 있다. 일관성 없는 정책 제안으로 교육시장의 혼란만 가중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경향신문은 박도순 초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 인터뷰를 통해 정부여당의 방침을 비판하고 나섰다. 경향신문 1면, 3면 보도에 따르면 박 초대 원장은 “사교육을 줄이려면 학교 서열을 없애고, 직장에서 대학을 보지 않아야 한다. 이런 조치 없이 단순히 수능 난이도를 어떻게 하면 사교육이 줄어들 거라는 건 말이 되지 않는 소리”라고 했다.

▲6월21일 한겨레 사설 갈무리.
▲6월21일 한겨레 사설 갈무리.

한겨레는 사설 <‘6월 모평’ 문제라며 근거도 없이 수능 혼돈 자초했나>를 내고 정책 구체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대통령실과 정부·여당은 발단이 된 6월 모의평가 난이도에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구체적 내용을 밝히지 못하고 있다”며 “‘6월 모의평가는 아직 채점이 완료되지 않았고, 오는 28일 수험생들에게 성적이 통지될 예정이다. 윤 대통령은 도대체 누구로부터 무슨 얘기를 들었길래 ‘난이도 조절 실패’로 단정 짓고 이 혼란을 일으킨 것인지 의구심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6월21일 한국일보 사설 갈무리.
▲6월21일 한국일보 사설 갈무리.

이런 가운데 19일 이주호 교육부 장관은 기자들에게 “(윤석열 대통령이)입시에 대해 수도 없이 연구하고 깊이 있게 고민하는 것을 보고 놀랐다. 제가 진짜 많이 배우는 상황”이라고 했다. 이에 한국일보는 사설 <“대통령에게 입시 배운다”는 이주호 교육부총리>를 내고 “대통령의 '공정수능' 지시 미이행에 따른 장관 경고 이후인 점을 감안해도 교육부 수장의 발언은 듣기에 민망하고 낯 뜨겁다”고 꼬집었다.

한국일보는 “대통령이 입시 전문가이고 그래서 교육부 수장이 대통령한테 입시를 배운다고 한다면, 이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며 “이명박 정부 시절 교육부 수장을 지낸 부총리의 발언이고 보면 결국 대통령 비위를 맞추려 한 말로밖에 볼 수 없다. 부총리 발언이 일각에서 나오는 경질론과 맞물려 해석되는 것도 이런 측면”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여론의 ‘화살받이’를 자처하며 인사권자에게 고개를 숙이려는 의도 아니냐는 것이다. 그게 아니라면 입시 정책의 전문성도, 대통령 지시의 실행능력도 없다는 이 부총리의 실토일 것”이라고 밝혔다.

▲6월21일 조선일보 4면 기사 갈무리.
▲6월21일 조선일보 4면 기사 갈무리.

반면 조선일보는 현행 수능의 문제점을 비판했다. 조선일보는 4면 <“수능 출제한 현직 교사들 강남 입시학원 강사로”> 보도에서 “수능 출제 위원들이 강남 입시학원으로 가는 경우도 있다. 현직 교사들이 수능 출제나 검토 위원으로 참여한 뒤 강남 입시학원의 강사로 이직하는 것”이라고 했다. 또 조선일보는 ‘킬러 문항’ 모의고사를 만들어 돈벌이를 하는 학원도 존재한다고 소개했다.

▲6월21일 조선일보 사설 갈무리.
▲6월21일 조선일보 사설 갈무리.

또 조선일보는 사설 <‘킬러 문항 폐지’ 공약했던 李, 정부가 발표하자 “최악 참사”>를 내고 이재명 대표가 킬러 문항 폐지를 공약한 만큼, 더불어민주당이 정부여당의 정책 방향을 비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이재명 대표는 대선 때 사교육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수능을 개편하고 초고난도 문항, 이른바 ‘킬러 문항’을 없애겠다고 국민 앞에 공약했다”며 “지금 최악의 참사라고 한다면 제 얼굴에 침 뱉기밖에 더 되나. 이들은 이런 일이 밝혀져도 부끄러워하지도 않는다”고 했다.

▲ 지난달 11일 전원합의체 선고가 열린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 ⓒ 연합뉴스
▲ 지난달 11일 전원합의체 선고가 열린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 ⓒ 연합뉴스

대법원 입장문에도 대법관 비판 이어져… “비판과 흔들기 다르다”

지난 15일 대법원의 파업노동자 손해배상 책임 완화 판결을 두고 보수·경제지가 경제단체 성명을 인용 보도하고 나섰다. 한국경제는 3면 <“大法이 불법파업 노조원 보호…산업현장 무법천지 될 것”> 보도를 내고 “불법파업 노동조합원의 손을 들어준 대법원 판결에 국내 6대 경제단체가 강도 높은 비판 성명을 냈다”며 “경제 6단체는 또 이번 판결이 피해자인 사용자의 손해배상 청구를 사실상 제한할 것이라고 지적했다”고 했다. 이밖에 조선일보, 동아일보, 서울신문, 파이낸셜뉴스 등이 관련 보도를 냈다.

▲6월21일 한국경제 30면 칼럼 갈무리.
▲6월21일 한국경제 30면 칼럼 갈무리.

또 한국경제는 30면 <불법파업 조장하는 사법부의 친노동 판결> 칼럼을 통해 “대법원은 김명수 대법원장 취임 이후 지난 6년간 ‘친노동 일변도’ 판정을 쏟아내며 논란을 만들어냈다”며 “이제는 책임을 회피하려는 모습까지 보이면서 ‘‘사법의 정치화’가 최고조에 달했다‘는 쓴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새 대법관·대법원장 인선을 계기로 사법부가 바로 서길 바란다”고 밝혔다.

▲6월21일 조선일보 사설 갈무리.
▲6월21일 조선일보 사설 갈무리.

한편 대법원은 이번 판결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자 입장문을 내고 “사법권 독립을 훼손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를 두고 조선일보는 사설 <‘파업 조장 판결’ 비판에 “사법부 독립 훼손”이란 김명수 대법원>을 내고 “현장 상황을 모르는 데다 이념적으로 편향된 대법관이 황당한 판결을 내렸는데 대법원이 나서서 또 황당한 변명을 하고 있다”며 “사건 주심인 노정희 대법관은 진보 성향 법관 모임인 우리법연구회 출신이다… 노 대법관에 대해선 이 말이 설득력을 가질 수 없다. ‘TV 토론에선 거짓말해도 무죄’라는 황당 판결이 나온 사건의 주심이 노 대법관”이라고 했다.

▲6월21일 한국일보 사설 갈무리.
▲6월21일 한국일보 사설 갈무리.

반면 한국일보는 사설 <사법부 독립 해치는 도 넘는 대법원 판결 흔들기>를 내고 “사법부 판결이라도 비판의 성역이 아니며, 이견에 대해 토론의 장이 열리는 게 당연하다. 하지만 인신공격이나 판결 내역을 제대로 살피지 않은 잘못된 주장까지 용납할 일은 아니다”라며 무분별한 비판을 자제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한국일보는 “경제단체들은 예외적 판례를 쟁위행위에 적용했다고 비판했지만, 그 예외적 판례는 회사대표와 다른 이사들 사이의 공동불법행위에 따른 책임을 다르게 인정한 판례였다”며 “경영진의 공동불법은 개별적으로 따져도 되고, 노동자들의 공동불법은 개별적으로 따지지 말고 뭉뚱그려야 한다는 주장이 오히려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당한 비판과 모욕을 동반한 흔들기는 다르다. 이로 인해 사법부의 독립성이 흔들리고 악영향을 받으면 그 대가는 사회 전체가 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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