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사망자 186명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습니다.” (KBS, 2022년 3월4일.)
“어제의 역대 최다치를 또 한 번 갈아치웠습니다.” (MBN, 2021년 11월26일.)

코로나19 보도에서 과장된 표현을 가장 많이 사용한 방송사는 KBS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13일 제주도 제주아스타호텔에서 열린 한국헬스커뮤니케이션학회(학회장 정의철)와 제주언론학회(학회장 김동만) 공동 세미나에서 이서현 제주대학교 언론홍보학과 교수 등(송철민, 이지화, 락빙, 김덕현 공동 연구)의 발표에 따르면 2020년 1월20일부터 2022년 3월31일까지 2년 3개월 동안 115일 분량의 방송 보도 1035건을 분석한 결과 이 가운데 65.4%에 이르는 677건에서 과장된 표현이 발견됐다. KBS가 115건 가운데 92건으로 가장 많았고, MBC는 87건, SBS는 85건 순으로 나타났다. JTBC 79건, TV조선이 76건, 연합뉴스TV 69건, MBN이 68건, YTN이 67건, 채널A 54건 순이었다.

▲ 방송사별 과장 표현 사용 기사 건수와 평균.
▲ 방송사별 과장 표현 사용 기사 건수와 평균.

과장된 표현은 하나의 기사에서 최대 10개까지 사용됐고 평균 2.57개가 사용됐다. 이 교수에 따르면 과장된 표현의 유형을 발언 주체별로 살펴본 결과, 기자가 55.8%를 차지했고 앵커와 헤드라인이 각각 33.1%와 11.1%를 차지했다. 과장된 표현의 유형을 보면 확대화가 36.9%로 가장 많았고 대비화가 30.4%, 극대화, 과일반화, 축소화가 각각 29.1%, 2.9%, 0.6% 순이었다.

▲ 언론사 보도 문장 구절
▲ 언론사 보도 문장 구절

“어제 확진자가 1,378명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습니다.” (MBN, 2021년 7월10일)
“이처럼 수도권 감염이 늘면서 서울의 입원 격리 확진자는 409명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습니다.” (JTBC, 2020년 6월13일)
“수도권의 확산세가 전국으로 퍼져나가면서 비수도권의 확진자 수가 코로나19 사태 이후 또다시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연합뉴스TV, 2021년 12월5일)

“넘다”, “역대”, “최다”, “급증”, “최고” 등의 표현이 자주 사용됐다. 발표를 맡은 송철민 JIBS 편성제작국장은 “관련 수치가 실제로 보도 당일 가장 많았다면 이런 표현을 팩트로 볼 수 있겠지만 감염이 확산되는 과정에서 날마다 당일 상황을 ‘최대’, ‘최다’, ‘최고’라고 하는 것은 지나쳐 보인다”고 지적했다. 특히 ‘최대’, ‘최다’, ‘최고’ 등의 표현이 ‘역대’와 결합해 과장의 정도르 부각시키기 위해 사용되는 경우도 많았다.

▲ 확대화 표현에 의한 과장 사례.
▲ 확대화 표현에 의한 과장 사례.

송 국장은 “어느 날 확진자가 100명이 발생해 ‘폭증’, ‘속출’, ‘쏟아졌다’고 설명했는데 다음날 200명이 증가하면 어떤 표현을 사용해야 하느냐”면서 “이런 표현은 모두 ‘크게 늘었다’ 정도로 순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극대화 표현에 의한 과장 사례.
▲ 극대화 표현에 의한 과장 사례.

“오늘 하루만 100명이 추가돼 200명을 넘겼다” 같은 표현도 굳이 ‘하루’에 ‘만’을 붙여 당순히 하루 동안이란 의미를 넘어 오늘 하루에만 100명이 추가됐는데 다른 날은 얼마나 심각할까 하는 뜻을 함축하는 과장된 표현이다. “지금까지 누적 환자는 198명이나 된다” 같은 표현도 마찬가지다. 현재 상황을 더욱 심각하게 느껴지게 만든다.

▲ 방송사별 과장 표현 상위 20개 단어.
▲ 방송사별 과장 표현 상위 20개 단어.

굳이 “초비상”이나 “초긴장” 같은 표현을 쓰거나 85%만 돼도 “포화상태”라고 단정하는 경우도 있었다. 임신부가 코로나에 확진돼 진료를 거부당한 상황을 보도하면서 “쫓겨 났다”는 표현을 쓰는 것도 지나치다는 지적이 나왔다.

“800명에 육박한다”, “90명까지 치솟았다”는 등의 표현도 단순히 숫자를 전달하는 것을 넘어 실제보다 심각하다는 사실을 부각시키는 ‘확대화’ 표현이다. “무더기”, “대거” 같은 표현도 비슷한 효과를 만든다.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같은 표현은 모든 전문가들의 의견인 것처럼 착각을 불러 일으키는데 이런 과일반화도 여러 기사에서 발견됐다. “백신 접종을 앞두고 있는 사람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처럼 “주민들”, “자영업자들”, “의료진들” 같은 단어도 일부를 전체로 치환하는 과일반화 표현이다.

송 국장은 “한국 방송사들이 코로나19 상황을 의도적으로 심각하게 보도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문제는 기자들이 의도적이라기 보다는 자신도 모르게 습관적으로 과장된 표현을 쓰고 있다는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 코로나19 바이러스 전담치료병상 의료진. 사진=노컷뉴스
▲ 코로나19 바이러스 전담치료병상 의료진. 사진=노컷뉴스

안도현 제주대학교 언론홍보학과 교수는 “언론의 과장된 표현이 문제가 아니라 과장의 대상이 문제였다”면서 “코로나의 위험을 경고하는 건 어느 정도 불가피했다고 보지만 진짜 문제는 백신의 위험성을 과장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송 국장은 뉴욕타임즈 회장을 지낸 마크 톰슨의 CNN 인터뷰 발언을 소개했다. “이상하고 끔찍한 경험을 하고 있는 지금이 언론사에는 독자를 찾고 신뢰할 수 있는 뉴스의 가치를 증명할 수 있는 순간이다.” 송 국장은 “언론이 과학적이고 신중한 보도를 하지 않는다면 감염병 대응에 실패할 뿐만 아니라 언론에 대한 신뢰 회복 또한 요원하다”면서 “뉴스의 가치를 증명할 수 있는 언론만이 무한 경쟁의 언론 환경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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