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가 언론계 관심 속에 후원제 ‘서포터즈 벗’을 출범한 지 1년여가 지났다. 돌아보면 독자의 외연을 넓히기 위한 콘텐츠나 서비스 시도가 부족하다는 평이 나오는 가운데, 후원자 중 정기후원 비중이 높다는 데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서포터즈 벗’ 사례로만 국내 언론의 후원제 가능성을 가늠하기엔 무리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겨레 후원제는 지난해 5월 시작부터 언론계 관심을 모았다. 미디어 환경이 변하고 종이신문이 기존 수익 모델에 기대기 어려운 상황에 후원제는 기업 광고에 의존하지 않을 수 있는 수익모델로 꼽혔다. 그러나 국내 일간지에서 시도된 적은 없었다. 조선일보와 중앙일보 등 레거시 미디어는 유료구독화를 목표로 로그인월(일정 건수 이상 뉴스 이용을 위한 회원가입제)을 세운 터다. 한겨레가 후원제를 실험한 첫 종이신문인 셈이다.

중요한 건 정기후원…규모는 아쉽지만 이탈률은 낮아


전반적인 실적은 목표를 밑돈다. 반면 정기후원자가 안정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이탈률이 낮다는 점에서 ‘절반의 성공’이라는 게 내부 평가다.

후원제 운영을 전담하는 한겨레 미디어전략실에 따르면 지난해 5월17일 후원제를 도입한 뒤 6월28일 기준 정기·일시·주식후원 회원은 3200명대다. 누적 후원금은 8억원대 초반이다. 이 가운데 상당수는 일시 후원이다. 최고 후원 액수는 1억원 대였다. 회사는 후원제 출범 당시 그해 연말까지 8억원 매출 실적 달성을 목표로 내세웠다.

▲한겨레 후원제 이미지 갈무리. 그래픽=이우림 기자
▲한겨레 후원제 이미지 갈무리. 그래픽=이우림 기자

총 후원액수보다 중요한 건 정기후원 회원 숫자와 그 액수다. ‘가치를 위해 선불한다’는 의미에 걸맞은 집단인 데다 후원제가 지속할 기반이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정기후원 회원은 1900여명 모였다. 전체 회원의 60%대다. 월 정기후원 총액은 1300~1400만원 정도다. 일시후원은 1100명대로 30%대, 주식 후원회원은 200명 정도로 5% 정도다.

최우성 미디어전략실장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후원제의 안정적 베이스가 되는 정기후원자인데, 정기후원자의 비중은 줄어들지 않는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밝힌 뒤 “정기후원을 했다가 중간에 취소하는 비율이 우려만큼 크지 않다”고 했다. 후원 이탈률은 10%가량으로, 200명 정도다.

출범 초반 이후 잠잠하다 대선·캠페인 앞뒤 속도


후원회원 증감은 한겨레의 홍보 캠페인과 외부 정치 상황에 따라 달라졌다. 미디어전략실 설명에 따르면 후원 등록은 후원제 출범 초기 두세 달에 집중됐다. 이후 소강 상태를 보이다 지난 3월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반등했다. 상승세는 5월 초 새 정부 출범 때까지 계속됐다. 이후 한 달여 회원 모집이 주춤하다, 최근 돗자리 캠페인을 통해 2주째 속도가 붙고 있다. 

▲한겨레의 '신문돗자리'. 사진출처=한겨레 홈페이지
▲한겨레의 '신문돗자리'. 사진출처=한겨레 홈페이지

후원제 타깃 전략 미비 지적도 


한겨레 후원제 성패는 기존 충성 독자층 바깥으로 외연을 넓히느냐에 달렸다. 한겨레 구성원들은 시작부터 콘텐츠와 독자서비스 준비가 부족했던 만큼 새 후원 회원층을 형성하는 데에도 한계가 있었다고 평가하고 있다. 당초 후원을 끌어올 타깃부터 정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있다.

