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V 로고.
▲KTV 로고.

KTV(원장 하종대)가 뉴스토마토·시사IN·오마이뉴스와 업무협약으로 진행하던 정부 부처 영상자료 제공을 돌연 중단했다. 이 과정에서 대통령실 입김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어 또 다른 유형의 언론 탄압이란 비판이 나온다. 

KTV는 문화체육관광부 소속 한국정책방송원이 운영하는 방송 채널로, 문재인정부 시절이던 2020년부터 ‘KTV 나누리’라는 개방공유 아카이브를 구축해 본격적으로 활용했다. KTV와 업무협약(MOU)을 체결한 언론사는 정부 부처 영상자료를 무료로 썼다.

그런데 지난주 뉴스토마토·시사IN·오마이뉴스가 영상제공 중단을 통보받았다. 2021년 2월부터 KTV와 업무협약을 맺고 영상을 사용해 온 뉴스토마토는 지난 2일 KTV측이 <방미 성과 ‘자화자찬’…태영호마저 ‘찬물’>이란 2일자 기사를 문제 삼으며 “정부 정책 홍보가 KTV의 주된 역할인데, 정권 비판 보도에 영상자료 출처로 KTV가 표기돼 나가게 되면 국가기관으로서 KTV의 존재 이유와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입장을 들었다고 밝혔다. 

▲지난달 28일 윤석열 대통령의 미 의회 상·하원 합동 연설을 생중계한 KTV화면 갈무리.
▲지난달 28일 윤석열 대통령의 미 의회 상·하원 합동 연설을 생중계한 KTV화면 갈무리.

김기성 뉴스토마토 편집국장은 8일 통화에서 “대통령실이 워낙 방미 성과 이야기를 해서 비판적으로 접근하는 과정에서 영상이 활용되니 KTV 입장이 곤란했던 것 같다”며 이번 조치를 “비판 언론에 대한 재갈 물리기”로 해석했다. 김기성 국장은 “이번 일을 천공 보도 기자 고발, 대통령실 출입 기자 교체 문제의 연장선으로 보고 있다”며 “KTV조차 (이번 조치에서) 대통령실 개입 여부를 부정하지 않았다”고 했다.

KTV는 5일 입장을 내고 “뉴스토마토는 업무협약 및 나누리 포털 콘텐츠 이용 약관을 위반하고, KTV에서 제공하지 않은 KTV 영상을 불법 다운로드해 보도에 활용한 바 있어 업무협약을 해지하고 영상 이용 중단 조치를 취한 것”이라며 “이는 뉴스토마토의 불법행위와 이용약관 위반에 따른 정당한 조치로 대통령실과는 무관하다”고 밝혔다. 뉴스토마토는 “전임 정권에선 문제 제기가 전혀 없었다”며 납득하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그런데 시사IN과 오마이뉴스는 뉴스토마토와 같은 ‘약관 위반’ 상황이 없는데도 영상제공 중단 통보를 받았다. KTV 관계자는 지난 2일 시사IN 담당자에 “악의적 보도를 저희 영상을 좀 활용하면서 해가지고. 그래서 대통령실이 조금 약간 난리가 났다. 그래서 저희쪽에서 급하게 뭘 하고 있는데 조치사항이 온라인 미디어 쪽에서는 한동안 다운로드 제한을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에서 이런 지침이 내려온 것이냐’는 담당자 질의에는 “대통령실을 통해 저희 원장님하고 다 이제 보고를 하고 그런 상황”이라고 밝혔다. 앞선 KTV 해명과 달리, 대통령실이 이번 조치에 영향을 줬다고 추정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차형석 시사IN 편집국장은 8일 통화에서 “갑자기 구두로 실무자에게 전화해서 앞으로는 영상을 쓰려면 일일이 허락을 받으라고 하는데 애초 업무협약 취지와 맞지 않다. 이런 식이면 정권이 바뀔 때마다 공공기관과의 계약을 믿을 수 없게 된다”고 했다. 차 국장은 “우리는 어떤 기사에 어떤 영상을 써서 문제다, 이런 사유도 잘 모르는 상태에서 느닷없이 통보를 받았다”며 “매체를 가리겠다는 거라면 납득하기 어렵다”고 했다. 

김윤상 오마이TV 팀장 역시 8일 통화에서 “지난주에 KTV쪽에서 타 매체에 문제가 생겨서 영상자료 제공을 중단한다는 통보를 받았다. 필요한 영상자료가 있으면 앞으로는 얘기를 하면 제공하겠다고 해서 그러겠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김 팀장은 “우리(오마이뉴스)에게 어떤 문제가 있어서 제공을 중단한다는 이야기는 듣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미디어오늘은 KTV측에 오마이뉴스와 시사IN의 명확한 영상제공 중단 사유를 물었으나 답변을 받지 못했다. 김은혜 홍보수석, 이도운 대변인 등 대통령실 관계자들에게 ‘영상제공 중단이 대통령실과 관련있는지’, ‘대통령 관련 악의적 보도에 KTV 영상을 사용해 대통령실이 난리가 나서 영상제공을 중단했다는 이야기가 사실인지’ 질의했으나 역시 답변을 받지 못했다. 

재임 시절 ‘KTV 나누리’를 구축한 성경환 전 KTV 원장은 8일 통화에서 “정부가 만든 영상자료는 공적 자산이라고 생각해서, 공공저작물은 국민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대원칙으로 원하는 매체에 다 제공했다. 협약 중 영상자료 중단 기준은 따로 없었다”고 전했다. 이어 “과거 공보처 기능을 했던 정부 홍보 매체라는 점에서 KTV 입장을 이해하지만 내 임기 중 정부에 불편한 보도에 활용되었다는 이유로 영상자료를 중단한 사례는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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