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6월11일 군산해양경찰서장 C씨는 직위 해제됐다. 전날 오후 조기 퇴근한 뒤 부하 직원을 대동해 배우자와 골프를 친 게 문제였다. 이 시기는 해상 동굴에 고립된 다이버를 구조하던 중 사망한 경찰관의 애도 기간이었고, 중국인 밀입국 사건으로 해상경계 강화 기간이었다. 군산해경 관내에서는 해상 실종자를 수색 중이었다.

MBN이 C씨에 관한 취재를 시작하자 해경은 C씨를 곧바로 직위 해제했다. 당시 해경 관계자는 “사안이 중한 만큼 우선 C 서장을 직위해제하고 그와 관련자를 대상으로 감찰을 벌이고 있다. 결과에 따라 엄중 조치할 방침”이라고 했다. C씨에 대한 직위 해제는 MBN을 필두로 여러 언론이 보도했다. 세계일보는 “해경 순직 애도 기간에 ‘굿샷’”이라며 C씨의 부적절 처사를 비판했다. 그러나 이후 그가 어떤 징계를 받았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두 달 뒤 해경이 중징계 처분을 내렸다는 소식이 보도됐으나 정확한 징계 수위는 개인정보보호와 내부 규정에 따라 비공개됐다.

▲ 해양경찰 로고.
▲ 해양경찰 로고.

C씨가 해양경찰청장을 상대로 낸 해임처분 취소소송 판결문을 보면, 그는 2020년 7월31일 해임됐다. 징계 사유로는 ‘실종자 수색 및 해상경계 강화 기간 중 골프 행위’ 외에도 갑질(직무 권한 등을 행사한 부당 행위), 여성 직원을 대상으로 한 부적절 발언과 성희롱 및 성추행, 감찰 조사 방해 행위 등이 적시됐다.

C씨는 해임처분이 부당하다며 이듬해 3월 해경청장을 상대로 해임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했으나 서울행정법원 제8부(재판장 이정희)는 지난달 7일 “징계 처분에 재량권을 남용하거나 한계를 일탈한 위법이 없다”며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C씨에 대한 해임은 정당하다는 것이다. C씨는 지난달 16일 항소했다.

재판부는 “원고(C씨)는 경찰공무원으로서 업무 특성상 고도의 도덕성과 성실성이 요구되는 지위에 있고, 모범적 자세와 행동을 유지함으로써 국민 신뢰를 확보해야 할 의무와 책임이 있다”며 “그럼에도 원고는 자신의 감정을 다스리지 못하고 화가 난다는 이유로 직원들을 위협하고 물건을 던지고, 외부인이 있는 곳에서 사회를 보던 경찰로 하여금 춤을 추도록 하고, 다수의 여성 경찰관들에게 자신을 ‘오빠’라고 지칭하면서 사적 접촉을 시도하면서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특히 A 경찰에게는 상습적으로 손을 만지는 등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오랫동안 신체적 접촉까지 하던 중 다른 사유로 원고에 대한 감찰 절차가 개시되자 (또 다른 경찰) B, C를 통해 감찰을 방해했다”고 밝혔다. C씨는 일관되게 부하 직원들이 공모해 자신을 모해하고 있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재판부는 C씨의 골프 행위를 징계 사유로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원고가 애도 기간에 골프 운동을 한 것이 군산해양경찰서 수장이자 기관장으로써 바람직하지 못한 행위로 평가될 수는 있지만, 이와 같은 행위를 했다거나 언론에 보도됐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국가공무원법상 성실 의무나 품위 유지 의무 등을 위반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C씨의 골프 행위로 경찰서 업무 수행이 차질을 빚었다거나 C씨가 해상·해양경계, 수색작업에 관한 업무를 나태했다고 볼 만한 자료가 없고, 기관 내 애도 기간이었다는 사정만으로 근태와 무관하게 지인들과 한 사적 골프 행위가 징계 대상이 될 정도로 위법하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게 재판부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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