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15일 오후 서울시의회 본회의장에서 김현기 서울시의회 의장이 서울특별시 미디어재단 TBS 설립 및 운영에 관한 조례 폐지조례안 가결을 선포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11월15일 오후 서울시의회 본회의장에서 김현기 서울시의회 의장이 서울특별시 미디어재단 TBS 설립 및 운영에 관한 조례 폐지조례안 가결을 선포하고 있다. ⓒ연합뉴스

향후 KBS 미래는 TBS의 현재가 될 가능성이 높다. 

국민의힘이 다수인 서울시의회에서 지난해 11월 TBS 출연금 지원을 폐지하는 조례안이 본회의를 통과했다. 2024년 1월부터 서울시는 TBS를 지원하지 않아도 된다. 올해 출연금도 전년 대비 88억 원 줄어든 232억원으로 책정했다. 상업광고가 금지된 TBS는 제작비 ‘0원’ 상황에 직면했다. <김어준의 뉴스공장>을 비롯한 주요 시사프로그램을 모두 폐지하는 것을 넘어 박원순 서울시장 시절의 편성표를 아예 흔적도 없이 지워버리는 식의 ‘혁신’을 보여주고 나서야 서울시가 올해 첫 추경안에서 TBS 예산 73억원을 편성했다. 

TBS 사태는 행정-의회 권력이 방송사를 방송 중단 직전까지 몰아붙인 다음 ‘정상화’되었다고 판단하면 예산을 복구해주는, 지금껏 유례를 찾기 어려웠던 ‘언론 통제’다. 수신료를 전기세에서 분리 징수하려는 현 국면은 TBS의 현재를 떠올리게 하기 충분하다. 김의철 KBS 사장은 8일 수신료의 안정적 징수가 공영방송 독립성과 공정성을 위한 필수요소라고 강조하며 정부가 수신료 분리 징수 움직임을 철회하면 사퇴하겠다고 배수진을 쳤지만, 정부는 김 사장 거취와 관계없이 시행령을 통해 분리 징수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8일 “국민이 KBS에 원하는 것은 수신료 분리 징수다. 사장이 물러나라는 요구를 우리 국민이 했는지는 모르겠다”며 “(사장 퇴진은) 수신료 분리 징수와는 완전히 별개의 문제”라고 했다. 앞서 서울시의회 또한 박원순 시장 시절 임명된 이강택 TBS 대표가 국민의힘의 사퇴 압박 속에 결국 사의를 밝혔음에도 조례 폐지를 의결했다. 당시 제대로 된 숙의 과정 없이 지역 공영방송 재원의 근간을 흔들어버렸고, 이번에도 중복 투표가 가능했던 인터넷 여론조사 결과 하나만을 가지고 재원의 근간을 흔들고 있다는 점에서 똑같다. 

▲KBS 본관. ⓒKBS
▲KBS 본관. ⓒKBS

KBS 전망에 의하면 2022년 기준 6200억 원 규모의 순 수신료 수입은 분리 징수 시 1000억 원대로 급감한다. 현재 KBS 연 수입의 50%가량을 차지하는 수신료 수입이 5000억원 가량 줄어든다고 가정했을 때 KBS는 부동산 등 보유자산을 매각하거나 임대하는 방식으로 기타 수익을 높여야 한다. 그러나 방송법상 KBS는 보유자산 임대‧개발 운영이 불가능하다. 여기에 더해 지상파3사 광고시장에서 KBS 점유율은 지난해 20% 선이 무너지는 등 하락을 거듭하고 있다. KBS가 올해 사업손실로 727억 원을 추정한 상황에서 분리 징수는 ‘사망선고’와 같다. 

수신료 분리 징수는 KBS 구성원의 임금 삭감이나 고용불안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KBS 경영진은 수신료 통합징수를 위해 정부가 불편해할 만한 시사 보도를 자기 검열할 수밖에 없다. ‘땡윤뉴스’가 도래하는 것이다. 각종 시사‧보도프로그램이 폐지 또는 위축의 길을 걷는 가운데 올해 초 정순신 국가수사본부장을 낙마시켰던 KBS의 ‘정순신 아들 학폭’ 단독 보도 같은 고위공직자 검증 보도는 나오기 어렵게 된다는 의미다. <1박2일>에 영부인이 등장할지도 모른다. 모든 변화는 ‘정상화’라는 이름으로 내부에서 진행될 것이다. 

분리 징수 국면을 벗어나기 위한 ‘KBS 정상화’ 작업은 총선 전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총선 뒤 정부 여당은 ‘공영방송이 어느 정도 정상화됐으며 분리 징수 부작용이 적지 않다’는 명분으로 분리 징수 입장을 철회할 가능성이 있다. 나아가 ‘수신료 인상’ 여론을 만들지도 모른다. 국민의힘에 우호적인 KBS 사원들도 수신료 분리 징수에 부정적인 상황, 종편을 가진 신문사들이 KBS 2TV 광고 축소를 바라는 점 등을 감안하면, 정부가 분리 징수에 나서더라도 길게 끌긴 어려울 것이란 전망 탓이다. 결국 TBS 73억 추경 편성과 유사한 상황이 오는 셈이다. 

이러한 ‘선례’는 미래를 어둡게 할 것이다. 추후 다른 정당이 집권했을 때 윤 정부와 마찬가지로 수신료 분리 징수 카드를 이용해 공영방송을 압박할 가능성이 있다. 결국 KBS를 둘러싼 ‘정치적 후견주의’는 현재보다 더욱 노골화될 수밖에 없으며, 이는 장기적으로 BBC 같은 공영방송이 아닌, KTV 같은 ‘국영방송’으로의 퇴행을 의미한다. 시청자는 떠나고 공영방송은 소멸할 것이다. 이런 상황을 예측하고 야당이 국회에서 움직이려 해도, 국민의힘과 합의가 없으면 상임위조차 열 수 없을 것이다. 이번 달부터 국회 과방위원장은 장제원 의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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