한겨레 구성원 A씨는 “후원제는 누구에게 어떤 동기 부여를 할 것인가가 핵심이나 콘텐츠의 질적 변화나 새로운 시도, 후원자들을 위한 서비스가 준비되지 않았다”며 “인터넷으로 쉽게 후원금을 낼 시스템을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추다 보니 이미 한겨레가 뭘 하든 후원하는 이들은 참여하지만 새 잠재적 후원자를 끌어모으는 전략은 없었다”고 지적했다.

후원제의 핵심은 독자에 무게 중심을 두는 데 있는 데 반해 콘텐츠가 생산자 중심에 머물렀다는 지적도 나왔다.

B씨는 “편집국 인식이 콘텐츠를 ‘잘’ 만들면 된다는 데 머물렀는데, 그 ‘잘’의 기준에 독자가 포함되지 않았다”고 지적한 뒤 “갈등이 심각한 정치 영역이 아니라도, 경제나 진로, 기술, 문화, 기후위기, 젠더 영역을 적극 발굴할 생각을 하지 못한 것 같다”며 “그 ‘니즈’를 우연히 만족한 기사가 ‘n번방’ 기획”이었다고 평했다. B씨는 이어 “사장 임기가 3년으로 짧고 기술 인력도 급격하게 줄어드는 시기에서, 후원제를 현실화하려면 개문발차가 불가피했다는 생각도 든다”고 덧붙였다.

▲한겨레 '서포터즈 벗' 광고
▲한겨레 '서포터즈 벗' 광고

이런 가운데 20~30대 여성 후원회원 비중이 기존 구독자층보다 높다는 점은 눈에 띈다. 최 실장은 “정기후원자 가운데 20~30대가 전체 후원회원의 30%대 후반”이라며 “특히 일시 후원의 경우 후원자 수 기준 20~30대가 40~50%를 차지한다”고 설명했다. 한겨레 판매기획부에 따르면 한겨레 구독자 가운데 10~30대는 25% 정도인데, 후원회원은 이보다 10%포인트 이상 높은 셈이다.

특히 최근 기후위기 이슈를 내세원 후원 캠페인을 시작한 뒤 젊은 층과 여성 후원회원의 유입이 뚜렷하다. 최 실장은 “일명 ‘돗자리 캠페인’ 뒤로는 80~90년대생 여성 후원자들이 늘어났다. 특히 30대에서 일시후원이 많았다”며 “신규 후원회원 가운데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고 있다”고 했다.

한겨레 ‘서포터즈 벗’의 1년 결과를 놓고 국내 언론사의 후원제 전망을 섣불리 결론내기는 어려워 보인다. 한겨레가 후원제를 주요한 수익 모델로 보고 준비해 출범한 사례라고 보기 힘든 탓이다. 

“구독모델로 갈 경험치 쌓는 중”


한겨레는 후원제를 구독 모델로 전환하기 위한 징검다리로 보고 있다. 최 실장은 “언론사 입장에선 수익 모델이 광고 기반 혹은 독자 기반이다. 어느 언론사이든 디지털로 가는 과정에서 한꺼번에 바로 유료화할 수도 있고, 중간 단계를 거칠 수도 있다. 일거에 구독모델로 향하기보다, 후원제를 통해 유료구독화에 활용할 여러 경험과 데이터를 쌓는다고 보고 있다”고 했다.

그런 점에서 후원제 출범 초기 후원회원 유입 분석 시스템이 마련되지 않아 분석 시기를 놓친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 최 실장은 “지난 2월부터 분석 시스템을 마련해 후원회원들이 어떤 기사를 보고 후원했는지, 후원제 배너를 보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 매일 대표이사와 편집국장을 포함한 사내 주요 간부들에게 카카오톡을 통해 메시지로 알리고 있다”고 했다.

한겨레 구성원 C씨는 “대기업 광고 모델로는 수익 창출에 한계가 있고 독자 기반으로 가려는 새로운 시도라는 점에서 기본적으로 응원하는 마음”이라며 “주주와 후원자, 신문과 잡지 구독자 등 구독자와 후원자 유형별로 장기적인 로드맵과 우선순위가 있었으면 좋겠다. 한겨레가 새로운 기획을 할 때 후원과도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시스템이 갖춰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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