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전국을 뒤흔든 ‘한강 대학생 손정민씨 실종·사망 사건’을 경찰 출입기자 시각에서 성찰한 글이 관훈저널에 게재됐다. 김유나 세계일보 사회부 경찰팀장은 관훈저널 2021년 가을호(제160호)에 “‘한강 의대생 사건’ 보도, 언론의 부끄러운 자화상”이라는 제목의 글을 실었다. 관훈저널 가을호는 ‘한강 의대생 보도와 한국 언론의 현주소’를 주제로 전문가들의 글을 실었다. 

지난 4월25일 새벽 서울 반포 한강공원에서 실종된 22세 손정민씨는 닷새 만에 숨진 채 발견됐다. 첫 보도는 28일이었고 손씨 아버지가 블로그에 ‘아들을 찾습니다’라는 글을 올리며 언론은 사건을 본격적으로 주목했다. 

30일 손씨 시신이 한강에서 발견됐다. 손씨 아버지는 ‘아들 머리 뒤에 큰 상처가 있다’며 타살 의혹을 제기했다. 언론은 이를 받아쓰며 타살 의혹을 부풀렸다. 손씨 아버지는 손씨가 실종 직전 함께 술을 마신 친구 A씨가 수상하다고 주장했다. 언론 역시 A씨를 의심하기 시작했다. 포털 사이트에 손씨 사건이 도배되기 시작한 배경이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뉴스 빅데이터 분석시스템 ‘빅카인즈’를 활용한 김유나 세계일보 사회부 경찰팀장의 분석을 보면, 4월30일부터 8월19일까지 16주간 ‘손정민’으로 검색된 기사는 총 3276건이었다. 이 가운데 62.1%(2036건)가 첫 4주간 나온 기사였다고 김 팀장은 전했다.  

김 팀장은 “첫 4주에는 한 주당 평균 500여 건의 기사가 보도됐다. 빅카인즈에 검색되지 않는 온라인 매체들까지 더하면 관련 기사는 더욱 늘어난다”며 “당시 다른 뉴스를 모두 덮을 만한 파급력이었다”고 설명했다. 

▲ 지난 5월10일 서울 반포한강공원 수상택시 승강장 인근에서 경찰이 고(故) 손정민씨 친구의 휴대폰을 수색하고 있다. ⓒ 연합뉴스
▲ 지난 5월10일 서울 반포한강공원 수상택시 승강장 인근에서 경찰이 고(故) 손정민씨 친구의 휴대폰을 수색하고 있다. ⓒ 연합뉴스

김 팀장은 세계일보에서 손씨 관련 기사를 지면에 많이 싣는 편이었기 때문에 현장에서 느끼는 고민이 컸다고 술회했다. 

김 팀장은 “대중적 관심도가 높았던 사안인 만큼 서울경찰청에서는 사건 수사에 조금이라도 진척이 있을 때마다 출입기자단을 상대로 브리핑을 열었는데, 회사에서는 매번 브리핑에서 나온 얘기들을 지면에 기사화하기를 원했다”며 “하지만 브리핑을 듣고 기사를 쓰면서도 과연 이 사건이 이렇게 연일 지면을 할애할 만큼 주요한 사건인지, 브리핑에서 나온 단편적인 정보들이 지면에 실을 내용인지 회의감이 들었다”고 밝혔다. 

김 팀장은 “하루는 국장단에서 또 손씨 사건을 지면에 쓰라고 지시해서, 더는 안 된다는 생각에 그때까지 9개 종합일간지 조간 지면에 보도된 손씨 사건 기사수를 회사별로 집계해 보고하기도 했다”면서 “통계를 들이밀고 나서야 그날 지면에서 관련 기사를 뺄 수 있었다. 이후 현장의 문제의식을 알게 된 국장단이 관련 기사를 주문하는 일이 줄었지만 이미 5월 말이었다”고 밝혔다. 이와 같은 고민과 갈등은 타 언론사에서도 적지 않았다.

