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영미디어로서 KBS가 스포츠 영역에서도 고착화한 미디어의 성차별적 재현을 해소하는 데 앞장서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다. 한국여성커뮤니케이션학회는 6일 가을정기학술대회에서 KBS 특별세션 ‘젠더관점에서 바라본 공영방송, 공영방송의 미래’를 주제로 관련 연구를 공유했다.

올해 ‘2020 도쿄올림픽’(코로나19로 1년 연기)은 스포츠 영역에서도 성평등 가치가 보편화한 시대적 흐름을 보여줬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성평등한 올림픽’ 기치 아래 사상 처음 출전 선수 중 여성이 절반 가까이(48.5%)를 차지했고, 지난 올림픽 대비 혼성경기가 2배가량 늘었다. 신체 노출이 많은 유니폼 대신 다양한 복장으로 출전한 체조, 배드민턴 선수들도 눈에 띄었다.

국내외 언론의 올림픽 키워드로도 자연스레 ‘성평등’이 꼽힌 가운데, KBS ‘다큐인사이트-국가대표’ 반향은 상당했다. 배구 김연경, 골프 박세리, 축구 지소연, 펜싱 남현희, 핸드볼 김온아, 수영 정유인 등 여성 국가대표 6인이 ‘여성 스포츠인’이기에 마주했던 한계와 극복을 담은 다큐멘터리다. 국가대표는 방영 당일 지상파 동시간대 시청률 1위(닐슨코리아)를 차지했고, 시청자 게시판 등엔 ‘수신료의 가치를 증명했다’는 후기가 이어졌다.

▲11월6일 한국여성커뮤니케이션학회 가을정기학술대회의 KBS 특별세션 '젠더 관점에서 바라본 공영방송, 공영방송의 미래'가 진행 중이다. 사진=한국여성커뮤니케이션학회 유튜브
▲11월6일 한국여성커뮤니케이션학회 가을정기학술대회의 KBS 특별세션 '젠더 관점에서 바라본 공영방송, 공영방송의 미래'가 진행 중이다. 사진=한국여성커뮤니케이션학회 유튜브

정사강 박사(이화여대 커뮤니케이션·미디어연구소)는 “‘여성들은 스포츠에 관심이 없다’는 편견 가운데 올림픽이나 다큐인사이트를 본 여성들 반응이 뜨거웠다. 관심이 없는 게 아니라 충족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며 “성별화된 상태로 지속되어온” 미디어의 스포츠 재현을 살펴봤다. “공영방송, 스포츠, 젠더: 2030여성 시청자들의 이용을 중심으로”라는 주제의 기초 연구를 통해서다.

정 박사는 “(교육과정은) 남학생 중심 체육수업이 여성을 소극적으로 참여하게 만드는 양샹으로 전개된다. 스포츠계에서도 남성성에 특성을 부여하는 상징적 위계질서를 부여하고 여성선수는 전시 관점에서 인식한다”며 “미디어는 성별화된 스포츠에 대해 성차별적 인식을 갖게 되는 데 굉장히 큰 영향을 미친다”고 분석했다.

실제 정 박사와 인터뷰한 20~30대 여성들은 미디어를 통해 여성 스포츠인을 접한 경험 자체가 부족하다고 했다. A씨는 “가족들과 UFC를 보면 한 번도 여자는 안 나왔다. 지상파 채널에서 축구 경기가 있다고 해서 보면 당연히 남자 경기였고, 여자 경기를 본다는 ‘옵션’ 자체가 없었던 것 같다”며 “예능 등 방송 프로그램에 여자 피겨스케이팅이나 리듬체조 선수 등이 외모로 조명을 받아서 나오는 경우는 많이 봤지만 스포츠 전문인으로서 접했던 기억은 많이 없었다”고 했다.

이는 스포츠 분야에 관심이 많은 이들도 마찬가지다. B씨는 “운동을 열심히 하고 꾸준히 팀 스포츠를 준비하는 친구들이 있었다. 공영방송이나 미디어에서 충분히 주목을 받을만 한 일이었던 것 같은데도 ‘아마추어판’은 무시 됐던 것 같다”며 “최근엔 트렌드가 되어서 여성 스포츠를 (방송사 카메라가) 찍어주는 것 같지만 진짜로 여성들이 스포츠를 어떻게 더 열심히 하고 동기를 얻을지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정 박사는 또한 “(개인) 스포츠 유튜브 채널들도 여성에 대한 차별, 자원 부재, 미디어의 부정적 재현을 다루지만 이를 ‘여성에 대한 차별’이라 말하기 어렵고 댓글이 신경쓰여 조심스럽게 이야기한다. KBS는 공영방송이기에 이런 문제를 직접적으로 이야기를 할 수 있었다”며 “이것이 바로 KBS가 할 수 있는 부분”이라 제안했다.

당장 스포츠 분야에서의 성비부터 맞춰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지난 올림픽 당시 KBS N스포츠의 미국·브라질 여자배구 결승전이 오효주 아나운서와 이숙자 해설위원 콤비로 화제를 모은 사례는, 여성 선수 경기를 여성들이 해설하는 사례 자체가 이례적인 현실을 반증했다.

▲8월12일 방영된 KBS '다큐인사이트-국가대표' 포스터 이미지 ⓒKBS
▲8월12일 방영된 KBS '다큐인사이트-국가대표' 포스터 이미지 ⓒKBS

정 박사는 “여자 경기를 남자가 중계하는 건 봤어도 남자 경기를 여자가 중계하는 건 못 본 것 같다”(B씨)거나 “일단 여자가 나와 운동을 하는 게 많아져야 한다. 스펙트럼이 넓어져야 더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 같다”(C씨)는 의견 등을 전했다.

한편 콘텐츠를 통한 성평등 구현의 기반으로서 KBS 내부의 성평등도 주된 과제로 거론됐다. 이종임 경희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객원교수는 ‘공영방송사의 조직문화와 젠더 이슈’를 주제로 “공영방송사로서의 책무, 수신료의 가치에 부합하는 역할을 위해 다각적 점검과 역할이 필요하다. 그 중 하나가 성평등 문화”라 강조했다.

KBS성평등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KBS 임직원 4550명 중 여성은 1105명이다. 직급별 여성 비율은 팀장급 이상 15.3%, 부서장급 이상 8.7% 수준이다. 서영주 KBS성평등센터 센터장은 “KBS는 의사결정과정에서의 성별 다양성을 높이기 위해 2020년부터 여성직위자 임용목표를 추진해 올해는 (여성직위자 비율이) 17%를 상회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12기 KBS 이사회 11명 중 여성은 1명에 그쳤다는 한계도 있다”고 했다.

서영주 센터장은 “2020년도 시청자상담실에 접수된 의견 중 젠더 이슈 관련은 108건으로 전년도 대비 3배 이상이다. 높아진 시청자들의 성인지감수성과 인권의식을 확인했다”며 “구성원들의 성평등 의식 제고를 위해 성인지교육프로그램, 중점 대상별 맞춤형 교육에 집중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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