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합뉴스 사옥. 사진=미디어오늘
▲ 연합뉴스 사옥. 사진=미디어오늘

뉴스통신진흥회 이사회에서 러시아군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 국제현안에 대해 연합뉴스가 조금 더 심층적으로 다뤄야 한다는 논의가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연합뉴스가 ‘기사형광고’를 송출한 문제로 포털 뉴스제휴평가위원회(제평위)가 연합뉴스를 포털에서 강등한 이후 공적인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는 취지로 나온 발언이다.

미디어오늘이 뉴스통신진흥회에서 정보공개청구 등으로 받은 지난 4월11일자 정기이사회 속기록을 보면 조복래 이사는 “제평위 사태 이후 연합뉴스가 큰 위기를 맞았는데 그래서 우리 이사들 일부가 국가기간뉴스통신사 연합뉴스가 충분한 역할을 하고 기능을 발휘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외국에서 터지는 큰 뉴스라고 지적을 했고 취재진을 구성해서 연합뉴스의 위력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다”라며 “유심히 지켜봤는데 연합뉴스가 타 언론사, 외신에서 나오는 것을 베끼는 것 외에 뭐 있었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자 홍성완 감사는 “항상 나온 얘긴데 가장 뼈아픈 게 인터넷 시대가 되니 서울에서도 외신을 보고 있는데 굳이 그걸 갖다가 그대로 쓰려면 뭐 하러 연합뉴스에서 그 많은 예산을 들여서 특파원이 나가 있을 이유가 있냐는 질문을 할 때 나도 연합뉴스에 오래 근무한 사람으로서 굉장히 뼈아프면서 쉽게 답 안나오는 것”이라며 “연합뉴스 수용자권익위원회 보고서를 보면 서울에서 줌으로 거기(우크라이나) 내부 사람들과 인터뷰하는데 연합뉴스에서 뭐했냐는 얘기가 나온다”라고 말했다.

▲ 2월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재한 러시아인 주최로 열린 우크라이나 전쟁 반대 집회에서 한 참가자가 든 우크라이나 국기 뒤로 푸틴의 전쟁 행위 중단을 촉구하는 피켓이 있다. ⓒ연합뉴스
▲ 2월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재한 러시아인 주최로 열린 우크라이나 전쟁 반대 집회에서 한 참가자가 든 우크라이나 국기 뒤로 푸틴의 전쟁 행위 중단을 촉구하는 피켓이 있다. ⓒ연합뉴스

홍 감사는 “물론 현장에서 여러 가지 애쓰는 거 알겠는데 상황이 예전과 다르다”라며 “연합뉴스 공적기능에서 가장 대표적 핵심 기능인데 과연 차별성이 있느냐 그 대답을 내놓을 수 있는 고민을 해야 할 시점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고 한 뒤 “이번 계기가 우크라이나 전쟁이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수용자권익위원회 회의록을 읽어보지 않은 이사들은 보길 바란다”며 “아주 통렬하게 지적해놨다”고 덧붙였다.

지난 3월 연합뉴스 수용자권익위원회 회의에서 제정임 위원장은 “연합뉴스 우크라이나 관련 기사가 3000건인데 제일 안타가운 것은 취재 보도한 기사가 거의 없다는 것”이라며 “연합뉴스 특파원들이 현지 신문·방송이나 AP·AFP 등 국제 통신 기사를 번역해 정리한 게 대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제 위원장은 “(이러한 기사들은) 국내에 앉아서 온라인으로 얼마든 처리할 수 있는 것들”이라며 “엄청난 경비를 쓰면서 활동하는 수십 명의 특파원, 고급 인력들이 한결같이 외신 통번역자 역할에 머물러 안타까우면서도 의아했다”고 했다.

한편 연합뉴스가 재정 긴축을 준비하면서 제평위 결정에 대한 가처분 결과에 따라 예산안을 어떻게 편성할 것인지 논의한 내용도 나타났다.

지난해 12월13일자 정기이사회 속기록을 보면 김주언 의장은 “이번주 안에 제평위에 대한 법원의 가처분 신청 인용 여부가 결정되는데 만약 인용이 되더라도 예산안은 현행대로 추진할 수밖에 없다”며 “본안 소송이 어떻게 될지 아직 확인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고 본안 소송 나오기 전에 서로 합의 형태로 해결이 되고 난 뒤가면 그때가서 추경 예산을 통해 예산을 바로잡을 수 있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는 포털에서 강등된 뒤 지난해 11월15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포털 계약 해지 효력정지’ 가처분을 신청했고 지난해 12월24일 해당 법원은 “본안 소송에서 해지통보의 위법 여부에 관한 최종 판단이 내려질 때까지 효력을 정지시키는 것이 타당하다”며 가처분을 인용했다. 즉 해당 이사회가 열릴 시점에는 연합뉴스가 포털에서 강등된 상태였다. 포털 강등 등으로 연합뉴스의 수익 악화 등이 예상됐기에 긴축 예산을 편성하자는 취지의 발언으로 해석할 수 있다.

또한 김 의장은 “진흥회 올해 예산이 22억 원이었는데 연합뉴스의 법적 출연금까지 포함해서 20억 원이 있고 내년도도 20억 원으로 예상하는데 만약 우리가 연합뉴스 측에 긴축을 더 요구한다면 우리 예산도 연합뉴스에서 출연하는 예산의 10% 정도는 삭감할 수 있다는 제안을 다음 임시이사회 때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뿐 아니라 뉴스통신진흥회도 예산 감축을 검토하겠다는 뜻이다.

미디어오늘이 이번에 받은 뉴스통신진흥회 이사회 속기록 일부는 정보공개청구와 행정심판 등을 거쳐 받은 자료다. 미디어오늘이 1년치 이사회 회의록을 정보공개청구했는데 진흥회 측에서 정보공개청구 방법을 임의로 변경하는 등 알권리를 제약해 행정심판을 청구했다. 행정심판위원회에서 청구 취지가 받아들여져서 청구인이 청구한 방식대로 전자파일 형태로 받은 자료다. 이번에 공개한 속기록을 보면 진흥회 측은 연합뉴스의 기사형광고 송출 이후 제평위의 포털 강등과 같이 일부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는 공개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에 반해 KBS·MBC·EBS 등 공영언론의 이사회 회의록(속기록)은 따로 시민들이 정보공개를 청구하지 않아도 각 이사회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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