김 팀장은 언론의 과도한 속보 경쟁과 관심에 대해 “많은 이들이 일상을 보내는 한강에서 사건이 벌어져 ‘남의 일 같지 않다’고 공감한 점, 손씨 아버지가 쓴 절절한 글 등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조회수’일 것”이라며 “사건 자체가 대중의 ‘흥미’를 유발하면서 손씨 사건은 속된 말로 뭘 쓰든 ‘장사가 되는’ 기사가 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 팀장은 “‘진범은 따로 있지만 보이지 않는 힘이 작동해 언론과 경찰 등이 외면하고 있다’는 서사는 많은 이들에게 재미로 소비됐다”며 “그리고 언론은 이 같은 요구에 부응하고, 의혹을 더욱 확산시키는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경찰은 손씨 사건에 ‘범죄 혐의점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지만, 손씨 아버지는 친구 A씨를 범인으로 추정하며 여전히 경찰 수사 결과 등에 의문을 표하고 있다. 유족으로서는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면서도 다음과 같이 ‘조회수’를 따라가는 언론사 내부 상황을 전했다. 

“우리 회사의 경우 사회부 내부적으로는 손씨 아버지의 확인되지 않은 의혹 제기를 그대로 기사화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주로 경찰 측의 공식 입장 위주로 기사를 작성했다. 그러나 온라인 기사 담당 부서에서는 손씨 아버지가 블로그에 올린 글을 그대로 기사화하는 일이 많았다. 다른 회사 역시 상황이 비슷했다.”

손씨 사건에 대한 사회적 ‘과몰입’에 언론 책임이 크다는 것이 김 팀장 생각이다. 그는 “언론은 대중적 관심사란 핑계로 무분별하게 보도를 쏟아냈고, 그 보도를 본 이들은 또다시 의혹을 증폭시키는 악순환이 이어졌다. 수만 개의 보도 중 진정으로 손씨나 손씨 유족을 생각하며 쓴 기사는 몇 개나 될까”라고 반문했다. 

또 다른 기고 글에서 정은령 서울대 언론정보연구소 SNU팩트체크센터장은 “한강 대학생 사망 사건 보도에서는 객관적인 보도를 위해 취재원을 인용하는 전통적인 취재 방식과 필요한 정보의 취득을 취재원의 ‘입’에 의존하는 수동적인 보도 태도가 결합해 부정적인 결과를 낳았다”며 유족 발언에 의존했던 언론을 비판했다. 

정 센터장은 “피해자 중심주의라는 명분과 인용을 이용한 객관주의적 취재 작법, 검증 없는 취재원 발언의 단순 전달이 맞물렸다. 어떠한 취재원도 나름의 의제(agenda)를 갖고 있어 취재원을 화나게 하는 위험을 무릅쓰고라도 긴장을 유지해야 한다는 원칙이 들어설 틈은 없었다”고 분석했다. 

정 센터장은 “한강 대학생 사망 사건 보도는 ‘익사 vs 여전한 의혹들’이라는 프레임으로 의혹에도 자리를 내주었다”며 “‘확인되지 않은 의혹’을 보도하는 것은 ‘익사’라는 한쪽 논리에 대한 반대편 견해를 균형 있게 보도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프레임을 ‘논란’으로 몰고 가면서, 트래픽이 발생하는 기삿거리를 계속 게시하려는 선정주의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정 센터장은 “‘논란’이라는 프레임을 접한 뉴스 이용자들은 경찰 변사사건심의위원회가 사건 발생 2개월여 만에 손씨 사망을 타살이 아닌 쪽으로 종결한 뒤에도 여전히 이 사건을 의혹이 남은 논란으로 받아들인다”며 “유족에게는 의혹이 남을 수밖에 없는 애통한 일이지만, 언론은 스스로 사실 여부를 확인할 수 없어 보도하지 않았어야 할 것까지 보도해 ‘논란’을 자초하고, 그 ‘논란’을 부풀려 트래픽을 창출해온 것이 아닌지 되돌아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관훈저널 2021년 가을호 전문은 관훈클럽 홈페이지(http://www.kwanhun.com)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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